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들이 지난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흔들리고 있는 중형은행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달러(약 39조 원) 예치를 발표하며 시장 불안 잠재우기를 시도했다.
16일(현지시각) 미 대형은행 11곳은 공동성명을 내 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그룹·JP모건체이스·웰스파고가 각 50억달러,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가 각 25억달러, PNC 등 나머지 5곳 은행이 각 10억달러씩을 퍼스트리퍼블릭에 무보험으로 예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가 "퍼스트리퍼블릭 및 모든 규모의 은행에 대한 신뢰" 및 "국가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연방준비제도(연준·Fed)·연방예금보험공사(FDIC)·통화감독청(OCC)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 해당 조치가 "은행 시스템의 탄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치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의 주도로 지난 14일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이 대화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와 시그니처뱅크가 무너진 뒤 수십 억달러의 예금이 중형은행에서 대형은행들로 도피한 가운데 대형은행들이 이 중 일부를 효과적으로 되돌려주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대형은행들의 유동성 지원이 발표되며 16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10% 가까이 반등했다. 이번 주 들어 주가가 60% 이상 폭락한 뒤다. 시티그룹(1.78%), 뱅크오브아메리카(1.68%), 웰스파고(1.16%) 등 대형은행들 주가도 상승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및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이날 각 1.76%, 1.17% 올랐다.
2022년말 기준 자산 규모 2126억달러(약 277조 원), 예금 규모 1764억달러(약 230조 원)로 총 자산 기준 미국 내 14위권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지난주 SVB 붕괴 뒤 크게 흔들렸다. 자산 규모 및 주로 부유층인 주요 고객층이 SVB와 유사하고 예금 대부분이 25만달러(약 3억3000만 원) 한도인 예금자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다. 15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는 70%에 달하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비중과 예금 인출 우려를 전하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분석가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아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질 경우 쉽게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규장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반등한 채 마감되며 시장이 잠시 안정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이 은행 주가가 다시 17% 가량 빠지며 불안감은 지속됐다. 변동성은 이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회복 기간 동안 보통주 배당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뒤 커졌다. <로이터> 통신은 캐런 조리츠마 RBC캐피털마켓 호주자산부문장이 "나는 우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으로 진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8년 당시보다 은행은 훨씬 더 잘 규제되고 있고 대차대조표도 더 건전하다"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은 위기 확산이 현실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으며 그것이 신뢰를 흔들리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주가가 24% 이상 폭락해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을 이끌어 냈던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16일 19% 가량 반등하며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SVB와 크레디트스위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0.5%포인트(p) 인상을 단행하며 "유로 지역 은행 부문의 탄력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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