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명분도 없이 의장의 감사 질의를 원천 봉쇄한 것은 행감위원장의 월권이자 갑질 행위입니다. 분명히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묵과하지 않겠습니다."
경기 여주시의회 정병관 의장이 화가 잔뜩 나 내뱉은 말이다. 여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장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감사 질의 보이콧'을 당했다는 이유다.
9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여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행감) 이틀째인 지난 8일 오전 시민소통담당관실을 감사하는 자리에서 정 의장과 박두형 행감 위원장 간 신경전이 빚어졌다.
정 의장이 감사 위원인 시의원들의 질의가 끝난 후 자신의 감사 질의를 위한 발언권을 요청했으나 박 위원장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정 의장의 거듭된 발언권 요청에도 박 위원장은 "행정사무감사가 끝날 때까지 감사 질의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박 위원장에게 취재를 요청했지만 그는 "의장한테 다 이야기했기 때문에 별도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여주시의회 회의규칙을 보면 의장은 감사 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발언을 하려면 위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돼있다. 박 위원장이 정 의장에게 발언을 허가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 의장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법 테두리 안에서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관행을 사전에 한마디 의논도 없이 무 자르듯 싹둑 자른 것은 위원장의 월권이자 갑질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이번 행정사무감사 내내 감사 질의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박탈 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둔 배경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번 행감을 앞두고 박 위원장이 국유지에 무단 식재한 메타쉐콰이어 나무를 여주시가 4000만원 상당의 자체 예산을 들여 이식해줘 논란이라는 언론보도를 근거로 산림공원과에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부서와 관련된 감사는 행감 4일차인 오는 12일 예정돼 있다. "감사 질의 원천봉쇄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정 의장의 발언이 박 위원장과 관련된 자료 요청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정 의장과 박 행감위원장은 지난해 의장선거에서 팽팽히 맞붙었던 경쟁자 관계였고, 이후에도 요원한 사이로 지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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