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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존대법’과 ‘화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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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존대법’과 ‘화용론’

어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화 중에 “(너의) 아버지는 안녕하시냐?”고 하는 말이 틀렸느냐는 것이었다. 우리말은 압존법(壓尊法)이라는 높임법이 있다. ‘압존법’이란 “높여야 할 대상이지만 듣는 상대방이 더 높을 때 압존이 되는 높임법”을 말한다.

우리말에는 여러 가지 높임법이 있다. 주체높임이라고 해서 문장의 주체가 되는 사람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주어를 높이는 법이다. 예를 들면 “선생님께서 오신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요즘 학생들이 많이 틀리는 것 중의 하나가 “삼식아, 선생님이 너 오시래.”라고 하는 것이다. 삼식이는 학생이고 선생님이 더 높은데, 선생님은 낮추고 너(삼식이)를 높이고 있다. 이를 제대로 표현한다면

“삼식아, 선생님께서 너 오라셔.”

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표현하는 방법을 주체높임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 선어말 어미 ‘-(으)시’를 사용하거나 주격 조사 ‘께서’를 사용한다. “할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와 같이 쓰는 것을 말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서술어에 ‘시’만 넣으면 되는 줄 알고 잘못 표현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주체높임법이기도 하다. 요즘은 외국인 제자들보다는 내국인이 더 많이 틀리는 것이 주체높임이다.

다음으로 상대높임법이 있다. 이것은 말하는 이가 듣는 이를 높이거나 낮추어 말하는 방법이다. 이런 경우에는 문장의 끝에 오는 서술어의 어간 뒤에 오는 종결어미에 의해 발현된다. 예를 들면

이번 비행기를 탑승하십시오.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으십시오.

와 같이 쓸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상황에 따라 높임의 방법이 달리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자 그대로 상대방에 따라 높임의 표현을 달리하는 방법이다.

이어서 객체높임법이 있다. 객체높임이란 문장에서 목적어나 부사어가 나타내는 대상에 대한 높임의 태도가 다른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외가에 다녀왔다.

그 책을 할아버지께 드렸다.

와 같다.

압존법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높임법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주체를 높여야 하지만, 듣는 이가 주체보다 높은 경우에는 높임을 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것이 요즘 가장 어려워 하고,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며,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자.

할아버지, 아비가 신문을 봅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신문을 보십니다.

할아버지, 아비가 지금 왔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지금 왔습니다.

와 같은 형식을 말한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보다 항렬이 낮기 때문에 할아버지 앞에서는 낮추는 것이 맞다. 그러니 세월이 흘러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를 반영하여 아래에 있는 표기도 맞게 허용하고 있다. 흔히 “춘부장께서는 안녕하신가?”라고 했을 때 이 말을 듣는 상대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의미가 변할 수 있다. 요즘은 보통 “(너의) 아버지 안녕하시니?”라고 해도 허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다만 이럴 경우에 말을 듣는 상대방이 어리더라도 항렬이 높을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존대법이 어렵기는 하지만 자세히 알아두면 누구를 만나도 두려워할 일이 없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높인다는 것을 알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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