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성훈의 관찰] 여성의 정보력, 남성의 무뚝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성훈의 관찰] 여성의 정보력, 남성의 무뚝뚝

생명체는 번식과 생존을 위해 자연으로부터 무기를 얻는다. 자연의 입장에서 생명체에게 가장 주고 싶은 (그리고 준) 무기는 무엇일까? 다양성일 것이다. 종(種) 간 다양성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 지구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생명체(아메바, 소나무, 인간 등)는 생태계 질서에 순응하며 각각 생육하고 번성하고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다양성으로 같은 종에서 이루어지는 분화를 들 수 있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흑인, 백인, 그리고 황인], [여성과 남성] 등이 다양성의 예이다. 이 글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분화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자 한다.

남성과 여성은 왜 구분되었을까? 먼저 번식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고대 생물계에서는 무성생식이 주를 이루었다. 따라서 성별의 구별이 없던 시기가 훨씬 길었다 -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유성생식 화석증거는 고생물학자인 메리 드로서(Mary L. Droser) 교수가 2008년에 보고한 5억 6천만 년 전 연체동물이다. 최초의 생물이 약 40억 년 전에 탄생했으므로, 성별의 구별이 없던 시기는 35억 년 가까이 된다.

유성생식에 비해 무성생식이 자손을 남기는 속도가 빠르고, 종족 번영에 유리하다. 그런데 굳이 생물이 수컷과 암컷으로 나누어지게 되었을까? 수컷과 암컷의 ‘유전자 교환’은 생명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기능을 한다. 유성생식으로 기형이 태어날 확률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돌연변이는 진화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

다양성은 종 멸종의 위험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영국의 한 대학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남학생에게 운동장을 뛰도록 하여, 땀이 흠뻑 젖도록 하였다. 그리고 여학생이 남학생의 옷으로부터 나오는 땀 냄새를 맡고 한 남학생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남학생이 누구인지 모른 체 말이다. 어쨌든 짝(couple)이 만들어졌다. 실험의 다음 단계는 짝들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여학생은 자기 유전자와 닮지 않은 남학생(의 유전자)을 선택한 것이다. 그 이유는 자손을 위해서다. 부모의 유전자가 같은 자손은 그 유전자에 치명적인 외부 충격(예를 들어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을 때, 생존이 어렵다. 다양한 유전자 풀(pool)을 지닐 때, 자손은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양성이 구분된 이유로 종족 번영을 제시하였다. 양성의 구분은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필자가 경험한 내용을 소개하기로 한다. 작업 중인 논문을 완성하고자 카페에 갔다. 조용한 카페 2층으로 올라갔다. 남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조용하다. 얼마 후 여학생들이 올라왔다. 여학생들의 대화는 나의 작업을 멈추게 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진화 생물학자들의 연구로부터 답을 찾아보자. 수렵채집인 시절에 남성은 사냥에 전념했다. 위험한 포식자와 사냥감인 피식자에게 집중해야 한다. 떠들면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거나 사냥감을 놓칠 수 있다. 그래도 일용할 양식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런 성과 없이 집으로 오는 날이 자주 있었을 것이다.

남성이 빈손으로 오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은 집 근처에 있는 식물채집에 전념했을 것이다. 의외로 우리가 일용

할 수 있는 식물은 그리 많지 않다. 동물 대부분은 독이 없지만. 독을 지닌 식물은 많다 (지금 우리가 식탁에서 먹는 식물은 전체식물의 극히 일부이다). 도망가지 못하니, 못 먹게라도 해야 한다. 여성은 어떤 식물에 독이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나누었을 것이다.

집 근처이기에 채집할 때 안전하다. 대화를 나누어도 괜찮다. 이렇듯 남성은 조용하게 사냥하게 되었고, 여성은 집 근처에서 정보를 교환하며 채집하게 되었다. 그리고 필자는 카페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여학생과 무뚝뚝한 남학생을 맞닥뜨린 것이다.

다양성은 생명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자연의 선물이다. 자연은 다양성을 통해 유연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간혹 다양성을 차별화로 오해한다. 인종차별, 성차별, 빈부차별, 천재와 둔재 등. 각 생명체는 그만의 장점을 갖고 있다. 생태계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고 있는 것이 증거다.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필자에게도 해당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