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 함평지역에 장마철 역대급 폭우로 사망자까지 발생한 가운데 수해복구에 힘을 보태야 할 시기에 이상익 군수·윤앵랑 의장 등 다수의 함평군 관계자들이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출장 목적과는 다르게 교류·협약과 같은 성과는 뒷전이고 '크루즈 만찬' 등 관광에만 초점이 맞춰진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9일 함평군에 따르면 이상익 함평군수·윤앵랑 함평군의장 등 공직자 10명은 총 1607만원(군비)을 소요해 지난달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캄보디아와 교류협약 체결을 통한 국제적 협력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함평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위한 교류협약을 체결해 지역 내 노동력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수해복구에 힘을 보태야 할 출장 시기를 두고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평군이 출장을 떠난 시기는 전국이 역대급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고 특히 함평에서는 시간당 최고 71.5㎜ 강수량을 보이면서 수문관리자가 현장점검 중 물에 휩쓸려 숨진 채로 발견된 지 1주일 만이다.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지난달 7일에는 오전 9시를 기해 함평을 포함한 전남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돼 수해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함평군이 진행한 3박 5일간의 해외출장 기간에는 원래 목적인 MOU 체결 등은 맺지 못하고 겨우 몇 차례 간담회만 이뤄졌다.
함평군이 공개한 출장일정에는 첫날인 지난달 5일 관계자들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해 일정을 끝냈고 6일 오전 10시께에는 경제사절단 리치사이협회와 감담회를 갖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7일에는 애초 출장 목적인 외국인 계절근로자 업무 협약(MOU 체결)을 위해 오전 10시께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을 방문, 깜퐁섬 부주지사 등을 만났지만 교류 협약을 위한 최종 권한이 지자체가 아닌 캄보디아 노동부에 있어 논의만 이뤄졌다.
캄보디아의 경우 애초부터 계절근로자 심사 권한이 중앙부처에 있지만 담당 공무원은 출장 사전조사에서 기본적인 업무 협약 권한 등도 확인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정을 짜고 출장길에 오른 셈이다.
이후 일정은 8일 캄퐁스 오랄 군수 미팅, 9일 국내 복귀 등으로 3박 5일간의 출장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는 겨우 3차례의 간담회 뿐이었고, 이외 일정은 모두 '사원 및 시장 견학', '캄퐁섬 이동', '프놈펜 이동', '캄퐁스프 이동' 등 견학이나 이동이 전부였다.
함평군은 3박 5일 동안 출장을 마치고 8쪽의 결과보고서에 4가지 출장 내용, 성과 등을 기재했다.
하지만 보고서 세부 내용은 사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주요 내용 또한 겨우 2줄에 끝내는 등 보고서라 하기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에 출장 마지막 날에는 공직자 10명이 '크루즈 만찬'까지 즐기다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8일 오후 3시 캄퐁스페우 오랄 군수 미팅을 끝내고 프놈펜 메콩강으로 이동해 약 2시간 30분동안 대여한 크루즈에서 만찬을 즐겼다.
크루즈 대여비로는 100달러가 소요됐고 식사 비용은 270달러 등 총 370달러가 소요됐다. 한국 화폐로는 총 50여만원의 예산이 지출됐다.
한 끼에 한화 2000원~3000원하는 캄보디아 현지 물가를 생각했을 때 호화스러운 만찬을 즐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함평군 엄다면 주민 A씨는 "역대급 폭우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해 군민들은 절망에 빠져 있는 데 군수와 의장, 공무원들은 해외 나가서 관광이나 하고 왔다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군민들의 혈세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군청은 보고서와 함께 자세한 세부내역서를 감사받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함평군 관계자는 "현지에 가보니 계절근로자 교류 협약을 위한 최종 권한이 지자체가 아닌 캄보디아 노동부에 있어 체결 이뤄내지 못했다"며 "당시 면담에서 추후 협약을 체결키로 해 조만간 캄보디아 노동부 관계자와 업무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간 거리가 멀어 이동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소요한 것으로 절대 외유성 출장이 아니다"며 "크루즈는 낡은 배라 소형 유람선으로 봐야 하고 만찬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허름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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