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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아이’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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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아이’와 ‘새끼’

며칠 전 유명 방송국의 9시 뉴스에 나온 말이다. 제목은 “사육견 천사백 여 마리 구조...배 갈라 새끼만 꺼냈다.”라고 되어있다. 뉴스에 나온 말이라 제목에는 이상이 없다. 그런데, 기자가 인터뷰를 하는데, 출연자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내용인즉 경기도의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학대 받던 개 천사백 여 마리가 구조됐는데, 그 중에는 배가 절개된 어미개를 비롯해 죽은 개의 사체도 냉동고에서만 백 수 가까이 나왔고, 그 업체는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번식장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는 말이다. 그 중에 나오는 인터뷰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서00/동물구조단체 ‘000’ 구조팀장 : 뱃속의 아이는 있는데, 이 아이는 아직 상품 가치가 있는 아이다 보니까 문구용 커터 칼로 배를 갈라 새끼만 꺼내서...]

라고 하였다. ‘아이’의 개념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참으로 어려운 말이다. 밑에는 새끼만 꺼냈다고 했는데,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새끼들은 모두 ‘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람도 죽으면 수를 세는 단위가 달라진다. 살아 있을 때는 ‘한 명’이지만, 죽으면 ‘시체 한 구(具)’로 단위 명사가 바뀐다. 아이라는 개념은 “1. 나이가 어린 사람 2. 남에게 자기 자식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3.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이르는 말이다. 강아지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느니 ‘아이’라고 불러야 할까 궁금해진다. ‘아이’에 대한 예문을 보면 대부분이 사람에게 한정되어 있음을 본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놀고 있다.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아이가 선물로 받은 장난감을 조립하고 있다.

와 같이 주로 사람에게만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태아를 이를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사람에게 사용하지 동물에게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반려견을 사람으로 취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 ‘새끼’는 고어에서 ‘삿기’로 표기 되어 있다. 물론 반치음을 쓰기도 하지만 편의상 ‘ㅅ’받침을 쓰기로 한다. 그래서 ‘삿기>새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새끼는 “1.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동물 2.‘자식’을 얕잡아 이르는 말 3.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이다. 사전적으로 보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생명체를 새끼라고 함을 알 수 있다. 어린 생명체를 이를 때는 보통 ‘아지, 아리’등의 접사를 붙여서 표현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강아지’, ‘망아지’, ‘송아지’, ‘병아리’ 등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의 새끼는 ‘고아지’나, ‘고아리’도 아니고 그냥 ‘새끼 고양이’이다. 이와 같이 단어(어휘)는 사용할 때마다 적절하게 적용하는 곳이 있다. 아무 것에나 붙일 수는 없는 것이다. 개의 뱃속에 있는 생명체에게도 크게 본다면 ‘아이’라는 표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엄밀하게 따진다면 주로 사람에게 사용하는 어휘를 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소설이나 교과서에 뱃속에 있는 동물을 지칭할 때 ‘아이’라고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태어나지 않았으니 새끼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것이나, 그래도 동물이기 때문에 복중의 새끼나 태아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표현상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말은 완곡어법이 잘 발달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한자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완곡어법이란 변소를 ‘화장실’이나 ‘해우소’라고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지혜로운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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