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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 번…전북 도지사의 삭발, 더는 보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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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 번…전북 도지사의 삭발, 더는 보고 싶지 않아”

또 한 번의 ‘삭발’이 예고되고 있다.

7일로 예정된 전북도민들의 대규모 ‘새만금 예산 정상화 촉구’ 관련 상경 집회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등이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는 삭발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북도청 간부회의에서도 언급됐으며 전북도의회에서도 공공연하게 논의되는 것을 보니 검토에서 실행의 단계로 가는 모양새다.

앞서 전북도민들은 두 명의 도지사가 대중들 앞에서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감행한 전례를 기억한다. 지난 1995년 민선 단체장 등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30년 가까이 전국적으로 2명의 광역 단체장이 삭발을 했는데, 모두 전북도지사라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강현욱 전 전북도지사는 2003년 6월, 새만금 사업이 환경단체의 반대로 사업이 중단되자 서울로 올라가 당시 유철갑 도의장을 비롯해 도민 30여명과 함께 삭발을 하며 “새만금사업 중단 요구에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내가 새만금을 시작을 한 죄인이기 때문에 이게 중단이 되면은 잘못한 건 나다. 목숨을 걸고 이걸 지켜야 된다”고 했다. 당시 도지사가 삭발을 하는 초유의 ‘사태’에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했고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두 번째는 2011년 이른바 ‘LH 사태’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김완주 전 도지사가 삭발에 나섰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한국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해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해 전북도민들의 분노를 자극했고 이에 김 전 도지사가 항의의 뜻으로 머리를 잘랐다.

강현욱 전 도지사의 삭발은 상당한 충격 속에 ‘환경단체의 패소’와 5년 뒤 새만금 방조제 완공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김완주 전 도지사의 삭발은 당시 정부의 계획대로 LH 본사가 경남 진주로 이전되면서 참담하리만치 쓰디쓴 기억으로 남았다.

▲강현욱 전 전북도지사(위)와 김완주 전 전북도지사의 삭발 모습. ⓒ연합뉴스

2023년 가을, 새만금잼버리 파행에 따른 책임 공방의 와중에 정부는 새만금SOC 예산의 대폭 삭감이라는 초유의 ‘보복’을 보이자 전북 지역구의 국회의원들과 전북도의원들 상당수가 삭발을 감행했다.

명분 있는 ‘분노의 삭발’이었고 좌절과 절망에 빠진 도민들을 대신한 그들의 결단에 대해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이후 일부에서는 전북도의 결연한 의지를 표출하기 위해서는 중량감 있는 도지사가 마저 머리를 깎는 등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아마도 11월7일 대규모 상경집회에서 김관영 지사가 삭발할 것이라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여론은 도지사의 삭발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도내 한 대학교수는 “도지사는 정치 행위를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200만 도민과 전북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행정가이다”며 “삭발은 정치행위이며, 정치로 정부와 여당과 싸우겠다는 것은 목적달성 여부를 떠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방정치인이 릴레이 삭발투쟁과 마라톤 항의 등에 나서며 도백의 동참을 희망하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는 한다”며 “다만 정파를 떠나 전북의 전 도민을 대표하고 여야는 물론 정부와 협상하고 협력을 구해야 할 도지사까지 삭발 대열에 동참하라고 몰아 붙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원로도 “도지사가 삭발이라는 강수로 다른 선택지 없는 배수진을 친다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새만금 예산 복원을 위한 도백의 결연한 의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미 요로에 전달된 것 아니냐. 전북 행정의 최고 수장은 정부와 여야에 민심을 전달하고 호소하는 등 행정 행위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퇴직 공무원은 “삭발을 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명분이나 절박한 사정이 있지만 과거와 달리 도지사의 삭발 항의가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결연한 자세와 단호한 의지로 새만금 예산 복원을 주장하고 협상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 행안위의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종전의 ‘전북 책임론’에서 ‘도백 책임론’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김관영 도지사 때리기에 노골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김 지사가 보란 듯이 머리를 깎는다면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여당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직 정치인도 “전북도민을 대표하는 도백이 정치 행위로 보이는 결단을 내린다면 정치의 장에 뛰어드는 격이 된다”며 “어떤 식으로든 정치가 아닌 행정력으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이 잼버리 파행에 대한 ‘전북 책임론’과 새만금 SOC 국가예산 삭감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만큼 도백이 분노하는 전북인의 심정을 대변한다는 차원에서 과감히 결행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도지사가 절망하고 분노하는 도민의 마음을 감싸 안고 필요하다면 대통령과도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도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삭발을 하는 것이 정치 행위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60대의 한 지역민은 “여당이 잼버리 파행 이후 노골적으로 ‘전북 책임론’을 제기하더니 정부가 장단 맞추듯 새만금 예산을 대거 깎아버렸다”며 “이 상황에서 ‘분노의 삭발’ 외에 도민들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오죽하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분개했다.

그는 “도지사는 전북도민을 대표하지만 전북도민과 싸우는 최전방에 서 있어야 하는 가장 책임감이 무거운 자리”라며 “도지사 삭발을 정치적으로 보는 그 자체가 정치행위인 만큼 민심만 보고 삭발하는 것도 진정성을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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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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