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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초반부터 파행…난항 겪는 '원 구성'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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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초반부터 파행…난항 겪는 '원 구성'이 뭐길래?

[해설]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여야는 왜 싸울까

22대 국회 원(院)구성 협상 법정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간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국회의장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22대 국회 첫 본회의도 보이콧했다. 원구성 협상 불발이 이유였다. 현재 국민의힘은 '합의'를 바탕으로 협상을 이어가자고 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이 관례보다 우선이라며 '법대로'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여야가 현저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원구성'이란 새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갖추는 일로, 쉽게 말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각 상임위원회(상임위)에 정당별로 위원장을 배분하는 일을 말한다. 4년 주기로 총선이 치뤄지는 국회의 특성상 2년마다 전반기와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한다.

그 중에서도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과정에서는 여야가 늘 난항을 겪는다. 상임위원회는 국회의 주요 기능인 입법과 행정부의 감독활동이 이뤄지는 장(場)으로 환경, 외교, 국방 등 18개를 분류해 정부 각 부처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보통 해당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의원들이 각 상임위에 속하게 된다.

특히 '국회의원의 꽃'으로 불리는 상임위원장은 법안 상정 권한뿐 아니라 회의 진행에 대한 권한도 갖는다. 여야 갈등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임위원장은 이 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이다. 각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 전에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법사위를 '마지막 관문', '상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때문에 여야 모두 법사위 사수를 벼르고 있다. 21대 국회 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폐기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민주당에서는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나, 이를 막아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나 양보할 수 없는 상임위인 셈이다.

대통령실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 역시 마찬가지다. 운영위는 대통령과 관련한 주요 현안에 대해 소관부처인 대통령실 참모 등 관련 증인을 부르거나 회의를 열 수 있다.

그러면 상임위원장 배분은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어느 당이 법사위를 맡는 게 맞을까? 국회법 어디에도 그 구체적 기준을 명시한 규정은 없다. 상임위원을 교섭단체 의원 수 비율에 따라 선임한다(국회법 제48조)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상임위원장 선거와 관련해선 '해당 상임위 위원 중 본회의에서 선출한다(국회법, 제41조제2항)'고만 돼있다.

다만 국회 운영에 관한 사항들이 원내교섭단체 간 협상으로 정해지는 것처럼 상임위원장 배분 역시 여야 간 협상에 따라왔다. 이런 국회 관행은 대부분 1987년 민주화 이후 생겨났다. 13대 이전에는 승자독식 관행에 따라 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다수당이 독점해 원구성이 법정시한보다 지연되는 일이 없었다. 1988년 개원한 13대 국회 때부터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를 배분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이후 대통령실을 소관 부처로 두고 있는 운영위원회의 경우 여당이, 법사위의 경우 야당이 맡는 것이 관행이었다. 다만 국회의장을 종래처럼 '여당'이 아니라 '1당'이 맡는 것으로 바뀌면서는 법사위의 경우 '야당'이 아니라 '2당'이 맡는 것이 최근까지의 새로운 관행이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원 구성 등 22대 국회 개원 관련 협상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총 18개의 국회 상임위원장을 여야가 배분하는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양당은 이날 회동에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연합뉴스

현재 민주당은 국회 의석수 비율에 따라 여야가 각각 상임위를 7개, 11개씩 나눠 갖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운영위도 법사위도 모두 다수당인 민주당이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직전 21대 국회에서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한 바 있다. 당시에도 32년 만에 첫 사례로 기록됐다.

민주당은 '법'을 강조하며 7일까지 국회 원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겠다는 엄포까지 놓은 상황이어서 '단독 원구성'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5석의 민주당이 의석 수로 원 구성 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108석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압박을 '의회독재'라고 비판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은 그동안의 관례를 무시하고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일방통행하면서 여당이 말을 듣지 않으면 다수라는 힘의 논리로 원 구성 단독 처리를 예고하고 18개 상임위를 독식하겠다고까지 한다"며 "역사상 이런 1당은 없었다. 국회법의 정신과 국회 관례를 무시하면서까지 의회독재를 꿈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협상'에 의해 원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5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비공개 협상 후 "법사위는 제2당, 운영위는 여당이, 과방위는 국민의힘이 맡게 돼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고, 상임위 구성과 관련해 앞으로 계속 협조할 예정"이라며 "국회법은 원구성에 있어 여야 간 합의에 의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협치하라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와의 협상 후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화와 타협을 계속 시도하고 협의를 이뤄나가겠지만, 민주당은 5일 국회의장단 선출, 7일 원구성을 법대로 완수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법대로 기한 내 원구성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추 원내대표의 결단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또다시 '법대로'를 강조했다.

민주당이 예고한 '법정 시한'까지는 이제 단 하루가 남았다. 여야는 과연 이번에는 충돌 직전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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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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