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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장애인 시설 폐쇄 수순... 행정 당국 방관자?

4차례 인권침해 사례에 뒤늦게 강력 행정조치 으름장... 구체적 대책 마련 시급

제주시 한 장애인 거주시설이 인권침해와 경영난으로 폐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시설은 코로나19 이후 후원금이 끊기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지난 2021년부터 현재까지 4차례에 걸친 인권 침해 사례도 나타나 시설 폐쇄는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도내 장애인 거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도내 시설 입소 대기자만 약 200~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돼 해당 시설이 폐쇄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장애인 휠체어.ⓒ프레시안

강병삼 제주시장은 지난 12일 제주시 A 중증 장애인 거주 시설 폐쇄에 따른 입장을 밝혔다.

강 시장은 시설 폐쇄와 관련해 법인이 운영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이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피력했다. 다만 현재 운영 중인 법인이 자진 폐쇄를 강행할 경우 강력한 행정조치를 예고했다.

장애인 보호자들은 하지만 제주시의 뒤늦은 수습책이 보여주기식 행보에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보호자 대표는 12일 오후 <프레시안>과 만난 자리에서 "강병삼 제주시장과 그간 수십 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실제 면담이 이뤄진 건 단 한 번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오죽했으면 기자실까지 찾아 갔겠냐. 최근 도의회에서 자료 제출 요구가 이어지자 뒤늦게 보여주기식 행보를 보인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취재를 종합하면 A 장애인 시설은 지난 2006년 도내에서는 처음 유료 장애인거주 시설로 설립돼 현재까지 17년간 운영해 왔다. 유료 장애인 시설은 국비 85%와 자부담 15%로 운영된다. 자부담 비용은 입소자들이 내는 이용금과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하지만 A 시설은 2021년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후원금이 끊기고 인권침해 사례가 이어지면서 설립자인 시설장이 경질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A 시설에서 인권 침해 사례가 확인된 건 지난 2019년 압정 박힌 손목 보호대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다. 당시 A 시설에 입소 중인 자폐성 장애인이 무의식중에 재활 생활교사의 손목을 잡는 행동이 반복되자 생활교사는 압정이 돌출된 손목 붕대를 착용해 장애인을 학대했다. 더구나 압정 박힌 손목 보호대 사용이 사전에 일부 동료 교사들과 논의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이 더해졌다.

제주지방 노동위원회는 당시 장애인복지법 제62조 제1항에 의거 시설 이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침해 등 불법 및 부당행위로 판단해 개선명령 처분했다. 이후 A 시설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자 입소자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한 장애인을 방에 둔 채 외부에서 출입문을 잠그는 사건이 발생해 시설장(원장)이 경질된 뒤 후원금이 끊기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2022년 7월경에는 태블릿에 집착을 보이는 장애인이 교사실을 방문해 태블릿을 건넸으나 종사자가 이를 받자마자 출입문쪽으로 집어던지고, 몇달뒤 태블릿을 교체해 주는 과정에서도 바닥에 던져 건네준 사실이 인권위원회에 접수돼 3차 제재를 받았다. 최근에는 종사자가 장애인의 뒷덜미를 잡고 계단으로 데리고 가는 모습이 내부 폐쇄 회로(CCTV)에 포착되는가 하면 시설 내 직원 간 성추행 의혹 사건이 발생해 현재 법적 소송이 진행되는 등 종사자들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은 상황이다. 

문제는 행정 당국인 제주시가 A 시설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데도 이곳에 거주 중인 장애인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전원 조치나 시설 정상화에 따른 당사자 간 협의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A 시설이 지난 4월 제출한 자진 폐쇄 신청서에 대해 장애인 전원 계획 미흡, 경영난에 따른 이해 부족 등을 이유로 반려했으나 이후 법인과 단 한차례도 경영난에 따른 정상화나 장애인 전원조치 계획 등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시설거주자에 대한 부당한 체벌, 폭행, 학대 등 인권침해가 3번 이상 발생한 경우 시설 폐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A 시설 관계자는 "제주시가 자진 폐쇄 신청을 반려한 건 이해할 수 없다. 또 전원 계획에 협조해 주지 않으면서 전원을 계획을 세우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며 "현재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 내달 급여도 지급하지 못할 상황이다. 현재 거주 중인 이용자들은 중증 장애인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다른 시설에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전에 협의에 제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법인이 당사 간 협의에 부담을 느끼는 건 종사원들의 노조 설립 문제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시설은 최근 도내에선 처음으로 장애인 시설 노조가 설립돼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특히 노조 가입 회원 중에는 인권 가해 의혹을 받는 종사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가 전원 조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일부 장애인 부모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장기간 A 시설에 적응해 온 장애인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질 경우 생소한 환경으로 인해 자해 등 극심한 불안 증세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장애인 보호자 대표는 "해당 시설이 자진 폐쇄를 결정하면서 부모들과 협의도 없었다"며 "제주시와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한 관선 시설장을 추천해 정상화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관리 감독 기관인 제주시가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최근 해당 시설에서는 거주 중인 장애인이 시설을 이탈하는 사고 발생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해당 장애인은 지난 10일 해당 시설을 이탈해 인근에서 무전취식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돼 돌아왔지만 이때까지 시설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해당 시설에는 타지역에서 온 10명을 비롯해 37명의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재활 등 보호를 위해서는 23명의 생활재활교사가 필요하나 개인 사정 등으로 퇴사해 현재 절반 수준인 12명이 재활 보호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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