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지낸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22대 국회 원구성 문제를 두고 여야 대치가 길어지는 상황을 놓고 여당인 국민의힘에 쓴소리와 조언을 건넸다. 상임위원장직에 연연하지 말고 빨리 국회를 정상화시키라는 것.
김 전 비대위원장은 19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의힘이 여당 아니냐. 여당이니까 막강한 행정 집행력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니까 당연히 지금 국민의힘은 저렇게 국회를 사보타주 할 게 아니라 국회에 들어가서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줘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21대 국회 초반 때와는 달리 현재는 국민의힘이 여당이라는 점을 재삼 지적하며 "이번에는 다 주든지 받아오든지 결정을 빨리 하고 국회를 정상화하라. 빨리 결단을 하라"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야당에서 차지한 것은 과방위, 법사위 등 전부 권력·정치와 관련된 상임위 아니냐"며 "그런데 솔직히 얘기해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갖는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야당이 다수를 가지고 입법을 강행하는 걸 지연시키는 역할밖에 할 수가 없고, 그것도 패스트트랙에 집어넣으면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본회의에 상정은 가능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법사위원장직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그리고 지금 여당의 입장에서는, 사실은 민생법안을 가지고서 야당과 논쟁을 벌일 것 같으면 야당이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제안했다.
그는 "옛날에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대통령 되자마자 2년 만에 야당이 국회 의석을 차지해서 야당이 내각을 점유하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 좌우 동거 정부)을 했을 때 어느 언론인이 '이렇게 야당이 국회 다수를 차지했는데 앞으로 대통령을 어떻게 하나' 하니까 미테랑이 '내가 특별히 무슨 정치적 법안을 할 게 아니고 민생 문제만 다루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 그렇게 해서 미테랑이 코아비타시옹을 두 번이나 하면서도 14년 임기를 했다"는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국회를 방치하고서 밖에서 딴 얘기만 자꾸 하는 것이 국민에게 별로 좋게 비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일단은 국회를 정상화해서, 국회에 들어가서 민생법안을 가지고 야당과 논쟁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가 보기에는 아마 국민의힘 내부에서 (상임위원장 자리) 7개라도 받자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위원장은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전 발표에 대해서는 "갑작스럽게 발표를 하는 의미가 뭔지는 잘 파악이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은 지금 임기가 3년 남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시추 작업을 들어가서 3년 만에 기름이 나오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니까 윤 대통령은 별로 자기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이 당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지난번 김기현 대표를 만들 적에 당대표 선출 룰도 바꾸고, (용산이) 반대하는 사람들 출마도 거의 저지하는 형태로 했는데 그 결과가 뭐냐. 이번 총선 결과가 바로 거기에서 나타난 것 아니냐"고 그는 강조했다.
이른바 '한동훈 대세론'에 대해 그는 "내가 개인적인 입장에서 '조금 더 참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던 건데 최근에 돌아가는 상황을 볼 것 같으면 출마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데 그것이 과연 본인을 위해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선거 때 (윤 대통령과) 멀어질 대로 멀어진 그 관계가 지금 다시 부각이 돼서, 윤 대통령은 가급적이면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안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뜻을 받들어서 주변 사람들이 한 전 위원장에게 굉장히 공격을 가하고 있고, 한 전 위원장과 경쟁 관계에 있는 나경원 의원 같은 경우는 은근히 그것을 이용해서 그쪽 지지세력을 자기한테 끌어들였으면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평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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