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을 때, 나는 분노의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 내가 댓글을 남긴 곳은 바로 환경부의 행정예고 의견란이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13일, 1회용품 사용규제(무상제공금지 및 사용억제) 제외대상 일부개정규칙(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발표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1월 1일까지 받겠다고 했다. 그 행정예고 내용이라 함은 2022년 11월 24일부터 시행되던 1회용품 사용규제 품목 중 생분해성수지제품의 경우 2024년 12월 31일까지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이 행정예고의 의견란에는 '생분해는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는 성분이라 환경에 아무런 해가 없다고 생각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플라스틱 제품과는 다르게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는 일반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다.' 등 생분해성수지가 곧 플라스틱 문제의 완벽한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생분해성수지는 플라스틱 문제의 완벽한 대안일까?
생분해성수지는 친환경이 아니다
정답은 '아니다'다. 생분해성수지 재질은 자연환경에서 미생물 분해가 빨리 일어나도록 고안한 소재를 말한다. 다만 분해가 잘되니 원료가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식물뿐 아니라 석유로도 만들어진다. 대표적으로 PBAT(Polybuthylene Adipate-co-Terephthalate)와 같은 플라스틱은 석유로, PLA(Poly Lactic Acid)와 같이 옥수수 등 식물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현재 생분해성수지 인증을 받은 제품은 대부분이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증을 받기 위한 기준이 '6개월 동안 58℃ 온도에서 90% 이상 최종 분해되는 것'으로, 자연분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한, 생분해성수지는 땅에 매립할 때 분해가 잘된다고 강조되지만 대부분의 쓰레기는 소각처리되기 때문에 미생물 분해 여부가 사실상 소용이 없다. 그리고 재활용으로 버려질 경우, 일반 플라스틱과 섞이면 재활용도 안 될뿐더러 오히려 일반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생분해성수지는 플라스틱 문제의 대안이 아니며, 멀칭비닐이나 통발처럼 자연환경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야한다.
즉, 이번 행정예고에서 말하는 생분해성수지 1회용품은 생분해성 수지가 생분해 기능과 쓰레기 처리 관점에서 기존의 플라스틱의 대안이 되지 못하는 지금 1회용품으로 사용되는 생분해성수지 제품은 엄연히 규제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자연환경에서 분해가 된다는 '생분해'라는 표현은 앞과 같은 내용들을 알지 못하면 플라스틱 문제의 완벽한 대안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로 인해 고통받는 곳도 있다. 바로 하수처리장이다. 주택과 상가에서 배출한 오수를 정화해 이렇게 깨끗한 물로 만들어내는 이곳은 수시로 배관이 막히는 것을 넘어 터지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배관이 자주 막히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물티슈이다. 물티슈가 플라스틱을 원료로 제작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오로지 펄프로 제작되어 자연분해가 되는 비데물티슈, 생분해 물티슈가 등장했다. 이 물티슈들은 물에 자연스럽게 풀리니 변기를 이용할 때 사용해도 괜찮다는 안내와 함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현실은 변기 아래로 흘러간 뒤 분해되지 않고, 오히려 똘똘 뭉쳐 배관을 막고, 터트리기까지 해서 하수처리장의 골칫덩어리이다.
재활용 방해하는 종이테이프
이 외에도 친환경으로 믿어왔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제품이 있다. 바로 종이테이프다. 플라스틱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종이테이프는 '100% 재활용' 또는 '상자에서 따로 제거하지 않아도 재활용이 가능합니다.'와 같은 문구와 함께 인기를 얻었다. 비닐테이프의 경우 물에 녹지 않고 코팅지와 접착제 등이 남아있어 종이류 재활용을 방해하는 요소로 꼽혀왔지만, 종이테이프는 같은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따로 분리배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맥락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소비자원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종이테이프 25개 제품 재활용 가능 여부 시험을 통해 이는 거짓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시험 결과, 조사한 제품 중 80.0%(22개)는 해리성이 없는 소재를 사용한 탓에 재활용 가능한 종이 원료(펄프)만을 분리해내기 어려웠음이 확인됐다. 따로 떼어놓고 분리배출하지 않으면 종이상자 재활용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이처럼 소비자가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에서 분해되고, 재활용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제품들은 늘어나고 있는데 실제로 그 제품이 버려진 다음 과정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 문제는 소비자들은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제품정보를 따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비자는 제조업체가 안내하는 내용을 전부 믿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환경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비를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소비만 계속 하게 된다. 이렇게 '친환경'이라는 표현으로 둔갑한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환경을 위한 소비와 선택을 하는 것을 방해하게 하고, 상반되는 주장이 쏟아지는 과정 속에 소비자들은 무엇이 정말 친환경적인 제품인지 분간하기 매우 어려워 혼란에 빠지게 된다.
환경부 고시 중에는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가 있다. 이는 기업들이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 없이 친환경, 인체무해 등 환경성 용어 사용으로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 앞에서 이야기 된 종이테이프 25개 제품은 모두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에 해당됐다. 소비자가 어떤 것이 정말 친환경제품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환경성 표시·광고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진짜 친환경 소비하려면
무엇보다 유의해야할 점은 '소비'는 친환경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제품이라는 것은 결국 자원을 채굴해, 생산, 가공을 거쳐 소비되고, 그 후 버려지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는 환경파괴가 일어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가장 친환경적인 것은 이미 있는 자원을 잘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것이다. 친환경적이라는 표기에 속아 소비하기 전에 정말 그 소비가 필요한 소비인지, 재사용 제품이나 다회용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지, 만약 소비를 해야 한다면 중고나 대여를 통해 대체할 수 없는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우리가 제품을 사용한 뒤에 버리는 과정은 너무나 쉽고, 간편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고 버린 그 다음의 과정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쓰레기는 결코 자연히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변기로 흘려버린 물티슈들로 막힌 배관을 청소하고, 수리하는 사람이 있고, 제대로 떼어지지 않은 종이테이프를 제대로 재활용하기 위해 뜯어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눈앞의 쓰레기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임을 인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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