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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실질적인 한국 경제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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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모펀드, 실질적인 한국 경제의 지배자

[김영수의 사모펀드 이야기] <1>

"사모펀드들이 이미 한국 경제를 점령했다"고 단언한다.

원래 IMF 때 외국의 사모펀드에 한국의 알토란 같은 기업·은행이 넘어가면서, 사모펀드가 무엇인가를 한국인이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 매운 맛' 을 처음 봤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모펀드가 외국계와 토종을 합쳐 2023년 이미 1000개를 훌쩍 넘었다. 약정액으로도 100조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한국의 최고의 자산가는 재벌 총수들이 아니라 사모펀드 운영자들이 되어버렸다. 주요 인수 합병(M&A)의 주인공은 대부분 사모펀드가 되어버렸고 소위 재벌은 이름을 빌려주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준다.

심지어는 재벌 내부의 핵심 회사에 주요 주주·지배주주, 경영에 대한 핵심적인 권한을 가진 채권자로서 이미 사모펀드가 포진하고 있어서 재벌의 핵심적인 경영상의 결정에 사모펀드가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니, 사모펀드 자체가 '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한국 뿐 아니라, OECD 국가들의 경제에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젠센 교수는 "사모펀드가 궁극적인 시장의 지배적 조직형태"라고 단언한다.

도대체 사모펀드라는 것은 무엇이고, 왜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 부상되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민주 시민들은 사모펀드에 관해 어떠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어본다.

사모펀드란 무엇인가

사모(私募)펀드는 사(私)적으로 돈을 모(募)으는 펀드라는 뜻이다.

당연히 공적으로 돈을 모으는 경우에 비해 외부에서는 그 속사정을 알 수 없다. 심지어 그 존재 자체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즉 존재의 '비공개성'이 특징이다. 또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비상장 기업·부동산·인프라설비 등에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그래서 일반에 자신의 존재를 홍보할 필요도 없다. 존재와 활동이 비밀스럽다. (물론 결국에는 기업공개를 하고 공개주식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사모펀드는 사사로이 돈을 모아 잘 알려져있지 않은 거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모펀드는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비교적 높은 이자율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여 채권자로 남아있기도 하고, 많은 경우 경영권을 넘겨받아 기업 가치를 높인 후 5년 정도 후에 매각하여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한다.

상당히 큰 사이즈의 투자 대상을 인수하는데 굉장히 높은 부채 비율(80~90%)의 차입인수(LBO: Leverage Buy-Out)를 한다. 나머지는 자본(Equity)투자가 되는데, 그 자본투자에서도 사모펀드 운영자(GP: General Partner)들은 아주 작은 비중의 자기자본(1%)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모두 타인자본(Investor Equity: LP: Limited Partners 자금) 을 쓰는 방법으로 인수한다. 따라서 수익을 어느 정도 남기면서 매각(Exit)할 경우, 운영자와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막대하다.

사모펀드의 특징, 재벌과의 차이점

과거 개발 경제 시대의 '족벌 재벌'과 사모펀드를 비교하면 사모펀드의 특징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단 여러 기업을 인수하면서 급성장하는 과정이 재벌과 사모펀드가 여러모로 비슷하다.

재벌은 다른 기업·개인들은 동원할 수 없던 자금력(한국의 경우 정치권력의 비호), 금융권의 지원, 다른 기업들은 구할 수 없었던 현대화된 인적 자원을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었다. 즉 다른 기업에 비해 자금력에 우위가 있다는 점이 과거 한국 재벌과 사모펀드가 비슷하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오너와 몇몇 사람(재벌 기업의 경우 기조실·비서실)들에 의해 발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물론 사모펀드와 과거 한국 재벌과는 다른 점도 꽤 있다.

사모펀드는 평균 5년 내로 투자한 물건·회사를 처분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재벌그룹은 영원히 가지고 가는 것을 정상으로 생각한다.

사모펀드는 고수익만을 목표로 하지만 재벌기업은 한국사회 내에서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일부 사모펀드도 사회적 영향력까지 추구하는 목표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자멸의 길'이라는 점은 나중에 설명한다.)

사모펀드는 2%(관리비:Management Fee)·20%(성과급: Carry)라는 독특하고 정형화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 즉 투자자들이 맡긴 돈에 대해서 매년 2%의 관리비를 받고 8% 이상의 수익을 낼 경우 수익의 20%를 성과급으로 가져간다. 원천적으로 영구히 기업들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재벌들에게는 이러한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모펀드 내부에서는 오너 그리고 Deal Partner(투자대상을 찾아내고 분석하여 인수를 결정하고 수익을 올리는 것을 책임지는 간부), 업체에 파견된 경영자 등 사이에서 분배의 룰이 정해져 있다. 반면 재벌그룹은 기본적으로 오너가 모든 수익과 이익을 가져가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혜적으로 나누어 준다.

