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3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3 평화통일시민강좌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 북한의 건축과 경제 및 기후위기 대응, 전쟁국가 미국, 미일동맹의 역사를 3월 18일부터 11월 18일까지 신촌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8월 26일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가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금기와 침묵의 공간을 만드는 '국가보안법'
한반도 전쟁위기가 매우 높지만,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전쟁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이 '북한 정권 종말'을 언급할 때 '그렇다면 남한은 어떻게 되겠는가?'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이고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다. 휴전선에 배치된 수만의 장사정포는 유사시 1시간 만에 수만의 포를 쏠 수가 있다. 우리에게 전쟁은 남북 모두의 절멸이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 북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한미동맹 해체를 말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주권재민의 정신을 담고 있고 촛불혁명에 의해 대통령도 탄핵할 정도로 국민의 힘이 막강하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만은 국민은 완벽하게 무력하다. 1948년 김구 선생처럼 통일에 뜻이 있는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북에 가거나, 남북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그 누구도 자유롭게 북과 대화하거나 북한에 갈 수 없다.
유치원 교재부터 초중고 교재까지 국가보안법상 문제가 없는지 사전 검열을 받는다. 우리 국민은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국가보안법에 의해 걸러지는 내용만을 접하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생명으로 하지만 국가보안법에 의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받는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이나 문화면에서는 세계 선진국이라 할 수 있지만, 국가보안법과 한미동맹에 관해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다. 한국은 분단 이후 지금까지 '침묵의 공간'이 되었다.
군사적 주권이 없는 한국이 세계 평화에 기여?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당선된 뒤에는 모두의 대통령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반대진영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짓밟고 있다. 반법치적, 반가치적 국정운영으로 사실 탄핵감이라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외국의 정상들과 회담을 할 때마다 우리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우리에겐 군사적 주권이 없으므로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하여 미군이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작전 지휘권도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있으며 유엔군사령부는 정전상태를 관리하면서 향후 남북 간의 전쟁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서 권리(right) 차원으로 한국에 들어와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불평등 정도가 훨씬 심하다.
필리핀의 경우 미군은 별도의 부지에 주둔할 수 없으며 필리핀 군부대 내에서만 주둔할 수 있다. 또한 핵무기 반입도 불가하며 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생기는 토지오염에 대해서는 전액 배상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미군이 사용한 시설에 대해서는 미군 철수 시 필리핀군에 귀속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보장한 '권리'로 인해 주한미군기지는 우리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며 미군의 무기 반입은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가능하다. 토지오염에 대한 배상 책임도 없다. 몇 년 전 시민단체가 용산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 소송을 걸어 승소했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은 미군이 아닌 한국 중앙정부가 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개방한 '용산 어린이 정원'은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는 주한미군으로부터 받은 부지를 토질오염에 대한 정화 없이 흙으로 덮어 정원으로 만들어 일반에게 개방했다. 이는 국민의 건강을 심각히 위협하는 행위인 동시에 미군의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거나 경감시켜 주었다. '용산 어린이 정원 문제 국회 논의'를 위한 청원 제출을 위해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및 무소속 의원 10명과 접촉했으나 모두 불가하다는 통보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책임을 통탄해야 한다
2018년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만 잘 이행되었어도 남북은 느슨한 연방정부의 수준까지 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남북관계는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때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항의했어야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 항의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당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가 엄중한 갈림길에 서 있던 때에 '휴전선 걷기 대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결국 2020년 개성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는 완전히 끝장나 버렸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 10만 시민들 앞에 세워 연설까지 하게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현했지만 남북관계는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망신을 당한 것이다. 북한은 수령체제로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이 절대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을 살려줄 사람은 2018년 정상회담의 당사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이후 남북관계가 파탄 난 원인에 대해 공식적으로 짚고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또한 북한에도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도 이와 같은 조치 이전에는 남북정상회담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손을 잡고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 핵을 포기하는 쪽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태도는 더 문제가 많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까지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한미관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안다. 하지만 지금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악법이자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국가보안법이 있어서 수구 세력들의 '빨갱이 공격'이 가능하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전쟁을 막기 위한 국민 사이의 활발한 공론화도 기대할 수 없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정권은 적폐 중의 적폐, 국가보안법부터 폐지 시켰어야 했다. 2018년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었다. 하지만 오직 정권 재창조에만 관심 있었던 민주당은 이해찬 당 대표자가 '20년 집권' 운운하며 국회 내 국가보안법 논의를 막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 표현을 하고 대만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 있으며 일본에 대해서는 세계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파트너'로 여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지한 발언이다. 이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문재인 정부가 발탁한 것이다.
