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49일 째인 16일 시민추모제를 진행하는 유가족들은 추모제 관련 기사 댓글 기능 중단을 포털·언론 등에 요청했다. <프레시안>도 여기에 적극 동참해, 추모제 관련 기사는 <프레시안> 사이트 및 포털에서 댓글창을 닫기로 했다. (관련기사 : "보도 댓글창 닫아달라"...이태원 참사 유가족 포털·언론에 호소)
"얘들아 우리가 왔다."
16일 오후 6시. 녹사평역 인근 시민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태원역을 향해 걸어왔다.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유가족과 희생자 지인들은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참사 현장에 다가올수록 유족의 울음소리도 커졌다.
이태원 참사 이후 49일째가 되는 날인 16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시민추모제가 참사 현장 인근 도로에서 진행됐다. 여전히 추모의 글이 빼곡한 참사 현장 앞 4차선 도로에는 유족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잊지 않을게요' 등이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자리 잡았다.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오늘은 이태원에서 희생된 아들,딸들이 이승에서 머무는 마지막 하루"라며 "마지막 하루 함께하기 모였다"라고 말했다.
오후 6시 34분이 되자 참사 당일 첫 신고 음성이 재생됐다. 참사가 벌어지기 4시간 전, 경찰에 들어간 첫 신고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유족들과 시민들을 향한 편지도 보내왔다. 신고자는 "너무 슬프고, 죄송하고, 화가 난다"라며 "지난 49일간 매일 화가 끓어오를 때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를 주문처럼 되뇌이며 숨죽여 울었다"라고 말했다.
"단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도 무시한 경찰,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종기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때와 똑같다"라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고,혐오하고,모욕하고 공격하면서 정쟁을 일삼고 권력유지에 골몰했던 여당의 인사가 이번 이태원 참사에도 똑같이 망언을 반복하는 걸 보니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지마라"식의 발언을 했었다.
김 위원장은 "유가족들에게 철저한 진상규명과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정부가 하지 않고 있다며 같은 유가족으로서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참사 유족을은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 또한 "오후 6시34분에 해밀톤 골목, 이마트24앞이라고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해 달라, 도와달라고 했는데 국가는 거기에 없었다"라며 "호소할 것이, 분노할 것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다.
사진과 이름, 편지 읽으며 '애도'한 유가족들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진, 유족들의 짧은 편지가 적힌 영상도 흘러나왔다.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희생자 사진이 나올 때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말하며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희생자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더 긴 편지를 써온 유족들도 있었다. 10여 명의 희생자 유족들은 각자 손으로 직접 종이 몇 장을 빼곡히 채운 편지를 단상 앞에 서서 꺼냈다. 희생자의 부모부터 언니,누나 등 형제자매들과 동료까지 '너에게 못다한 이야기'라는 이름의 편지를 유족들이 읽었다.
국가책임과 진상규명 재차 요구하는 유족들
유족들과 시민사회는 국가책임 인정,대통령 공식 사과 성역없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희생자 추모 공간 마련 피해자 소통 보장 2차 가해 방지 대책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는 유가족 협의회가 처음으로 출범한 지난달부터 유족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상황이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 부분이다.
저녁 9시 추모제를 마친 유족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하였으나 경찰은 녹사평역 인근에서 행진을 가로막았다. 유족들이 "요구서 전달하는 유가족을 왜 막냐", "29일 경찰은 어디있었냐" 등 항의하자 협의회 대표단만 대통령실로 이동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향후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오는 30일에는 이태원에서 2차 시민 추모제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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