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장애아를 버려도 된다는 보호출산제, 재앙이 될 겁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장애아를 버려도 된다는 보호출산제, 재앙이 될 겁니다"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 ③ 자립준비청년이 본 보호출산제의 문제점

오는 7월 19일,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가 시행된다.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란 명분으로 보호출산제가 도입됐다. 위기 임산부의 병원 밖 출산과 영아 유기 방지를 위해 보호출산 신청 산모의 정보를 비식별화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태어난 아동은 국가가 보호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보호출산제법은 아동 유기의 합법적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무엇보다 친생부모의 정보 등 아동의 알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국회의원 강성희·강은미·용혜인·진선미, 보호(익명)출산제 폐지 연대,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아동권리연대, 아동인권포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주최한 토론회가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토론문 중 일부를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세번째 글은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부모가 양육을 포기해 보육원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 홍진수 씨의 토론문을 요약했다. 편집자주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발표하게 된 미등록 신생아 및 보육원 출신인 자립준비청년 홍진수라고 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제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미등록 신생아의 상태로 유기되어, 보육원에서 자라 퇴소 후 부모를 찾는 과정과 이제껏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어른의 입장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보호(익명)출산제 시행으로 인한 건강하지 못한 신생아는 재앙적인 규모로 유기가 일어날 수 있으며, 국가의 인지청구 방해 시도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천적 심장병으로 부모 양육 포기 후 보육원으로 보내져

저는 선천성 심장기형으로 부모님께서 치료비를 감당하면서 키울 여건이 안 되어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고, 친권 포기 및 입양 동의를 해서 제주 H영아원에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후 6살 때 여기에서 제주 J아동복지센터로 전입을 하게 됐습니다.

보육원에서 구타를 당하거나 성추행당한 일, 새벽 5시까지 쇠파이프로 맞아서 갈비뼈에 금이 갔던 여러 가혹행위는 오늘 제게 주어진 시간에 다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반복되는 호흡곤란과 의식 저하 때문에 학교 보건 선생님께서 응급처리 후 저를 서귀포의료원 응급실로 보냈고, 거기서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한 뒤 부천으로 헬기 이송이 결정됐습니다.

헬기로 부천종합경기장에 착륙해 대기 중인 119 구급대와 구급차에 탑승한 휘 부천세종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추가적인 검사를 하고 2차 수술이 결정됐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부천 E하우스로 전원 조치가 됐고, 이 곳에서도 아동학대 등의 사건이 있어서 지금도 사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보육원은 여러 가지로 자기 의사 결정권이 무시되는 곳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혼자 결정하고 자립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출산제, 장애아동을 합법적으로 유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저는 선천성 심장 기형이며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태어날 무렵에는 돈이 많이 드는 질병이었을 것입니다. 수술비가 약 8000만 원, MRI 약 56~58만 원, CT 약 30~50만 원, 초음파 약 20~40만 원, 이 모든 금액이 1회당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이처럼 거금의 의료비가 20년 동안 비용이 발생합니다.

제가 심장병이 없었다면 부모님이 저를 버리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병원에 갈 때마다 ‘내가 심장병이 없었으면 부모님이랑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인 사유로 익명 출산할 수 있으며, 그 익명 출산된 아이를 정부에 보호라는 형식으로 맡길 수 있는 법입니다. 아이를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사유로 부모가 익명 처리하고 정부에 맡기면 아이는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특히 보호출산법 제14조(출산 후 아동 보호 신청)는 병원에서 출산 후 1개월 이내에 아동의 양육을 포기하고 비밀출산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위 규정은 양육의 어려움을 예상하는 임산부가 구개파열, 다지증, 단지증, 사지결손, 외모상 기형, 선천적 대사이상, 청각장애, 선천적 심장병 등과 선천성 매독,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염색체 질환 등을 가지고 태어나는 장애아동들 그리고 미숙아를 합법적으로 유기하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입니다. 출산 전 병원검진을 통해 확인된 장애아동의 경우에는 출산 전 보호 출산으로 갈 것입니다. 저 또한 이런 이유로 부모님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시설에 맡길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장애는 부모에게 경제적,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보호출산제는 부모가 아이를 버릴 권리를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더는 가난한 나라가 아닌데 엄마가, 부모가 힘을 내서 잘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줘야지 익명으로 출산해서 애만 덩그렇게 두고 가라고 하는 일이 일어나도 될까요? 그 아이도 영원히 아이로 있지 않습니다.

보호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정부는 입양 보낼 계획인 것 같은데, 입양 보낸다고 문제가 아닌 것 아니지만, 입양을 거의 못갑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못갑니다.

국가가 부모보다 아이를 잘 키운다고 자신하면 안 됩니다. 잘 키웠으면 제가 맞고 살았겠습니까?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부터 보육원에서 지낸 우리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내 편이 하나도 없다는 슬픔, 그런데 그것이 내가 처한 현실이라는 사실에 직면합니다. 그런 아이들의 상처와 상실의 마음을 알기나 하나요? 어떻게 아이들에게 이렇게 잔인하게 할 수 있는지 정말이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안 슬프시나요? 슬프시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고아 호적으로 신생아부터 청소년, 어른, 노인으로 평생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으로 살라고 하는 겁니까?

저는 선천적 심장병을 가진 고아 당사자로서, 확실하게 말합니다. 보호출산제는 산전 검사와 출산 후 확인을 통해 장애인, 미숙아 등을 대량으로 유입하여 고아를 양산할 것입니다. 이는 거의 재앙적 수준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저는 다음 세대가 저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을 막고자 하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힘겨웠던 친부모 찾기, 보호출산 아동들도 결국 부모를 찾을텐데 국가가 막을 수 있다구요?

저는 너무나 부모님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고 미등록 출생아 출신으로 어떻게 주민등록번호가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기본증명서에 제주지방법원에서 허가가 났고 처리 관서가 서귀포시청으로 되어있어서 해당 시청 해당 부서로 문의를 하였지만 여러 번 거절을 당했고, 제주 국내입양센터 직원분들과 함께 제주서부경찰서 종합민원실에 방문해 헤어진 가족 찾기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경찰서에서 2023년 3월 16일에 전화가 와서 부모님을 찾았고, 부모님에게 상봉 의사를 물었지만 거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정보공개신청 등의 과정과 친생자 확인 소송을 거쳐 4월 10일 목포에서 어머니와 상봉했고 아버지는 인지확인 소송 중입니다.

인지확인/인지청구는 부모에게 돈을 받고 포기를 하였더라도, 포기가 성립할 수 없고, 포기하였더라도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출산 정보는 출생한 아이의 당사자 정보입니다.

제가 부모님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니, 출생에 대한 정보는 제 정보입니다. 제가 그 정보의 주체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정부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보호출산을 통하여 정보를 획득하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가지고 있으면서 당사자가 알려달라고 할 때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저는 너무 황당합니다.

그럼 그 상황에서 "너는 익명보장이 아니면 죽었을 아이니 네가 엄마를 모르는 상황은 감수하라"는 것인가요?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어른들끼리 한 말도 안 되는 합의를 감당하라는 것은 부당함을 넘어선 아이의 기본권리를 박탈하는 일입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를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제가 도울 것입니다.

▲'보호출산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보호(익명)출산제 폐지 연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