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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계 위해 세금 1300억 엘리엇에 지불해야 하는데 '사실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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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계 위해 세금 1300억 엘리엇에 지불해야 하는데 '사실상 승리'?

2015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서 사건 발생…"구상권 청구 필요"

엘리엇과 국제 분쟁 중재 싸움에서 한국 정부가 패했다. 이에 따라 엘리엇에 원금 기준 약 690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게 됐다. 지연 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포함하면 정부가 총 지급해야 할 금액은 13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밤 법무부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과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분쟁 결과 패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7억7000만 달러의 약 7%에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복리의 이자를 지급하게 됐다.

이에 더해 엘리엇에 법률비용 2890만3189달러를 지급하게 됐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절차 얽혀

이번 사건은 2015년 7월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이건희 이재용)를 위해 필요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 당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엘리엇이 주장하면서 발생했다.

이 합병 당시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전 회장의 지분율은 3.38%였고 이재용 회장의 지분율은 0.57%에 불과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 4.1%를 갖고 있었다.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에도 삼성물산의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됐다.

아울러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소유하고 있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희 전 회장과 이재용 회장은 각각 삼성생명 지분 20.76%, 0.1%씩을 갖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를 소유했고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의 순환 고리에 오너 일가 지분이 얽힌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이재용 회장-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기타 계열사로 단순화한다는 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목표였다. 이를 통해 차기 오너인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갖춘다는 게 핵심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됐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갖고 있었다.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합리하다는 게 엘리엇의 입장이었다.

이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를 과소 측정한 결과라는 지적이 당시 쏟아졌다. <한겨레>는 당시 삼성물산의 의뢰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이 검찰 조사에서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핵심은 당시 실체조차 없었던 바이오사업 가치를 2조9000억 원으로 평가해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이 가진 현금성 자산 1조7000억 원은 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게 <한겨레> 보도 내용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2023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부당 개입

이에 당시 제시된 합병비율로 합병할 경우 삼성물산 주주의 주주권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를 보유했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결과적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그리고 이재용 회장으로의 그룹 소유권 승계가 마무리됐다. 합병 당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던 이른바 '삼성공화국' 논란이 이를 전후해 커졌다.

엘리엇은 이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해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도록 도모했고, 그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엘리엇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2018년 7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밟아 국제중재에 나섰다.

그 결과가 이번 패소다. 즉 한국 정부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부당하게 개입해 이재용 회장 일가의 핵심 이익을 지켜줬고, 이 과정에서 한국 국민의 중요한 노후 보장 연금인 국민연금이 오직 삼성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으며, 국제중재에서 패소하자 이를 국민 세금으로 헤지펀드에 갚아야 한다는 게 이번 사태의 결말이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신문은 "엘리엇 청구액의 7%만 갚으니 '사실상 승리'"라는 식의 보도에 나섰다.

구상권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송기호 "판정문 공개하고 구상권 청구해야"

21일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는 ISDS로 인해 한국 정부가 "이란 다야니 사건에서 800억 원, 론스타 사건에서 3000억 원, 엘리엇 사건에서 1300억 원 등 총 5000억 원 이상의 배상금을 세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책임자들에게 구상권 행사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이번 판정문을 신속해 공개하고 한미 FTA를 위반해 사적 이익을 취한 집단에 구상권 행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변호사는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패소한) 론스타 판정문에서 핵심 행위자의 개인 실명을 지우고 판정문을 공개한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확히 누구의 어떤 한미 FTA 조항 위반 행위로 세금 1300억 원을 엘리엇에 지급해야 하는지를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송 변호사는 "이번 엘리엇 중재 판정은 최종심"이라며 "더는 중재절차에서 다툴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론스타 소송 패소 당시처럼 '무효 소송을 검토'한다는 식의 대응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송 변호사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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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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