사모펀드업계가 크게 성장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 2%·20%라는 거의 정형화된 이익 분배율과, "EBIDT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의 몇 배수"라는 기업가치평가방식으로 거래를 간단화(Standardize)한 것이다. 어떠한 거래던, 거래의 조건을 정형화시켜 놓으면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거래량이 폭발할 환경이 조성된다. (매번 그 부분을 놓고, 긴 협상을 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왜 2%·20%인지, 왜 EBIDTA의 몇 배수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인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관행이 그렇게 자리잡은 것이다. EBIDTA보다 이론적, 경제학적으로 더 정확한 평가기준도 있을 법한데 무엇이 더 정확한 평가 방법이냐에 관한 논쟁 자체를 건너뛴 채로 기업을 사고 팔 때 그 한가지만을 기준으로해서 평가한다. 이에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 동의하면 거래가 빨리 이루어진다. 이러한 거래의 정형화가 사모펀드 성장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사모펀드 고수익의 비밀

일반 투자자는 위험분산·다각화 (Diversification·Hedge)를 하는데, 사모펀드는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강점이 있는 분야·종목에 특화한다. 소위 '몰빵'을 한다.(위험분산·다각화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몫이다. 위험분산은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지, 사모펀드와는 관련이 없다. ) 벤처캐피탈의 경우 ‘여러’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투자 포트폴리오 중 많은 경우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몇개가 크게 성공하는 것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키지만, 사모펀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프로젝트에만 투자하고, 투자한 모든 프로젝트(포트폴리오)에서 고수익을 내는 것을 기본으로한다.

처음부터 이러한 고수익 고위험 환경에서 생존하면서 우수한 성적을 계속해서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아에 사모펀드 업계에 진입을 하지 않고 진입을 하더라도 빨리 퇴출된다. 고수익을 계속 내는 사람들만이 업계 속에 존재하니, 살아남은 사모펀드만 보면 관찰되는 수익율 평균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고수입을 내지 못하는 사람은 퇴출되니 그 업계를 어느 특정 순간에 들여다보면, 그 순간의 모든 참가자가 다 고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합마다 패배한 상대를 반드시 죽이는 로마의 검투사 경기에서 결승전까지 올라온 검투사들의 승률이 100%, 상대를 모두 죽이고 패배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한 이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격언이 한국 사모펀드 업계에서 성공한 리더들의 입에서 나온다.

사실 사모펀드라는 간판을 내걸고 진행된 모든 투자의 성적을 관찰한다면 사모펀드가 그다지 높은 수익율을 내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사모펀드의 특징 중의 하나로 '다른 사람이 생각 못했던 기업들을 투자 대상으로 찾아서 다른 사람은 동원할 수 없는 정도의 금융을 사용하여 고차입으로 인수하여 다른 사람이 생각 못했던 방법을 써서 그 기업의 실적을 개선해 다른 사람이 놀랄 정도의 고수익을 얻고 처분'하는 조건을 만족할 것 같은 프로젝트만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그런 프로젝트를 여러 번 진행하면서 오랫동안 존속한 사모펀드의 성적은 결과적으로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다.

막대한 운용자금을 가지면 그 사이즈 자체에서 큰 힘이 나온다. 도박판에서 무한한 자금력을 가진 사람이 계속 판돈을 올리면 결국 이기듯이 막대한 자금력이 있었기에 인수 대상을 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다. 막대한 자금력이 있으면, 즉 유동성 제한(Liquidity Constraint)이 없으면 수익율을 평균 25% 정도 더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석이다. 예를 들어 돈 걱정을 매일 해야 하는 평균의 사람들이 어느 프로젝트에서 연 8% 수익을 내면, 돈 걱정이 없는 사람은 그보다 (25% 많은) 10% 수익을 내는 식이다. 2023년 12월 기준 주요국가 사모펀드 업계의 Dry Powder(투자가능 준비된 자금)가 4조 달러라고 한다. 그 사이즈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으로인해 사모펀드는 높은 수익을 계속 올릴 가능성이 높다. 다음 편에서 사모펀드에 왜 그런 큰 돈이 몰리게 됐는지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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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미국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캐나다 앨버타 상과대학 금융학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도요타그룹 등을 거쳐 현재 캐나다에서 당뇨병치료제품을 만드는 Eastwood Bio-Medical Research Inc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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