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입니다. 마약 중독에 대한 경계심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2~30대를 중심으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이용한 마약복용 실태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어, 정부·국회가 마약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마약'에 대해서 다루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마약 밀수·밀매·투약·소지 등으로 처벌되는 마약사범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2021년기준으로 1만6153명정도 됩니다. (2021 마약류 범죄백서, 대검찰청)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가 2023년기준으로 약 5156만 명정도 되니, 대략 0.03%정도 되겠습니다. 반면 UNODC(UN마약범죄국) 2023 세계마약사용실태보고서(World Drug Report)에 따르면 2억1900만 명, 전 세계 인구의 4.3%에 달합니다. 전세계 사용실태에 비추어보면 아직 대한민국이 양호한 편이라 할 수는 있겠습니다.
최근 북미는 마약관련 오남용이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펜타닐을 이용한 마약 투약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미국의 마약투약 통계인데(위 UNOCD 2023자료에서 발췌), 1999년 1만 명에 못 미치던 마약투약자수가, 2021년 8만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12년사이에 800%나 증가한 것입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유튜브에 미 필라델피아시 켄싱턴가의 충격적인 마약투약 동영상이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습니다. 모 일간지에서는 이를 '좀비랜드'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지요.
마약은 중독성이 매우 강해 재범률도 높습니다. 게다가 복용으로 인한 재활치료도 쉬운 편이 아닙니다. 요새는 마약의 환각성(hallucination)의 정도가 수십 수백 배 강한 형태의 마약(케타민, 펜타닐)이 등장하고 있어서, 한 번 마약에 중독되면 앞으로의 수십 년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됩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마약재범률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32~36%는 결국 마약에 다시 빠지게 되죠.(2021 마약류범죄백서, 제3장 248쪽, 대검찰청)
마약범죄는 생산-유통-소비가 일련의 사슬망처럼 얽힌 범죄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고리를 찾아내면, 다른 사슬망들을 모두 찾아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적 마약범죄조직 정보망, 세관을 통한 국내유입과정에서의 단속, 국내유통단계에서의 추적, 소비가능성이 높은 장소에서의 잠복수사등 다양한 과학적 기법과 수사방식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범죄수법이 다양해지는 만큼, 수사당국 역시 다양한 방식을 고안해내고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과학기법이 바로 '하수역학 마약류 사용 행태조사'입니다. 마약은 자연상태에서 합성이 될 수가 없고, 마약 투약은 소변을 통해서, 마약 제조품 등 중 일부는 물로 흘려보냄으로서 하수에 흘러들어갈 것입니다. 따라서 하수를 이용해서 그 지역에서 사용된 불법적 마약사용량을 추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의약용 마약품은 철저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하수로 흘러들어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약은 하수에 흘러갈 때까지 희석되지 않을 만큼 강력합니다. 이러한 하수역학을 이용한 마약류 사용 행태조사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되었죠.(최영희 의원)
결과도 꽤나 충격적입니다. 인구 약 1000명당 필로폰(메스암페타민)양이 21.8밀리그램, 암페타민이 4.22밀리그램, 소위 엑스터시(MDMA)가 2.09밀리그램, LSD마약도 0.02밀리그램 정도 하수에서 추출되었습니다. 우리 인구가 5156만 명이니,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의 경우 1.09킬로그램, 1인당 필로폰 투약량이 0.03그램 정도이니, 약 3만명 정도가 메스암페타민을 투약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공식 마약사범 통계량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이에 다양한 대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18일 발표된 '정부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주요성과 향후계획' 자료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정부의 마약에 대한 심각성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마약류 사범 적발, 마약 압수 증가, 마약류 중독 재활교육 의무실시, 유입감시 등 다양한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법으로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마약류 대책 협의회'를 신설하도록 했습니다.(강훈식 의원, 위원회 대안처리)
문제는 이러한 마약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면서, 심지어 마약을 타인에게 몰래 먹이고, 투약당한 사람을 협박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일어난 일이 그러했죠. 이른바 '퐁당마약'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못된 자들은 현행 형법상 중상해죄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나, 양형이 너무 낮습니다.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 최소 형의 하한만 정하고, 상한을 두지 않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되었습니다. 최소 3년이상 형에 처하자는 겁니다. (민형배·서영석 의원) 타당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술을 써서 타인을 불구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으니 가중처벌돼야겠지요.
마지막으로 마약류 범죄의 수사방식과 관련하여서도 이를 명확하게 법정화하는 내용 또한 발의되고 있습니다. 마약류 범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성격상 수사기관으로서는 위장·잠입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사관이 신분을 밝힐 수도 없고, 오히려 판매자나 구매자, 또는 조직책인 것처럼 행동을 해야 일망타진을 할 수 있죠. 때론 신분증명서등을 위조하거나 전자기록을 조작할 필요도 있습니다. 내지는 가짜로 마약류를 판다고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광고를 하기도 해야 합니다.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는 실제 마약을 사용하기도 해야 합니다.
법상으로 보면, 사실 이것이 범죄이죠. 하지만 수사기관의 경우는 과거 '함정수사(Entrapment)'라고 하여 이를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수사기법의 하나로 활용해왔습니다. 예를 들어서, 마약류 판매자로 하여금, 마약을 사겠다고 하여 꾀어내어 이를 잡아들이는 행위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라고 하여 이를 법적으로 허용해주었습니다. 법원 판례가 그러했습니다. (대법원 2007.7.26.선고 2007도4532판결)
반면에 범죄를 행할 의사가 없던 사람인데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서 범죄를 범할 의사를 품게 하고 범죄를 범하게 했다면, 이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라고 하여 법절차 위반으로 공소제기가 무효라고 보아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수사 현실에서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를 대부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예를 들어, 마약을 투약하지 않으려는 사람인데(다만 호기심 정도는 있을 수 있는데) 수사기관이 이를 꼬드겨 마약을 복용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이미 마약을 투약한 전례도 있고, 마약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마약 판매를 미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보기 어렵겠죠.
마약류 범죄에서의 이와 같은 신분비공개/위장 수사를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마약류 범죄자들이 이러한 법 논리를 이용해 '본인의 경우 기회제공형 수사대상이 아니라 범의유발형 수사대상이었기에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도 꽤나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번 이장섭·강준현 의원 법안은 이러한 함정수사를 법정화하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러한 신분비공개/위장수사에 대해서 상급 수사기관에 보고하여 승인을 받거나, 검사의 영장을 받아(허가신청), 법원에 이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통제받게 되겠지요. 또한 수사기관 수사담당자들이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이를 면책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를 좀먹는 마약류 범죄에 대해서는 보다 고강도로 국회·정부가 대응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U·미국·호주 모두 이러한 마약류 범죄와 마약 투약에 대한 재활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마약류 통제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합니다. 마약류 투약자에 대한 사회적 재활은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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