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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벽청야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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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벽청야에게 묻는다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지리산 일대 빨치산 토벌 작전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견벽청야(堅壁淸野)에게 묻는다

성벽을 튼튼히 하고 들판을 비워

백성을 보호하라는

견벽청야(堅壁淸野)에게 묻는다

1951년 2월 7일부터 11일까지

죽은 사람이 몇 명인 줄 아느냐

그 중 어린이, 부녀자, 노인은 몇 명이었느냐

총을 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느냐

왜 죽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있었느냐

공산주의가 무엇이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또 몇이더냐

총으로 쏘고 기관총을 갈기고

수류탄을 터뜨리고 박격포탄을 들이붓고

그것도 모자라 휘발유로 태워

모두 죽이고,

모조리 빼앗고,

남김없이 불태운 청야(淸野) 후

강을 가득 채운 피로

독재의 견벽(堅壁)은 얼마나 더 단단해지고

골짜기에 쌓인 죽음으로

분단의 견벽(堅壁)은 얼마나 더 높아졌는지 아는가

국민의 따뜻한 울타리가 되는 것이 국가이고

백성의 근심을 치워주는 것이 정치인데

그 국가가 그 정치가

천인공노할 학살을 저지르고도

아직 제대로 된 사죄도 한 푼 보상도 없이

죄 위에 또 죄를 쌓고 있다

나는 못 본 척 눈을 감고

당신이 못 들은 척 귀를 막은 70년 동안

해마다 정월이면

바람의 호곡(號哭)이 골짜기를 메우고

하늘의 문상(問喪)으로

지리산이 하얀 수의(壽衣)를 입고 있다

▲ 텅 빈 골짜기. ⓒ게으른시골농부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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