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 및 한미일·한일 정상회담 등 숨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한 데 대해 자평하며 "독재자의 힘이 자유를 열망하는 우리의 힘보다 결코 강할 수 없다"는 외국 정상의 말을 인용, "자유세계의 공고한 연대가 결국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의 승리를 안겨다 주리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G7 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 필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일 3국간 북한의 핵, 미사일에 대한 안보공조 체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세 나라의 협력 의제도 자연스럽게 미래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되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가 없으면 경제도 있기 어렵다. 안보가 위태로워지면 투자도 다 빠져나간다"면서 "지금 우리의 안보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차단하고 억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빈 방미 때 바이든 대통령과 채택한 '워싱턴 선언'도 바로 이를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포함한 국제법과 규제규범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국제법 정면 위반"이자 "자유 가치를 수호하면서 평화를 도모해 온 전세게 자유국가에 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G7 국가들과 초청국, 그리고 국제기구 수장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핵 비확산 체제에 반하는 북한의 불법 행동을 규탄했으며, 북한에 대한 제재 레짐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한국의 안보 강화 노력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데 대해 "기시다 총리와 약 2주 만에 다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며 "한일 양국은 이제 미래로 함께 나아가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공동의 리더십을 확보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 동포들을 만났고, 한일 정상이 최초로,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도 처음으로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피폭을 당한 지 7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무치는 아픔을 간직해 온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며 "이 분들이 고통에 신음할 때 조국은 그 곁에 없었다. 저는 이 분들에게 사과드렸고, 이 분들을 조만간 고국에 초청해 위로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날 같은 자리에서 "과학적으로 안전하게 활용하기만 하면 원자력(핵)은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그린 에너지"라며 "우리의 원전(핵발전) 시공과 운영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탈탄소 에너지 전환 대열에 나서는 국가들과 국제적 원전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교는 헌법정신에 기반해야"…'가치외교' 노선 재천명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지향하는 모든 외교 행위는 자유와 법치라는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야 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에 기반해야 한다"고 '가치 외교'의 방향성을 다시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자유와 평화를 되찾아주기 위한 자유세계의 단합된 지지와 노력은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 행위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며 "대한민국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연대해 우크라이나의 평화 구축과 경제 재건을 위해 가능한 지원을 최대한 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어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독재자의 힘이 자유를 열망하는 우리의 힘보다 결코 강할 수 없다'고 했다"며 "자유세계의 공고한 연대가 결국 한반도와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의 승리를 안겨다 주리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기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발언이었지만 '한반도의 독재자에 대한 자유의 승리'를 바란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내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또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면서 "G7 외교의 또 다른 과제는 경제분야였다. 이번에도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뛰었다"고 하고는 "공급망 안정, 핵심광물 확보와 같은 경제 안보 분야, 바이오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정부 간에 탄탄한 협력 기반을 조성했다"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공급망 관련 이야기로 말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변화'가 핵심"이라며 "독일 숄츠 총리가 언급한 '디-리스킹(de-risking)'도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다변화를 의미한다"고 했다.
'특정국'이란 다름아닌 중국을 말한다. '디-리스킹'이라는 용어 자체가 유럽의 대중 전략으로 고안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보다 더 유연한 접근이라는 인상을 줬지만 정작 중국은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에 대해 모두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앞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갈수록 국내에선 권위주의적으로, 국외에선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G7의 대중국 연대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에 관한 것"이라고 했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4월 27일 정책연설에서 "우리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을 지지한다"며 "디리스킹은 근본적으로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어느 국가의 강압에 종속될 수 없다는 점을 보장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디-리스킹'을 언급한 데 이어 "우리는 보다 많은 국가들과 가치와 신뢰에 기반한 공급망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G7 국가들은 모두 과학기술 강국이다. 이런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우주항공, 원전(핵발전)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치와 신뢰에 기반한 공급망 협력관계'라는 표현과 함께, 반도체·배터리 등 미중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핵심 영역에 대한 언급이 주목을 끌었다. 최근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업 제재 등 국면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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