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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3년, 매일 한결같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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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3년, 매일 한결같이 행복합니다"

[일하는 발달장애인] 푸르메소셜팜 김명곤 직원

"취업을 위해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꿈만 같습니다. 좋은 직장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 10월 열린 푸르메소셜팜 착공식에서 장애직원 대표로 무대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마음을 다해 감사의 말을 하던 청년. 고등학교 졸업 후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던 중 2020년 10월에 푸르메소셜팜 1기 직원으로 채용된 김명곤(26) 씨입니다. 그 후 3년 5개월이 흐른 지금, 명곤 씨는 매일 아침 같은 얼굴로 농장에 출근합니다.

▲ 2020년 10월 푸르메소셜팜 착공식에서 장애직원 대표로 인사하는 김명곤 직원. ⓒ푸르메재단

명곤 씨는 늘 한결같습니다

'요즘 어떻느냐'고 물을 때마다 순한 얼굴로 "좋아요", "재밌어요"라고 답하는 명곤 씨의 속 깊은 얘기가 궁금해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무이숲에서 얘기하자고 하니 역시나 '좋다'며 발을 옮깁니다. 그런데 음료를 사주겠다고 하자 대번에 자기는 먹지 않겠다며 극구 손을 내젓습니다. 덩달아 주문하지 못한 채 마른 입으로 자리를 찾는데, 문득 참 명곤 씨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입사 초기 직무교육을 받을 때의 명곤 씨 모습. ⓒ푸르메재단

푸르메소셜팜 1기 직원들은 스마트팜 유리온실이 막 지어지기 시작할 무렵 입사했습니다. 당연히 구내식당도, 출퇴근 셔틀버스도 운영되기 전이었지요. 명곤 씨는 이동지원차량을 타고 다녔는데, 시간이 맞지 않으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누군가 데려다준다고 해도 거절하고 차량이 올 때까지 꿋꿋이 기다렸죠.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함없는 명곤 씨입니다.

"일을 안 했으면 돈 버는 재미도 몰랐겠죠?"

명곤 씨는 푸르메소셜팜 가공동에서 일합니다. 토마토 분류, 선별, 세척, 포장 등의 업무를 2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하고 있죠. 지금 하는 일이 매우 만족스럽답니다. "가공동은 시원해서 좋아요. 똑같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일을 돌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것도 좋아요. 그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실링 작업(방울토마토를 담은 플라스틱 컵을 비닐로 봉하는 작업)이에요."

그 이유가 재밌습니다. "다른 직원은 몬디(비닐에 인쇄된 푸르메소셜팜의 토마토 캐릭터) 얼굴을 삐뚤게 덮는데, 저는 가운데 오도록 예쁘게 작업한다고 칭찬받았어요. 그래야 제조일 도장을 찍는 사람이 편하거든요."

명곤 씨는 출근하고 일하는 것이 늘 즐겁다고 말합니다. "일을 안 했으면 돈 버는 재미를 몰랐을 것 같아요. 요즘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집에 생활비를 보탤 수 있어서 기뻐요."

▲ 가공팀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하는 명곤 씨. ⓒ푸르메재단

"자립 준비는 미리미리 해야죠!"

월급에서 명곤 씨가 개인적으로 쓰는 돈은 고작 2만 원. 미용실 갈 때 쓰는 비용입니다. 그 외에는 특별히 사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집 생활비로 보태고 남은 돈은 모두 저축한답니다.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살게 되면 집도 사야 하고, 크루즈 여행도 가야 하니까요."

명곤 씨는 진즉부터 자립 준비에 한창입니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이불 개고, 분리수거하고, 쓰레기 버리고…. 이런 집안일을 제가 혼자서 다 해요. 자립하면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하니까 제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명곤 씨는 오전 업무가 끝나면 재활을 위해 일주일에 3일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갑니다. 다른 날은 부족한 지구력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집 주변 공원을 2시간씩 걷습니다. 집에 와서 청소와 저녁 준비 및 식사, 설거지를 하고, 씻으면 저녁 7시쯤이 되지요. 그때부터 30분간 잠시 쉬다가 잠자리에 듭니다. "7시 30분에 잠을 자요?"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네.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머리에서 멜라토닌이 활발하게 나오는 시간이라 일찍 자는 게 좋다고 했어요." 옳다고 생각하면 스스로와도 타협하지 않는 명곤 씨의 태도가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희망의 아이콘으로 우뚝 섭니다

푸르메소셜팜에서 일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질문을 들은 명곤 씨가 눈동자를 위로 올리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똑같다"고 대답합니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제가 일할 곳이 있다는 게 기쁘고 여기서 일하는 게 즐거워요." 급하게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답을 찾는 것도 참 명곤 씨답다고 또다시 생각합니다.

▲ 절친한 입사 동기인 주호(사진 오른쪽) 씨와 함께. ⓒ푸르메재단

늘 변함없는 명곤 씨에게도 특별히 더 행복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일하다 보면 주호 씨(친한 직원)랑 같은 작업에서 만나는 날이 있는데, 같이 수다 떨면서 일할 때가 제일 즐거워요."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귀하게 여기고, 스스로 설 그날을 위해 자신을 다그쳐가며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명곤 씨. 그와 같은 직원이 있어 푸르메소셜팜이 발달장애 청년 모두가 바라는 꿈의 직장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채용부터 자립까지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명곤 씨의 행보가 많은 발달장애 청년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봅니다.

*위 글은 비영리공익재단이자 장애인 지원 전문단체인 '푸르메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가기 : http://purm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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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재단

지난 2005년 설립된 푸르메재단은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비영리단체다. 2016년 서울 마포구에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 장애어린이의 치료와 재활을 돕고 있다. 현재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이은 2기 사업으로, 학업과 재활치료를 잘 마치고도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는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한 일터 ‘푸르메소셜팜’을 완공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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