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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1인 종신체제'는 형성되었을까?

[창비주간논평] "20차 당대회 '쇼'는 끝났지만, 해석과 설명은 이제부터 시작"

앞으로 5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지도부를 결정하는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의 20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가 끝났다. 시진핑(習近平)의 3연임은 물론 최고지도부가 시진핑의 측근 일색으로 구성되었다. 20차 당대회를 시진핑의 '대관식'으로 일컫던 국내 언론은 시진핑 '1인 천하'이자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고 전했다. 인사 결과와 설명을 보면 그러한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 20차 당대회의 인사 원칙이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과 고도의 일치 유지"였다는 중공의 공식 설명은 시진핑이 인사를 결정했으며 그를 중심으로 한 1인체제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사 결과와 설명은 지도체제를 규정하는 중공의 제도 및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중공은 여전히 집단지도체제를 '당내 정치 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을 통해 규정하고 있고, 권력 집중과 개인 독단을 막기 위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공은 1982년 12차 당대회에서 당의 최고지도자를 의미하는 당주석제를 폐지하고 동등한 지도자 중 대표자를 의미하는 총서기제로 대체했는데, 이번 당대회에서 여기에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2021년 '19기 6중 전회 공보'에서 천명한바 시진핑의 개인적 권위를 공식화한 "두개의 확립"을 '당장(黨章)'에 수록하지 못한 것도 시진핑의 권위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는 온갖 수사를 포함한 중공의 당대회 결과 공표와 실제 당이 유지하는 제도와 규정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중공 당대회의 개최 과정과 성격을 살펴보자. 20차 당대회는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개최되었다. 인사안을 포함한 대부분의 당대회 결정이 만장일치 내지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는 중공이 말 그대로 고도의 일치를 보이거나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전체주의 정당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공은 9600만 이상의 당원에 기층 조직이 460만개가 넘을 만큼 크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거대한 조직이 고도의 일치를 이룬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으며, 차이와 이견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당대회에서 차이와 이견이 드러나지 않는 까닭은, 일주일간의 당대회가 사실 일년 가까운 연출과 조정을 통하여 정리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당대회와 그 결과는 거대한 빙산의 드러난 일부를 외부에 보이기 위해 아름답게 조각한 전시물에 불과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0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당장 수정안 투표를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정치와 당대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회의 결과뿐만 아니라 빙산의 숨겨진 부분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빙산의 숨겨진 부분이 중국에서 말하는 '내부'이다. 그간 내부는 비교적 오랜 기간이 지난 후 회고록 등으로 알려졌고 1978년 개혁‧개방 이후로는 일부 '소식통' 등의 이름으로 전해지기도 했지만, 시진핑 시기에는 기율이 엄격해져 내부 소식이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물론 후 진타오(胡錦濤) 이후 당내 정치 과정에 대한 공개가 확대되고 공식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많은 정보가 제공되지만, 중공이 선택한 정보만 알려준다는 점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중공이 말하지 않는 것, 혹은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이 이루지 못한 것을 통한 추정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진핑 1인 종신체제가 되기 위해서는 권력 행사와 더불어 제도와 규정을 변화시켜야 한다. 개혁 이후 중공이 개인에게 향하는 권력 집중과 독단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적 기제와 규정이 '1인 천하' 혹은 '종신집권'을 제약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언적이기는 하지만 당장은 당의 영도직무가 종신제가 아님을 규정하고 있다. 20차 당대회에서 구성된 새로운 최고지도부의 다른 구성원들은 시진핑과 인적으로 위계적 관계에 있으며 제도적으로 총서기인 그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동등한 회의체로서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성격 그리고 각각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영역에 대하여 분권적으로 책임을 나누는 체계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다. 또한 최고지도부 수준에서는 유명무실해졌다고 보이지만 집단지도체제를 규정으로 유지하고 있다. 제도와 규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고, 그것이 유지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개의 확립" 즉,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의 핵심, 전체 당의 핵심 지위의 확립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 지위 확립"은 당의 문건에서도 명문화하고 있고 '당장' 수정안 결의에서도 "대회는 전체 당이 '두개의 확립'의 결정적 의의를 심각하게 깨닫기를 요구한다"고 했지만, 정작 '당장'에 수록하지 못했다. 시진핑 개인의 권위 강화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실효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집단지도체제와 관련 규정들이 유지되는 것과도 일정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이는 "시진핑으로의 고도 일치"라는 20차 당대회의 '아름다운 조각' 아래 거대한 빙산에서는 개혁과 권력 분산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권력 집중의 필요성, 그리고 그것이 초래할 위험성을 두고 논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2018년에 만난 중국의 국장급 간부는 덩 샤오핑(鄧小平)의 가장 큰 공헌이 종신제 폐지라고 말했다. 종신제 폐지가 당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대회 직전 베이징의 고가 다리에 걸린 반(反)시진핑 표어도 그러한 내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일 테다.

20차 당대회라는 기획된 '쇼'는 끝났지만, 그에 대한 해석과 설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진핑으로 일원화된 것으로 보이는 권력구조에도 불구하고 왜 기존의 제도가 변화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어째서 시진핑 시기에 권력의 재집중화가 이루어졌는지 등이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답할 수 있어야 시진핑체제의 성격과 권력구조 그리고 제도와 규정 사이의 모순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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