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집단 사직 사태를 하루 앞두고 의대 교수를 만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가 건설적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 구성을 지시했다. 야권에서는 총선용으로 기획된 의대 증원이 '한동훈 구원투수설'대로 마무리되는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위원장은 24일 오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만난 뒤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답변을 드렸다"고 했다.
한 위원장과 의교협 간 만남은 19개 대학 병원 교수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집단 사직 예정일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박정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그쪽(의교협)에서 먼저 만나자는 제안이 있었고 한 위원장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의정 간 갈등이 절정에 이르기 직전 한 위원장이 등판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인데, 만남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한 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며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했다고 대통령실 대변인실이 전했다. 대변인실은 또 "한 위원장은 오늘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정부가 오는 26일부터 현장 미복귀 전공의를 대상으로 적용키로 한 면허정지 처분을 연기해달라고 대통령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 변화는 다소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만 해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2035년에 (의사 수가) 1만 명 정도 부족한데 그것을 메꾸기 위해 2000명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 인원 변경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했었다.
한 위원장과 의교협 간 만남 사실이 알려지자 녹색정의당은 이날 오후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이번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 2000 확대 프로젝트'가 '총선용 기획'이라는 설에, '의사 반발로 모든 논란을 잠재운 후 총선 막판에 한 위원장이 등판해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낸다'는 '한동훈 구원투수설’이 현실화 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끝도 보이지 않는 의정 강경대치도 반대하지만 졸속적인 의정 밀실야합, 국민이 배제된 그 어떤 정치적 거래도 반대한다"며 공공의료 확충 및 공공의대 설립을 더하고, '밀어붙이기식'이 아닌 국민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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