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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친중 대립 대만 대선, 라이칭더 승리…中 불쾌감

대선 당일도 군사압박 가한 中 자충수?…대만해협 파도, 태평양까지 오나

'친미냐 친중이냐.'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성향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당선됐다.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로, 양안관계를 넘어 미중관계 및 동아시아 국제질서에까지 파장이 예상된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밤 9시58분 개표완료 시점에서 라이 후보는 558만6000표(40.05%)를 득표해 친중 성향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 후보(467만1000표. 33.49%)에 약 90만 표차의 승리를 거뒀다.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369만 표로 26.46%를 득표했다. 민중당의 예상 외 약진을 놓고, 지난해 11월 국민당-민중당 간 야권 후보단일화 합의가 불발된 것이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른 결정타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리한 라이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대만이 전 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며 "중화민국은 계속해서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권위주의'로 지칭하며 견제·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 후보는 대선 기간 유세에서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 중국의 '일국양제 방안'에 반대한 결과"라거나 "주권이 없는 평화는 홍콩과 같은 거짓 평화", "중국을 지지하는 후보를 뽑으면 대만 민주주의는 사라진다"고 하는 등 반중 성향을 뚜렷이 드러냈다.

다만 민진당은 대선과 같이 실시된 총선에서는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총선 결과는 오히려 국민당이 52석으로 1석차 1당이 됐고 민진당은 51석, 민중당 8석, 무소속 2석 순이었다. 라이 후보의 득표율(40%)도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차이잉원 현 총통이 얻었던 57%에 비하면 다소 낮은 수치다.

대외 파장은?

반중 강경파로 꼽히는 라이 후보의 당선은 중국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선거 직후부터 라이 당선의 의미를 축소하며 불쾌감을 표하고 나섰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선 결과에 대해 "이번 대만 지역의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민진당이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얻지 못했고, 총선에서도 2당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중국은 또 "이번 선거는 양안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양안의 동포가 갈수록 가깝고 친밀해지려는 공동의 바람을 바꿀 수 없다"면서 "조국이 결국,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대만 선거 결과를 아예 보도하지 않는 등 지난 2020년 대선 때와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오는 5월 라이 총통 취임식까지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과 관련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경제적 압박에도 나섰다.

그러나 대선 당일에도 지속된 중국의 군사적 위협 등 무리한 압박이 오히려 역풍을 낳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대만 유권자들은 '민진당에 대한 투표는 전쟁'이라는 중국의 경고를 무시했다"며 "경제적으로, 또 해상과 공중에서 군사적 괴롭힘을 지속하는 중국의 강압적 행태는 중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독립을 지키려는 대만의 열망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자업자득이란 얘기다.

실제로 13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대만군은 전날 새벽 6시부터 이날 동일시각까지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8대와 군함 6척을 각각 포착했다. 또 12일에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온 중국 정찰풍선 2개가 탐지됐고, 중국군 소속 군용기 10대와 군함 6척이 포착됐다.

반면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라이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대만 국민들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 및 선거 제도의 강건함을 확인한 것도 축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양안관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및 이견에 대한 평화로운 해법 모색, 강압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를 약속한다"며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경제와 문화, 대인 교류 등 다방면에 걸쳐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자유와 민주, 번영을 위해 투쟁하는 모두에게 좋은 귀감으로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미국은 "(미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 정책 및 대만관계법에 부합해 오랫동안 이어온 비공식 관계를 심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해 '하나의 중국'이라는 마지막 선(線)은 건드리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파장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한국 외교부는 14일 당국자를 통해 "우리 정부의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선거 후 대만해협 긴장 고조 우려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며 역내 평화와 번영에도 필수 요소"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밤 대만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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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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