2017년 탄핵 이후 촛불은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았어야 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시스템화하여 차기 정부와의 유대관계를 만들어서 촛불혁명을 완성했어야 했다. 차기 정부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촛불 시민에 대한 예의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면서 촛불을 해산시켜 버렸다. 굉장히 큰 시행착오다. 다시 촛불 정국이 생긴다면 2017년의 시행착오를 또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믿고 함께 촛불을 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 한미상호방위조약 바로 잡았어야
북한에 대해서는 사회과학적인 설명과 분석이 거의 없다. 북한이 방귀만 뀌어도 남한을 오염시키기 위해 방귀를 뀌었다는 식으로 분석을 하고 언론 보도를 한다. 국가보안법은 통일 이후 미래와 관련하여 북한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가로막는다. 국가보안법은 언론과 학계에서 멸공 통일만 허용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바로 잡는 열쇠는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에 있다. '6조'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개폐하거나 수정할 수 없지만 한 당사국이 폐기를 선언하면 1년 뒤에 자동으로 폐기되는 것으로 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선언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일부 학자들은 법리의 문제이므로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관계를 정상화하고 싶었다면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를 선언하고 1년 동안 필리핀이나 일본의 상호방위조약을 참고해서 개정했으면 되었다. 백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주권국가의 위상을 보장받는 방향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이승만을 똑 닮은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은 이승만을 90% 닮았다. 이승만은 미 군정 시기에 남한에 들어와서 바로 미국 편에 섰다. 이승만은 단 한 번도 남북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오직 북진통일, 멸공 통일만 추진했다.
이승만은 정전협정에 반대했다. 당시 남한군이 60만 대군이었음에도 이승만은 정전협정이 체결되면 인민군과 중공군에 의해 남한의 군대는 괴멸된다고 주장했다. 이승만은 반공포로를 석방하면서까지 정전협정 체결을 방해했다. 미국은 이승만을 제거하는 쿠데타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이승만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사수'를 약속했지만 수원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피난민들이 건너던 한강대교를 폭파했다. 대마도에 망명정부를 세우는 것까지 검토했었다. 양민학살까지 지시한 이승만은 북에 대한 증오와 동시에 공포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니 사회주의 이념을 지향한 학자들을 사형하고 여순 반란 때에는 어린아이까지 개의치 말고 죽이도록 명령했다. 이승만은 무한공포에 시달린 정치인이었다.
결국 이승만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정전협정을 받아들였다. 당시 이승만은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나면, 미군이 자동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밀어붙였지만 주권국가인 미국은 파병을 결정할 때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승만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마자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빨갱이로 보이는 사람들을 다 죽였던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도 남북관계에 있어서 대결과 적대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승만이 남북정상회담 언급을 한 번도 안 한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도 '오직 대결' 밖에 없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은 조약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미군의 한반도 군사력 배치는 '권리'로 규정하였다. 어찌 보면 자동개입과 비슷하다고도 해석될 수 있다.
전시작전권 반환을 위한 단계별 검증은 굴욕적
해외에 파병된 미군의 통수권자는 미 대통령이다. 해외 주둔 미군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다. 몇 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수도를 제외하고 전부 장악하게 되자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에서의 철수를 전격 결정했다. 나토군들도 있었지만 미국은 상의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이 그냥 결정해서 공포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작전통제권도 미국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는 미국이 한국과 상의할 일이 아니다. 카터 행정부 당시 주한미군의 감축은 한국 정부에 물어보고 결정한 일이 아니다. 각국 군대의 통수권자는 각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전시작전권 전환도 미국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이 반환받기 위해 단계별로 미군의 검증을 받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전협정 이후에도 이승만은 북진통일을 주장했기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 전쟁상황을 컨트롤 하기 위해 전시작전권을 그대로 미국이 가지고 있기로 했다. 최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이 안보위협을 받았을 때 군사적 조처를 하게 되는 경우 사전에 협의하기로 한 사항도 윤석열 정부 때문에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전에도 북에 대한 선제타격을 언급했고 취임 이후에는 "확전 각오", "백배 천배 대량응징 보복"을 지시했다.
미국은 당시 윤석열 후보자 발언은 미국의 이익과 합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 이후로 윤석열은 선제타격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권은 한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한미연합사령관이 가지고 있다.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내놓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대만 유사시'를 대비하기 때문이다. 대만사태가 발생하면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즉시 출동하게 되어 있고 그러면 중국은 한국의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주한미군의 발진기지가 될 군산, 평택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 수백 대를 배치해 놓고 있다.
남한과의 상의할 필요 없는 미국의 대북선제공격권
한미상호방위조약 영어 원문을 보면 4조는 다음과 같다.
한국은 'grants'하고 미국은 'accepts'한다. 법률적으로 이 용어는 조건 없이 부여하고 조건 없이 수락한다는 의미이다.
