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한다는 의사들 정말 참 무책임하네요. 환자들이 수술 못 받아서 큰 일이라도 나면 책임진답니까?"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접수처 등에서 다음 차례를 알리는 '띵동'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접수처 앞에는 수십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초조한 모습으로 자신의 순서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 안내데스크에서는 "오늘 진료가 가능하나요?", "원장님 얼굴을 볼 수 있나요?"라는 등 환자들의 불만 섞인 질문이 들리기도 했다.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70대 김모씨는 "오늘 전공의들이 빠져서 접수는 해주지만 진료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완도에서 멀리까지 진료를 보기 위해 왔는데 어디서 진료를 받아야 할지 답답할 노릇이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른 시간부터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이들은 진료를 받기 위해 키오스크 달라붙어 접수를 진행하고 있었다.
원무과 직원들은 쉼 없이 울리는 전화 문의에 "확실한 답변을 드릴 수 없다. 접수는 가능하다"는 대답만 되풀이하며 환자들을 달래기 바빴다.
대기실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TV와 스마트폰을 통해 '전공의 파업'에 관한 뉴스를 보며 걱정 가득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서 환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조선대학교병원 소속 전공의 142명 중 10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레지던트 77명, 인턴 31명이 사직에 동참했다. 전체 전공의 중 75% 이상이 집단 사직에 들어간 것이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레지던트 153명, 인턴 71명 등 22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는 전남대병원 소속 전공의 319명 중 70.2% 수준이다.
실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대부분이 출근을 하지 않아 수술·진료 일정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들은 의료 당사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시민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남대병원에서 외과 치료를 기다리던 양모씨(50대·여)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정부가 증원해준다고 하니 파업하는 게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보호자 김모씨도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 측 주장은 잘 들리는데, 의사 측 주장은 잘 들리지 않는다"며 "환자들이 수술 못 받아서 더 큰 일이라도 나면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마치 환자들을 볼모로 밥그릇 싸움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네요"라고 지적했다.
반면 의료현장 혼란 등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 의대생 증원 정책부터 강행만 하려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왔다.
조선대병원에서 내과 진료를 대기하던 박모씨는 "정부가 미리 대비책을 세웠어야 한다"며 "만약에 이런 일이 생겼을 경우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대비책이 없으면 큰일 나지 않겠냐. 환자로서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부터 전남대·조선대병원에 집단행동대책반 소속 공무원들을 보내 전공의 사직·결근 현황 파악에 나섰다. 현장을 벗어난 전공의에 대해서는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으며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지역 내 병원 관계자는 "당분간은 외래진료·당직근무 일정을 조율한대로 운영한다면 공백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병원을 지키고 있는 인력들 역시 한계에 봉착하면 필수의료를 제외한 의료서비스 차질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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