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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되면 지역 살아난다? 양날의 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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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되면 지역 살아난다? 양날의 검 될 수 있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브랜딩으로서 세계유산? 경제적 효과 대 지역공동체

16번째 세계유산, 가야고분군

지난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가야고분군(Gaya Tumuli)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가야고분군은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았다.

가야고분군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이다. 7개 고분군은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구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이다.

가야고분군이 지난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이후 올해 실제 등재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니 그간 10년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16번째 세계유산을 가지게 되었다.

▲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고령군

세계유산협약이 등장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 즉 이집트 아스완 하이 댐 건설로 고대 누비아 유적이 수몰 위기에 빠져 이에 대한 보호운동이 세계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세계유산제도가 모든 인류가 인정할 만큼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진 세계유산을 다음 세대에 잘 전달하기 위해 유산의 보존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유산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유네스코뿐만 아니라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하는 당사국, 즉 국가 정부는 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동전의 양면처럼 동등한 위치에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번 등재를 결정하면서 몇 가지 사항을 권고했는데 가야고분군의 보존을 위한 내용뿐만 아니라 "구성요소 전 지역에 대한 홍보 전략 개발"에 대한 사항도 권고했다.

지역브랜딩의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서 세계유산, 경제적 효과는?

유산은 사실상 하나의 중요한 관광의 요소로 여겨진다. 오늘날 유산장소는 관광객을 유혹하고,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장소가 유산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으로 끊임없이 나타난다.

유산은 글로벌 관광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며 다각적으로 판매되고 다각적으로 소비된다. 유산은 과거의 현재적 사용이며, 유산의 사용은 문화적 목적뿐만 아니라 경제적 목적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산의 가치 또한 현재 상황에 따라 평가되고 선별된다.

유산관광은 관광의 새로운 공간적 패턴을 유발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세계유산협약이 시작된 이후로 많은 국가가 세계유산등재에 열을 올리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라는 국제기구의 인증을 받은 브랜드로서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의 영광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영광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세계유산이라는 레벨이 붙었지만 사실상 국가 또는 지역의 유산으로 작동한다는 점, 이 부분이 경제지리학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지역 브랜딩의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서 세계유산의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통상적으로 문화산업에 이루어지는 투자는 고용증가 및 소득증대 등 다양한 형태로 그 효과가 나타나 경제에 이롭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유산의 경제적 효과는 좀 더 주의를 요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지역의 내외부를 구분해 경제적 효과가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봐야 한다.

직접적 효과와 간접적 효과를 구분해 생각해보자. 직접적 효과는 유산 자체에서 발생하는 효과로 유산장소 입장료 수익, 부가가치, 또는 고용으로 측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박물관 설립은 박물관 내 고용증가로 이어지고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효과와 인상된 입장료로부터 발생하는 효과인데 입장료로 인한 수익은 지역 밖에서 온 방문객의 것만을 고려해야 한다. 어차피 지역 내에서 일어났을 소비가 재구성된 것이라면 유효하지 않은 것이다.

간접효과는 유산관광으로 인해 에너지, 교통, 음식, 숙박 등의 수요가 생겨서 지역 내에서 이런 사업에 대한 생산 증가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이런 부수적인 지출이 모두 유산 때문에 일어났다고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관광 투자와 유산의 이미지 때문에 파생된 축제, 행사 등이 있는데 이로 인한 소득 창출도 간접적 효과이다. 또한 유산관광과 이에 대한 투자로 인해 해당 지역이 거주하기에 좋거나 사업을 하기에 좋은 곳으로 여겨져 더 많은 투자나 소득 증대를 이끌어 내는 효과도 고려할 수 있으나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측정해야 하고 정확한 측정이 어려운 점이 있다.

이와 함께 악영향도 측정해야 한다. 대체효과는 유산 관련 축제기간 동안 숙박시설이 꽉 차서 원래 왔었을 방문객이 객실을 확보하지 못해 못 오는 경우, 해당 지역 내 유산 관광산업으로 인해 지역 내 다른 부분에서의 고용이 낮아지거나, 특정한 행사 때문에 해당 영역에서 다른 회사들의 이익이 감소할 때 나타난다. 유산의 파손과 마모, 기반시설 부담비용도 악영향으로 측정해야 한다.

지역공동체 참여와 지역정체성

그런데 지역브랜딩으로서 세계유산이 가지는 효과는 경제적인 것만 있을까? 지역브랜딩은 장소마케팅처럼 지역의 경제적 이익에만 중점을 둔 지역의 상품화와는 달리 지역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하고 지역공동체들의 자부심과 문화 참여 등도 포함한다.

세계유산제도도 과거 전문가 위주의 유산 평가와 관리체제에서 벗어나 지역공동체의 유산 보존관리 참여, 유산 가치 평가에의 참여 등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같이 세계유산을 지역과 분리된 물리적 보호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유산을 오랜 기간 동안 형성하고 함께 한 지역과 지역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지역의 총체적 발전 속에서만이 가능한 것임을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상 세계유산 등재효과로 나타나는데 많은 세계유산 지역의 지역공동체들이 세계유산 등재가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만들어내고 지역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끌어올려 유산보존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만들어냈음을 인정하고 있다.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 세계유산 등재

세계유산은 지역에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지역공동체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지만 부정적 변화 역시 가져올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글로벌 타이틀을 가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글로벌 협약으로서 세계유산 제도의 여러 규제와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유산관광은 지역에 소득을 가져올 수 있지만 관광객 증가는 유산장소의 물리적 환경의 손상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세계유산은 세계유산지역과 그 주변지역 사이의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지역문화의 부흥은 지역관광상품과 지역특산물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변화와 지나친 상업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세계유산이 이제 총 16개가 된 이 시점에서 이제는 무조건적인 세계유산 등재보다 세계유산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측정해 볼 때가 아닐까?

■ 필자소개

김숙진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지리학과에서 'Scaling Nature: Technoscience, GMO and the Korean Seed Industry'로 박사학위를 받고,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대학원 세계유산학과에 재직 중이다. 현재 한국경제지리학회 편집부장을 맡고 있으며, 경제지리학과 사회공간이론, 자연과 사회의 관계, 세계유산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주 연구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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