미군의 한반도 배치 및 각종 전력의 한반도 전개는 'right'로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으로 미국은 한국 정부에 사사건건 동의받는 절차 없이 자신의 전 세계적 핵전략에 의해 마음대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대북선제공격권은 1997년부터 검토되었고 한국과 협의할 내용이 아니다. 미국은 헌법 2조에 의해 미 대통령의 선제공격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한국과 협의한다는 것은 국내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즉 한반도의 생사 여탈권은 미국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이다.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권은 가끔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어 미 의회가 제어해야 하지 않느냐며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모두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상대국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공격 징후를 포착했을 때 의회 승인을 받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든다.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먼저 공격해야 하므로 선제타격권은 21세기 전쟁 개념으로 볼 때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선제타격권은 미 헌법이 보장하고 미국의 핵전략 자산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언제든지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어 윤석열 정부는 언제든지 편의와 경비를 제공해야 한다. 한반도를 핵 전쟁터로 내어주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여 미국이 언제든지 선제타격이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미국은 작전계획 5027, 5015에 의해 유사시 북한의 80개 지역에 핵무기를 투하하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되면 북한 주민은 다 죽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유사시 핵무기를 발사하도록 해놓았다. 최고통수권자가 사망해도 핵무기를 쏠 수 있도록 했다. 정상적인 한국이 대통령이라면 미국의 대북 핵 공격 계획을 말려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핵우산을 확실히 한반도에 제공할 것을 여러 협의 테이블을 통해 약속받고 싶어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2022년 10월 발표된 핵태세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다. 이전 정부처럼 별도의 대북정책이 있지 않다. 미국은 자국의 세계 핵전략의 한 부분으로 북한을 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가 자신의 노력으로 미국의 대북억제정책이 강화되었다고 내세우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미국은 자신의 핵전략의 하나로 한반도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과가 아니란 말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핵심고리, 유엔사
최근에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있는 7곳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언급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군사적 치외법권 지대의 성격으로, 한국으로 이동할 해외 군사력을 이들 7개 기지에 진주시킬 때 일본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는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적용된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참전국들의 지휘부와 병참기지 역할을 하면서 이들 국가의 군사력의 잠정 주둔 지역으로,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대피장소로 제공된다.
향후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준수되지 않고 적대행위가 발생할 경우 파견군들이 군사력이 유엔사 후방기지로 들어올 때, 일본이 이들에 대한 주요한 편리를 제공하게 되어 있다. 일본의 이러한 역할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관련한 각서 교환으로 규정되고 이후 유엔사 회원국 9개 국가(호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타이, 터키, 영국, 미국)가 유엔과 일본이 제정한 SOFA에 서명하였다.
유엔 대북제재 이후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 등이 공해상에서 북한의 불법환적선박을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함정과 초계기, 잠수함을 보내는데 이때 이 함정과 항공기들이 유류 등을 보급받는 곳이 유엔사 후방기지이다.
유엔사 후방기지 7곳 이외의 일본 내 87개 미군기지는 미일 안보조약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유엔사는 매년 한국 국방부 고위 관리와 국회의원, 언론인 등을 일본의 후방기지에 초청하여 방문토록 하면서 유엔사의 위상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유엔사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이자,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맡고 부사령관은 미군 장성들이 맡아 오다가 2018년 캐나다 육군 장군이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영국군 장성이 맡고 있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 참전국들이 미래의 한국전쟁에 부대를 파견할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의무감에서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경우 유엔사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의 참전이 가능하도록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유엔사의 역할은 미국이 동북아 전략으로 추진해온 한미일 군사협력의 핵심 고리가 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유엔사는 그 부대가 한 줌도 안 되지만 일본의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확보해 놓은 군사력 동원 잠재력은 가공할 정도다.
미국은 한국에 주한미군, 유엔사, 한미연합사령부 등 3가지의 군 주둔 형태를 유지하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발판삼아 한반도 및 동북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것에 대한 허가권은 유엔사에 있기 때문에 남북경제협력 추진 시 유엔사의 사전 허락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당사자가 유엔사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유엔사가 나서게 되어 있다. 만약 유엔군이 평양을 점령하게 되면 유엔사가 군정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유엔사 없이 한미연합사만 있다고 가정하면, 한국과 미국이 수복지역에 대해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미국은 이런 골치 아픈 상황에 대비하는 한 방법으로 유엔사를 강화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한미관계
미국은 한반도 미래의 모든 사태에 대비하면서 군사적 지배권을 행사할 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다. 때문에 냉철하게 한미군사관계의 현실을 파악하여 법적, 제도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조약'의 힘은 엄청나다. 일본이 강제동원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버티는 이유는 1910년 한일합방조약이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대한제국의 내각이 국권을 넘겨준 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905년 독도의 시마네현 편입도 국제법에 비추어 완전히 합법적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일본은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의 섬으로 표시하고 있다.
독도 문제는 영토분쟁으로 미래에 전쟁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일본을 '동반자'라 말한다. 한미관계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불평등한 관계설정이 이루어져 있으므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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