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찰이 범죄 용의자를 붙잡았다가 느슨한 감독으로 도주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관리 소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광주동부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A씨(19)가 탈주해 3시간여 만에 다시 붙잡았다.
A씨는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한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USB와 문구류 등 2만8000원어치를 훔치려다 점주에게 적발돼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동부경찰서로 호송된 직후 경찰차에서 내리자마자 지구대 경찰관 얼굴을 폭행한 뒤 달아났다. 당시 차에는 다른 경찰관 1명이 더 있었으나, 운전대를 잡고 있어 A씨의 도주에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폭행·도주·극단적 선택 시도를 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호송 중 경찰차 안에서 A씨의 수갑을 풀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경찰 규칙상 호송 과정에서는 질병의 치료, 용변, 식사 때 한쪽 수갑만 풀어줄 수 있고 호송이 끝날 때까지 풀어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 같은 광주지역 피의자 도주극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올해만 벌써 3번째다. 2년 사이에는 총 5건에 달한다.
지난 9월 광주 북구 한 주택가에서는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입건된 20대 B씨가 주변 지구대로 임의동행하던 과정에서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에 달아나 2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지난 6월에는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베트남인 10명이 지구대 창문을 통해 집단으로 탈주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구대 회의실에서 조사를 기다리던 10명이 벌어진 창문 틈으로 하나둘씩 달아나는 동안 경찰은 팔짱만 낀 채 방심했다.
다행이 강제추방 등이 두려운 이들은 연락이 닿은 경찰과 지인의 설득 끝에 7명이 자수하고 나머지 3명은 거주지 등에서 체포됐지만 경찰의 부실한 피의자 관리의 전형을 보여줬다.
앞서 지난해 7월 광산구 하남파출소에서는 데이트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된 30대 남성이 조사를 받던 중 휴식시간을 틈 타 파출소 담을 넘어 달아났다가 7시간 만에 잡혔다.
지난해 1월에도 광주 북부경찰이 수갑을 채운 피의자를 병원에서 놓치기도 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속임수에 경찰이 방심하고 수갑을 풀어준 게 원인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찰은 피의자의 인권보호 차원이라고 해명하지만 잦은 범인들의 탈주로 시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피의자라 하더라도 인권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차에서 잠시 수갑을 풀어주기도 한다"며 "현행법은 수갑을 채우는 것을 강압적인 수사로 보고 너무 많은 제약을 걸고 있어 수갑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많은 터라 수갑 사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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