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지도자로 뽑힐 정도로 이웃들의 농사나 집안일을 솔선수범했던 사람인데…"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일가족 5명 사망사건을 두고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음독한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범행 동기가 드러나지 않아 의문만 커지고 있다.
19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 54분께 영암읍의 한 농가에서 일가족 5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가장 A씨(59)와 아내 B씨(56), 중증장애인 20대 자녀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이웃은 A씨의 집을 찾았다가 주택 창문 등에 혈흔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두 차례에 걸친 현장감식과 1차 부검 결과 A씨가 벌인 '일가족 살해 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내와 아들들의 사인은 흉기에 의한 타살로 추정되며 A씨가 가족을 해치고 농약을 마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흉기 1점과 싱크대에서 농약 1병이 발견됐다.
◇ 마을 주민들 "새마을 지도자로 뽑힐 정도로 성실한 사람"
A씨와 함께 지낸 마을 주민들은 "그는 마을에서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또 "마을 주민들을 많이 돕고 살았던 착한 사람이었다"거나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A씨는 이웃들의 농사나 집안일도 자기 일처럼 나서며 도우면서 좋은 평판을 얻고 영암읍 새마을 지도자로 활동했다.
이러던 A씨가 다른 마을 여성을 겁탈했다는 성범죄 혐의가 알려지면서 가정불화를 겪은 게 사건의 단초가 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앞서 A씨는 지난 4일 다른 마을 여성을 겁탈했다는 성범죄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A씨는 숨지기 이틀 전인 13일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며 다음달 5일로 출석 일정을 조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변호인측에게 "아이들을 지자체에 장애인 등록을 할 때 피해 여성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피해 여성과는 불륜사이였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성범죄 사실 알려지면 죽어버리겠다" 암시
성범죄 신고는 피해 여성의 남편이 한 것으로 전해졌고 A씨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굉장히 심적 압박이 크다'는 이야기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가 지인에게 '고소된 것을 부인이 알게 되면 절대 안 된다', '만약에 우리 부인이 알게 되면 가족들 싹 다 죽여버리고 자기도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경찰은 A씨의 성범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 조사, 부검 결과 등을 통해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 등을 명백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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