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의 주민 혈세로 설치한 VR 체험장 장비들이 고장난 채 6개월 동안 방치된 것은 군에서 수리할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닌가요."
지난 7일 전남 함평 엑스포공원 VR 체험장. 입구에서부터 VR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포스터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VR 체험장 내부 또한 화려한 네온사인의 조명은 마치 가상현실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VR 게임을 체험하는 아이들의 비명소리로 가득해야 할 이곳은 쥐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고, 지나다니는 관광객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체험장에 들어서자 곳곳에는 '죄송합니다. 시스템 점검 중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VR 게임 장비는 멈춰있었다.
가장 먼저 보인 '퓨쳐바이크' 게임은 지난 2022년 오픈 당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게임 중 하나였지만 3대 중 2대가 고장이나 이용이 제한되고 있었다. 안쪽에 자리한 게임들 모두 상황은 마찬가지. 듬성듬성 작동하는 VR 게임 사이로 '워킹(우주체험)', '워킹(해저탐험)', '패러글라이딩' 등의 VR 기기의 모니터는 검은 화면만 유지한 채 덩그러니 방치되고 있었다.
이처럼 수억원을 들여 만든 함평 VR 체험장이 관리 부실로 수개월째 VR 장비들이 고장난 채 방치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8일 함평군에 따르면 함평 엑스포공원 'VR 체험장'은 지난 2022년 4월 총 사업비 총 5억6374만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VR 장비값만 총 3억원에 달하고 장비 한 대에 2000만원~3000만원이 소요됐다.
함평군은 나비축제 시즌에 맞춰 VR, AR(증강현실) 등 다양한 가상·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조성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목적이었다.
실제 개관 당시 한 달 만에 3000명의 누적 이용객을 기록하고 이용료 수익도 2700만원에 달하면서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군의 총체적 관리부실로 지난해 8월부터 오류가 발생하면서 현재 17대 중 5대가 먹통이 된 상태다.
약 6개월간의 기간 동안 고장난 채 내버려둔 것에 대해 관광객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VR 체험장을 방문했다는 A씨는 "지난달에도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게임이 고장나 수리를 요청했지만, 지난 주말에 방문했을 때도 여전히 고장이 나 있었다"며"고장난 채 6개월 동안 방치하는 것은 군에서 수리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같은 불편은 관광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졌고 결국 VR 체험장을 찾는 관광객은 약 70%가 감소하고 일주일에 10팀도 찾지 않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에 함평군은 1000여만원을 소요해 5대 모두 수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수리에 들어가 '늦장 행정'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함평군 관계자는 "고장난 기기들 대부분 초창기 인기가 많았던 제품들로 고사양 프로그램의 지속된 실행으로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며 "설치한 업체에서도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입장에 수리를 할 수 있는 업체를 수소문하느라 기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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