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잼버리대회 준비 부족에 대한 책임공방이 여전한 가운데 지역에서는 대회 개최 2년 전부터 경고음이 울렸던 것으로 확인된다.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제기가 불붙었던 것보다 1년여 앞서 전북도의회에서 여러차례 조직위와 여성가족부, 스카우트 연맹, 전북도 등에 차질없는 준비와 대안 마련 등을 촉구했던 것이다.
잼버리 개최 2년 전인 2021년 9월1일 열린 전북도의회 제384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 나선 성경찬 의원(더불어민주당, 고창)의 지적은 ‘전북도 책임론’이 여전한 오늘의 시점에서 새삼 되돌아볼만 하다.
당시 성경찬 의원은 2년 앞으로 다가온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대해 “대회를 위한 기반 시설들이 하나둘 갖춰지면서 대형 국제행사를 맞이하는 도민의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세계잼버리가 전라북도를 홍보할 절호의 기회”라며 “12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들에게 전라북도의 매력을 알리고 평생을 두고두고 간직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게 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추진계획을 살피고 잼버리지원단장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청취해보니 전라북도가 각국의 손님을 맞을 준비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안도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 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새만금 잼버리가 역대 최고의 잼버리대회로 기억되길 희망하며 5분 발언을 통해 제안한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성 의원은 “대회가 열리는 8월 1일부터 12일은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이고 잼버리 부지는 바다를 접한 넓은 평지로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해서 야영 활동과 숙식에 불편이 우려된다”면서 “전북도가 대(隊, Troop)별 대형 쉘터를 설치하고 중앙보행로에 덩굴식물을 이용한 그늘터널을 조성해 폭염에 대비한다는 계획이지만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환경을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 의원은 기상청으로부터 2015년부터 2021년에 이르는 부안군의 평균 온도와 습도 자료를 첨부한 뒤 “부안의 8월 1~12일의 최고온도 평균이 가장 높았고 뒤로 갈수록 온도가 떨어졌고 12~23일의 경우 최고온도 평균이 31.6도로 대회 예정일보다 1.2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정을 단 며칠 늦추는 것 만으로도 더 쾌적하고 좋은 환경의 대회를 치를 수 있다고 ‘연기론’을 제안했다.
또한 “참가자들의 위생과 안전을 위한 방역시스템, 잼버리 종합병원 운영 등의 기본적인 준비는 이미 갖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감염병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하다고 말만 하는 것보다는 감염병을 대비한 완전무결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접 보여주는 것이 참가자들의 걱정을 단번에 불식시키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2년 전에 전북도의원의 눈에 비친 대회 준비과정의 문제점은 결국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던 셈이다.
같은 회차 임시회에서 전북도의회 예결특위는 추경심사시 세계잼버리 기반시설 설치보조금 지원사업이 기재부의 ‘2020 회계연도 결산 100대 문제사업’에 분류된 것을 지적하면서, 신속한 절차이행 등 성공적인 대회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북도의회는 이어 계속되는 문제제기에 대해 현장 확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한 달 뒤인 10월18일 예결특위 위원들이 잼버리 부지를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도 김정수 당시 예결특위원장은 “2022년 본예산에 폭염과 감염병 예방에 대응한 꼼꼼한 예산편성” 당부와 함께 “2023 세계잼버리를 전북발전의 지렛대로 삼는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이어 2022년 11월 21일에 열린 제396회 정례회 5분자유발언에서 강태창 의원(더불어민주당, 군산1)은 여성가족부와 조직위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강태창 의원은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시기는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참가자들이 폭염·폭우, 모기와 나방 등의 곤충, 수인성·식품매개에 의한 집단 감염병에 노출돼 있으며, 새만금으로부터 날아오는 비산먼지로 인해 쾌적하고 안전한 야영 활동을 방해받을 여지가 높아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지만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의 준비가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성가족부와 스카우트 연맹 등을 향해서도 ”관련 주체들 간의 긴밀한 소통과 잼버리 대회 준비의 핵심 중추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장관 역시 뜻을 같이하고 있어 대회 준비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느냐“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 같은 전북도의회의 지적은 허공에서 맴돌았을 뿐 대회 주체들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여전히 허둥지둥하다 대회 개막과 함께 파행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회 초반 영국과 미국의 대원들이 불명예스럽게 퇴영을 결정하자 김정기 도의원(더불어민주당, 부안)은 자신의 SNS에 당시의 참담한 심정을 남겼다.
김정기 의원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기 철수 과정을 보며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면서 ”그동안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잼버리에 대해서 최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마지막 유종의 미라도 거두기 위해 노력했건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하고 뭐라 말하기도 힘든 좌절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 전북도의회에서는 더한 강도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었으나 국제대회를 치르는 과정에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先 지원’ 모드로 대응했다.
그러나 ‘잼버리는 여전히 준비 부족이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푼 기대감을 안고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큰 실망과 어려움을 안겨주었다’는 것이 김 의원의 판단이었다.
대회 개최지가 지역구인 김 의원은 “이 점에 대해서는 나 또한 청소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부끄러우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 “더 집요하게 준비사항을 지적하고 문제점들을 더 많이 주변에 알리며 대회를 맞이했어야 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김 의원의 분노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철영 결정에 대한 비판에서 절정을 맞는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개최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대원들을 철수 시키느냐”면서 “잼버리를 준비하며 만약의 상황을 위한 플랜B에는 전북 342개 학교 및 체육관, 비상 대피소로 이동시키는 메뉴얼도 있는데도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이 어떻게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는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대통령의 결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개될 정부 여당의 ‘전북책임론’공격을 예견한 듯 “앞으로 어떤 국제 대회가 있든 개최지역에서 진행을 하다 문제가 있을 경우 개최지를 변경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더 겪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김정기 의원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새만금의 부정적 이미지 확산과 전라북도의 이미지 실추 등 다가오는 미래가 너무나 어둡게만 느껴진다”고 남겼고 그의 걱정은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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