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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유지된 '평등 조치' 때문에 아시아계가 역차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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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유지된 '평등 조치' 때문에 아시아계가 역차별 당한다?

[기고]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오해와 편견 ①

트럼프 정권을 거치면서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이 절대적으로 많아진(9명 중 6명)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지난 45년간 유지됐던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고, 민주당 출신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0년 만에 여성의 임신중지와 관련된 판례를 뒤집었던 판결에 이어 또 한번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장성관 Route 4 Progress 활동가의 기고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지난 6월 29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번 회기의 끝을 하루 남겨두고 중대한 판결을 발표했다. 대학 입학 심사에 있어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 (affirmative action)' 중 지원자의 인종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지난 45년간 유지되었던 정책과 판례를 정면으로 뒤집은 결정이다.

하버드 등 명문대 입시와 관련이 있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를 "소수 인종 우대 정책"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는 비단 인종 문제만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소수자를 "우대"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구는 1961년 3월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 초기 행정명령 10925호를 발표할 때 처음 사용됐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를 통해 미국 연방정부와 조달 또는 하청 계약을 맺는 업체들이 고용 및 고용유지에 있어 "인종, 신념, 피부색 또는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기업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또 이런 조항 준수를 감시하고 집행하기 위해 현재까지 유지되는 미국 공평 고용 기회 위원회 (U.S.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의 전신을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설립했다.

다시 말해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는 그 발생 요인과 무관하게 불공정에 대해 좌시하지 말고 행동을 통해 바로 잡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이 표현은 노동시장을 넘어 교육기관과 주택 등 공공시설, 그리고 그 외 자발적으로 다양성 증진을 도모하는 모든 환경에서 과소 대표 (under-represented) 또는 불충분한 지원을 받아온 (under-resourced) 소수자 집단에 능동적으로 접근하여, 모집, 채용, 소속 유지 등의 지원책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발전했다.

대학교와 대학원 등 입학 심사에서 1960년대부터 미국의 일부 고등교육기관은 소수자 집단 입학에 할당 수치를 정해두었는데, 1978년 대법원에서 이에 대해 위헌이라 판결했다. 이후 고등교육기관에서는 입학전형에서 지원자의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배경을 고려한다는 전인적 평가 방식을 채택해 왔다. 즉, 입학생의 다양성 증진 및 보장을 위해 각 지원자의 학업성취도, 추천서, 과외활동뿐만 아니라 인종, 거주지역, 소득수준 등 삶의 경험을 평가 요소로 사용한다.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떠오른다…1960년대까지 여성 진학 허락한 美 대학 손에 꼽을 정도

고등교육기관 진학에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가 적용된 이후 흑인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라틴계, 아메리칸 원주민 등 소수 인종의 진학률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진학률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집단은 백인 여성이다. 1960년대 초까지 여성의 진학을 허락한 미국 대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아이비리그의 모든 대학에 여성이 입학 가능해진 것은 1983년에나 이뤄진 일이다.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된 1961년 당시 미국 대학생 중 여성의 비율은 불과 37.6%였으나, 2018년 기준 그 비율은 57.0%로 상승했다. 같은 해 기준 백인 여성의 39%가 29살이 되기 전에 전문 학사 또는 학사 학위 취득하는 반면, 흑인 여성 중에는 단 21%만이 라틴계 여성은 단 20%만이 같은 기간 학위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이는 여성의 소득수준 향상이나 대출 승인 규모에서도 보인다.

케네디 대통령은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떠오른다"라는 격언을 자주 인용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작된 보도 디자인에 있어 턱 낮추기 또는 연석 경사로 설치 의무화는 결국 휠체어 사용자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미는 사람, 또 캐리어나 수레를 끄는 사람들에게도 그 편의가 적용된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목적으로 기차역과 지하철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오히려 어르신들이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하버드 대학의 학장이었던 데릭 복 (Derek Bok)과 프린스턴 대학의 전 학장 윌리엄 보웬 (William Bowen)은 공저 <강의 흐름>를 통해 미국 내 28개 대학에서 1976년부터 1989년 사이 졸업한 4만5000여 명 중 백인과 흑인 집단을 비교한 결과, 흑인 집단이 입학 전 표준화 시험 (standardized test) 성적에 있어 더 낮은 점수를 기록했음에도 30대 중반 즈음에는 교육 수준, 소득 수준, 시민 참여 수준 등에 있어서 백인 집단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설명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교수는 이를 두고 "우리 사회는 피부색과 무관하게 이들의 추가적인 성과로부터 이득을 얻으며, 다양성으로부터 얻는 이득은 더욱 크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에 가까워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대학 입시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대한 평가이어야 한다. 교육 기회에 평등이 중요한 이유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판결한 사항 (Students for Fair Admissions, Inc. v. President and Fellows of Harvard College)과 비슷한 소송을 2003년에 심사했을 때는 지금과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당시 판결문에는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이득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노스웨스턴 켈로그 인사이트 등에 발표된 수많은 경영학 연구 결과 또한 기업뿐 아니라 여러 조직에서 다양성 증진과 보장은 더 높은 생산성과 수익성이라는 성과와 연관되어 있다고 전한다.

미국 4년제 대학 80%가 SAT 점수 제출을 없앤 이유는…

고등교육기관 입시에만 한정했을 때, 단순히 성적만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물론 성실함과 근면함이 요구되지만, 순전히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2019년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의무교육 학군 중 비백인 인구가 과반으로 나타나는 학군은 평균적으로 백인 인구가 다수인 학군에 비교할 때 학생 1인당 교육예산이 2000 달러 이상 적게 집행된다. 모두가 공립학교에 다니더라도 교육 기회에 있어 출발선이 같을 수 없다.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 (University of California; 일명 UC계열 대학)은 미국의 수능이라고 비견할 수 있는 SAT와 ACT 같은 표준화 시험 점수를 입시에 더 이상 반영하지 않겠다고 지난 2021년 발표했다. 이후 현재까지 미국 내 4년제 대학 10곳 중 8곳에서는 2023학년도부터 표준화 시험 결과 제출을 입학 지원 의무 사항에서 배제하고 있다. 학업 성취도와 별개로 연습과 훈련을 통해 표준화 시험의 성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자원에 접근 가능한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다. 마찬가지로 자기소개서 같은 에세이와 추천서의 비중이 앞으로 더 커진다면, 이 또한 저소득층과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지원자 등 소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계속)

▲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란 피켓을 들고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아시아계 하버드대 학생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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