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투기 단속 CCTV가 있으면 뭐합니까! 불법 쓰레기들이 인도를 점령해 사람이 다니는 길인지 쓰레기장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입니다."
4일 오후 12시께 광주 남구 백운동 백운초등학교 인근 인도에는 악취를 풍기는 불법투기쓰레기들로 가득해 쓰레기 무덤을 방불케했다.
인도부터 도로까지 점령한 쓰레기무덤은 추석연휴 기간 사들인 과일 찌꺼기부터 시작해 식빵 등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투까지 모두 인도에 흩어져 있었고 썩은 과일안에는 구더기와 파리 등 벌레들도 득실거렸다.
깨진 소주병, 맥주병 등도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어 지나가는 차량들과 인도를 통행하는 행인들은 혹시나 다치지 않을까 조심히 피해가는 모습도 보였다.
청소기 호수, 에어프라이기 등 생활 폐기물들도 한켠에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심지어 배변 등 오물이 담긴 성인용 기저기도 버려져 악취 등이 심해 행인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쪽 가로수에 설치된 'CCTV 작동 중, 쓰레기 무단투기 적발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라는 푯말과 CCTV는 제 역할을 못한 모습이다.
인도를 지나던 심모씨(52)는 "무단투기 단속 CCTV가 있으면 뭐합니까. 불법 쓰레기들이 인도를 점령해 여기가 사람 지나다니는 길이 맞나, 쓰레기장인가 싶을 때가 있다"며 "관리가 안되니까 가구나 생활폐기물도 차에 싣고 와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오후 인근 월산동 무진중학교 버스정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쓰레기 불법투기 금지', '쓰레기 배출방법 위반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라는 플랭카드가 무색하게 바로 앞에는 무단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었다. 인근 가게주민이 주변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듯 시민들의 양심을 지적하며 다시 가게로 돌아가기도 했다.
인근 음식점 종업원 이석순씨(74‧여)는 "길을 가다 갑자기 차를 세우고 불법으로 쓰레기들을 던지고 가는 양심없는 차주들도 자주 목격했다"며 "특히 먹다 남은 음식들을 무단으로 버리고 갈 때가 많아 악취로 매일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3년여 동안 불법투기 과태료 부과 건수는 동구 884건, 서구 1173건, 남구 3392건, 북구 1498건, 광산구 1012건으로 적게는 하루 0건에서 많게는 하루 7건의 단속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구도 매년 일반 생활폐기물 약 2만2000톤, 음식물 약 1만9000톤, 재활용폐기물 약 4000톤이 배출되고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남구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약 6억원의 예산을 들여 불법투기 단속 CCTV 213대와 불법투기 예방을 위한 로고라이트 14대를 가동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무단투기 단속 CCTV의 야간 촬영은 주변이 어두워 투기범 등을 식별하기 어렵다는 한계점과 식별이 되더라고 개인정보 보호법 등의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어 남구에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중"이라며 "이번달부터는 청소차량10대와 생활쓰레기 처리 미화원 27명 증원 등 불법투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혈세를 들여 설치한 CCTV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주민 불편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법 쓰레기 근절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우선은 시민의식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 자치구에서 자원순환해설사 등 시민 교육 정책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데이터상으로 무단투기 단속 CCTV의 효과가 있는지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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