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가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할 것을 광주시 등에 권고한 데 이어, 행정안전부도 정율성의 이름을 딴 광주시내 도로명을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1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날 광주시와 남구에 양림동 '정율성로'에 대한 도로명 변경을 시정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정율성로는 광주 남구 양림동 출신인 정율성이 중국에서 유명한 음악가로 활약한 업적을 기리고, 중국과의 우호 증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과 연계한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지난 2008년에 '광주 남구청장'이 부여한 도로명이다.
남구는 양림동 257m 도로 구간에 정율성로로 도로명을 부여·고시해, 현재 972세대가 해당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행안부는 "정율성을 기념해 부여한 도로명이 순국선열 등의 영예를 훼손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변경하는 시정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행안부는 근거로 '6.25 전쟁 당시 남침에 앞장섰던 인물을 기리는 정율성 관련 기념사업이 국가정체성을 부인하고 호국영령의 영예를 훼손하기 때문에 해당 사업 일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가보훈부의 시정 권고를 들었다.
남구 관계자는 "조만간 광주시와 충분히 협의한 뒤 도로명을 기존대로 유지하거나 변경하는 등의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행정 절차상 도로명은 14일 이상 주민 의견 수렴을 공고하고, 의견 수렴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도로명주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변경할 수 있다.
해당 도로명주소에 거주하는 주민 5분의 1 이상으로부터 변경 동의를 받은 뒤 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실거주자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정율성로의 경우 행안부가 시정 조치를 내린 만큼 주민 동의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지자체에서 직권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정율성로의 명칭 변경은 광주시와 남구의 선택사항이다. 행안부의 조치는 '권고'에 그칠 뿐 이행 명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남구는 행안부의 권고 내용처럼 정율성로라는 도로명 지정이 위법한지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전날 국가보훈부의 '정율성 사업 즉각 중단'과 불이행 시 시정 명령 발동 경고에 '위법 사항이 없다'며 사업을 지속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시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라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장관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되어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며 "정율성 생가 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해 지혜롭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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