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4년간의 공식 활동 기간을 끝마쳤지만 핵심 과제들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못하면서 '허울뿐인 조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7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따르면 조사위는 4년간의 공식 활동을 마치고 이날부터 6개월간 활동 조사에 대한 대국민 보고서 작성 작업에 착수한다.
조사위는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지난 2019년 12월 출범했다.
조사위는 그동안 21개 직권조사 과제를 중점으로 조사를 이어왔다. 이 중 핵심과제로는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 및 경위를 비롯해, 행방불명자의 신원 및 소재,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계엄군의 헬기 사격에 대한 경위 등이 꼽힌다.
하지만 4년간의 긴 시간임에도 진상규명 핵심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허송세월만 보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가해자들에 대한 고발 및 수사요청 건수는 한 건도 없었으며,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도 3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1건만 통과되고 2건은 기각됐다.
여기에 조사위의 진술 중심 조사 진행 방식은 신뢰성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5·18 투입 계엄군 2만317명 중 318명에 대해 진술조서·녹취·녹화를 듣고 1193명에 대해 면담·전화조사를 해 진술을 확보했으나, 이 중 유의미한 진술과 증언을 내놓은 것은 246명에 그쳤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 등을 포함해 신군부 핵심 인물들 73명도 조사했으나 유의미한 진술을 한 이는 한 명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발포 책임자를 특정지을 만한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유의미한 진술과 무의미한 진술을 나누는 기준은 누가 정했는지, 누가 판단하는지 모르겠다"며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보다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보면 정말 진상규명에 힘을 썻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조사위가 해산되면 자칫 이대로 진실이 묻힐까 두렵다"며 "보고서 작성 이후에도 미해결 과제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기 위해 조사 진척도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고, 후속 조사 방안을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조사위를 통해 31사단 소속 방위병들이 민간인 학살에 가담했다는 사실과 1980년‧1981년 당시 검거된 북한 간첩들이 광주와 무관하다는 사실 등은 조사위 활동을 통해 새롭게 확인됐다.
하지만 4년 활동의 성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부실 보고서 작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사위는 진상 규명된 사실 등을 종합해 오는 2024년 6월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보고서를 만들어 대국민 발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조사위 관계자는 “미처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추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침을 마련하겠다”며 “무거운 역사적 책무를 저버리지 않고 남은 기간 보고서 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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