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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완패한 국민의힘, 짙었던 '尹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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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완패한 국민의힘, 짙었던 '尹의 그늘'

한동훈, 與 '구세주'로 등판했지만…정치 데뷔전부터 악몽 같은 결과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에서 완패했다. 11일 자정 현재 개표가 70%를 넘긴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석과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의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110석 안팎의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패스트트랙 저지선을 넘어 개헌저지선(100석)마저 한때 위협받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권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악몽 같은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 30%대를 오가는 상황, 즉 '인기 없는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주어진 구조적 족쇄였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겪은 17%P(포인트) 차 대패는 당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예상보다 큰 표차의 주 원인 중 하나로 김태우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무리한 사면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막상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진 이는 같은 해 12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김기현 의원이었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사퇴 2주 만에 '한동훈 장관'을 불러 총선 지휘봉을 맡겼다. 윤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었고, 법무장관으로도 중용된 그가 대통령과의 오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건강한 당정관계를 확립해 정부·여당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다. 기존 정치문법에 비춰보면, 변화의 내용은 윤 대통령의 다소 일방적인 정치 스타일에서 벗어나 인물·정책 양면에서 정부·여당을 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세력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어야 했다.

변화의 첫 단추인 건강한 당정관계에 대한 한 위원장의 역량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첫 시험대는 '영부인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였다. 처음에는 "몰카 공작"이라고 의혹의 성격을 규정하던 한 위원장이 "국민들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태도를 바꿔 한동안 '윤-한 갈등'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서천시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한 위원장의 '90도 인사'와 함께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윤 대통령의 사과도 없었다.

한 위원장이 거기에서 멈춘 것은 아니었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던 중 대사로 임명돼 호주로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게 한 위원장이 각각 "귀국"과 "거취 결정"을 요구해 2차 윤-한 갈등이 일었다. 결국 이 전 장관이 대사직을, 황 전 수석이 수석직을 던지며 한 위원장이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악화한 여론을 돌리기에는 늦은 때였다.

공천 과정과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서도 윤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경선을 중심에 둔 한 위원장의 '시스템 공천'에는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역 불패'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권영세·이철규 등 친윤 의원도 다수 경선에서 승리했다. 권성동 의원,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수석비서관 등 친윤 정치인들이 단수 공천을 거머쥔 사례도 있었다. 이 가운데 중도 확장성을 가진 인물의 영입은 눈에 띄지 않았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더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과 껄끄러운 일을 겪었던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유력 인사들이 임명됐다. 다만 정부에는 비판적이었지만, 중도 소구력을 가진 유승민 전 의원이 선대위에서 역할을 받지 못했다. 불리한 판세 속에 나·안·원 위원장이 자기 지역구 선거에 매이면서 선거전 후반으로 갈수록 한 위원장의 부담이 가중된 데 비춰보면, 불출마를 선언한 유 전 의원의 기용 불발은 더 아쉽게 느껴진다.

'따뜻한 보수'와 같은 정책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개인적 인기를 바탕으로 유세에 나설 때마다 적지 않은 인파를 끌고 다녔지만, 그 자리에서 그가 주로 던진 메시지는 '이재명과 조국은 범죄자', '김준혁과 양문석에게 나라를 맡기겠나', '야권 200석을 막아달라' 같은 네거티브 공세였다. '메가 서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한 위원장이 전면에 내세운 공약도 부동산 개발, 감세 등 보수 진영이 강조해 온 정책 기조를 답습한 데 가까웠다.

총선 완패에 따라, '신인'이 환영받는 정치 환경에서 다음 대선을 위해 국민의힘이 아껴둘 만한 카드였던 한 위원장은 정치 데뷔 무대에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상처를 입게 됐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오랜 동료·후배였다는 점과 지난해 12월 그의 취임 일성이 "운동권 심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한계는 이미 예상됐던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한 위원장 입장에서도 비슷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변화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과 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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