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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취약 국가' 위한 기금,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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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취약 국가' 위한 기금,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COP27 '손실과 피해' 기금 '역사적 합의' 발표했지만 정의부터 운영까지 논의 내용 산적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선진국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도록 하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마련에 대한 합의가 지난 20일(현지 시각) 나왔다.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회 이후 36시간이 지나서야 나온 합의는 30년이 넘는 논쟁 끝에 다다른 '역사적 합의'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사회는 합의를 통해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특별히 취약한 국가'의 경제적·비경제적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고 기후위기 적응을 돕기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못했다. 어떤 국가가 얼만큼의 비용을 지불할지, 어떤 사안까지 기후위기의 피해로 봐야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선진국의 법적인 책임을 묻는 보상(Compensation) 혹은 배상(Reparation) 등의 용어가 포함되지 않아 기금의 성격 또한 모호하다. 그동안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과 기후단체들은 '손실과 피해' 기금은 선진국이 유발한 기후위기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선진국들은 이러한 용어 사용에 반대해왔다.

또한 기금 지원 대상인 '취약한 국가'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도 없다. 지원 대상국으로 '개발도상국'을 명시하면 현행 기후협상체제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었지만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 한국도 포함될 수 있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내려지지 않는 한 '기후정의'라는 기금의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24개국으로 이루어진 과도위원회를 결성해 기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개발계획(UNDP)는 지난 22일 "이제부터가 어려운 부분의 시작"이라며 5가지 핵심 과제를 향후 논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회 이후 36시간이 지나서야 나온 합의는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기금 마련의 주체, 내용을 놓고 총회 폐회 후에도 논쟁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에 담지 못했다. ⓒAFP=연합

기후위기가 만든 손실과 피해, 측정방식부터 원인 파악까지 숙제

UNDP가 제시한 첫 번째 과제는 정량화(Quantification)다.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가의 축적된 손실과 피해를 평가하는 기준 연도를 언제로 정할지, 미래 시점에 경험할 손실과 피해를 현재 가치로 변환할 수 있는지 등 피해를 정량화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어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또 다른 과제는 평가(Assessment)다. 문화유산 파괴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사안의 손실 규모 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관한 기준을 세계가 세워야 한다.

UNDP는 기존의 손실 평가 방법론은 "영향이 느리고, 피해가 축적되는 기후변화 특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라며 되돌릴 수 없는 피해에 대한 평가 방법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떤 손실과 피해가 기후위기로부터 야기 되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홍수 등 자연재해가 기후위기로부터 심화 혹은 유발되었다고 판단할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기후위기 영향에 따른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의 양상과는 달라질 것이기에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UNDP는 강조했다.

또한 기금이 마련된 이후 제대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감시 체제 마련, 목적에 적합한 기금 사용 방안 마련 등도 향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작동하는데 필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 유엔개발계획(UNDP)은 손실과 피해 정량화, 평가 방식 등 향후 기금 마련을 위해 논의가 필요한 5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 AP=연합

손실과 피해의 과학적 정의 가능할까?

과학저널 <네이처>는 22일(현지 시각) 과학적인 증거가 포함된 기준이 마련되어야 손실과 피해 기금 협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처>는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손실과 피해에 대한 과학 의견을 수집하고 그 결과를 특별보고서로 발간할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한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IPCC는 정부들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특정 주제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국제사회에 제출할 수 있다. 2018년 IPCC가 작성한 '1.5도 특별보고서'도 COP21의 요청에 따라 작성됐다. <네이처>는 전세계 과학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발표되는 IPCC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야기된 손실과 피해에 대한 정의와 피해 정도를 국제사회에서 합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 로메인 바이크만스 교수는 <네이처>에 "손실과 피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개념과 방법론마저도 논쟁적인 상황"이라며 "IPCC를 통해 과학적인 증거와 손실과 피해 기금 사이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IPCC는 전 세계 과학자들간의 합의를 통해 1995년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이 유발'이라는 문구를 발표했고, 1997년 온실가스 감축을 합의한 '교토 프로토콜'을 위해 온실가스 측정 방식도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향후 있을 손실과 피해 기금 운영 협상에도 IPCC가 내놓을 보고서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22일(현지 시각) 과학적인 증거가 포함된 기준이 마련되어야 손실과 피해 기금 협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상관측시설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파악할 수 없는 취약한 국가에서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조차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연합

다만 오직 과학적인 증거만을 기후위기 피해 기준으로 보면 "선진국만을 위한 기금"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케냐 기후기상부 소속 기후과학자 조이스 키무타이는 22일(현지시각) <클라이밋홈뉴스>에 아프리카 지역 내 기상 관측소 부족 등을 제시하며 "손실과 피해 기금 지원을 할때마다 과학적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계기후요인(World Weather Attribution)은 지난 16일 사하라 지역의 식량위기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지만, 아프리카 지역 기후 관측자료 부재로 인해 "기후위기 영향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조이스는 손실과 피해 기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취약한 국가들의 자료 부족 또한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부유한 북반구만을 위한 자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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