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사람 되돌아 오는' 소득작목으로 농촌활력 불어 넣어
절기로 소한을 지낸 10일. 해발 500m 지리산 자락인 전북 남원시 운봉바래봉 일원은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했다. 맹추위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이곳저곳 쌓인 커다란 눈무덤 사이로 찬바람이 매섭다.
해가 바뀌면서 이곳 하우스 농가들의 손길이 벌써 분주해 지고 있다. 여느 해 같으면 농한기라 여유로울 법도하겠지만, 영하의 추위는 아랑곳없이 농가들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남원 운봉 파프리카 전국 주산단지로 ‘우뚝’
남원 운봉이 파프리카 전국 주산단지로 우뚝서고 있다.
최근 몇 년사이 이곳 지역실정에 맞는 대체작목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면서, 단연 파프리카는 농가소득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추,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포도, 고랭지 사과 등은 이곳 운봉을 대표하는 대체작물. 그 가운데 파프리카는 대체작목 재배가 시작된 지 30여년 만에 남원을 대표하는 수출작목으로도 자리를 잡고 있다.
2001년 6농가로 시작한 생산농가는 지금은 31농가가 되었고, 매출액도 크게 늘어 100억원을 육박하는 고소득 작목이 되고 있다.
원래 운봉지역은 500~600m 고지인 탓에 벼농사 위주의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한여름에도 30도를 넘지 않는 서늘한 기후탓에 벼농사 재배농가들이 냉해를 입기 일쑤였다. 때문에 5~6년마다 반복되는 냉해여파로 대체작목 육성이 시급한 과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랭지는 하우스농업이 불가능하다'는 농가들의 뿌리박힌 고정관념 때문에 추진이 선뜻 쉽지는 않았다.
이후 젊은이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인구가 줄게 되자, 다급한 나머지 남원시 시책에 적극 동참해 하우스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단박에 성공했을 리 만무했다. 한 해 두해 실패를 거듭하면서 노하우도 쌓여갔다.
△서흥석 전 회장이 주도한 작목반이 생산농가 이끌어
단연 맨 앞에 섰던 이가 '춘향골 바래봉파프리카 작목반' 서흥석(59) 전 회장이다. 그는 생산농가이자, 작목반을 맨처음 주도한 창단멤버다.
서 전 회장은 "지리적 여건상 난방비 부담 등으로 재배여건이 불리해 농가들이 선뜻 나서지 못했다"면서 "경험이 부족한 탓에 좋은 기술을 소개해 주는데도 계속된 실패로 여러 번 포기할까도 했다"고 되돌아봤다.
"특히 젊은이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믿고 따라준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동참해 준 농가들 때문에 우리지역 원예농업 발전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현재 이곳 원예농산물은 지난해 12월말 현재 347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그 가운데는 상추가 110억원 규모로 가장 많다. 참여 농가수가 전체 400여 농가 가운데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은데다, 재배면적도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농가별로 보면 1억이상의 농가가 56농가에 달한다. 2억이상이 23농가, 3억이상 7농가, 4억이상 4개 농가, 5억이상 3농가, 6억이상이 5농가에 달할 정도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 파프리카 재배농가가 31농가에 불과하지만 지역 대표작물로 자리매김
파프리카 재배농가는 현재 31농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3000여톤을 생산해 지난해 10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명실상부한 이곳 운봉을 대표하는 원예농작물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남원시의 대표 수출작목이 되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곳 파프리카는 운봉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공동선별을 거쳐 국내 유통매장에 납품이 우선 된다. 그리고 연간 1000여톤, 30여억원 어치가 일본과 중국, 베트남, 말레이지아 등지로 팔려 나가게 된다.
지난해에는 파프리카 작목반 박태성(54) 현 회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에서 실시하는 생산단지 평가에서는 12년연속 최우수 또는 우수단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운봉 파프리카의 약진은 농가들의 끈끈한 신뢰와 먼저 시작한 농가들의 시행착오가 낳은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아니다.
여기에 남원시의 첨단융자산업 지원과 운봉농협의 공동선별 등이 어우러져 지역 효자 농산물로 특톡히 자리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년여 동안도 막힌 수출길을 뚫고 일본 수출길을 넓히기도 했다. 중국, 대만, 홍콩, 동남아, 뉴질랜드, 호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로 확대 중에 있다.
△ “젊은이들이 되돌아 오는 농촌만들기” 자부심 높아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 여파 등으로 작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농가들의 자신감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하우스 농사에 젊은층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 특히 40, 50, 60대가 고르게 포진하고 있는 점은 농촌지역에 밝은 희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곳 운봉초등학교 졸업생 수는 16명, 입학생 수도 16명 이었다. 이는 곧, 젊은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고 있는 것이다.
서 전 회장은 "떠났던 젊은이들이 되돌아 온다는 것은 분명 신나고 행복한 일"이라며 "자부심을 갖고 젊은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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