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종포 해양공원 일원에서 개최된 전남 여수지역의 대표축제인 거북선축제를 놓고 총체적 부실논란이 불거졌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개최돼 관광객을 포함해 30여만 명의 인파가 대거 몰려 성대하게 막을 내렸으나 교통대책 마련이 부실해 교통 체증으로 도심 곳곳이 마비되는 등 심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축제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1967년 시작된 국내 최초 호국문화축제인 ‘여수진남제’는 3려 통합 이후인 2004년 ‘거북선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진남제는 남쪽 바다를 제압해 나라를 지킨 호국정신을 향토문화제로 발전시킨 것으로 임진왜란에서 승전을 이끈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본받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매년 5월 5일을 전후로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축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중단됐다가 3년만인 올해 처음으로 10월에 열렸다.
그러나 3년만에 열리게 되는 축제인 만큼 수많은 관광객들이 여수지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교통대책 마련은 전무했다.
이날 축제에 동참했던 한 시민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축제 동참을 위해 여수시가 '친절·질서 운동과 자가용 운행 안 하기 운동' 등 시민참여 캠페인을 독려하고 사전 홍보를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에서 수군의 복색과 장군복, 거북선 장식 등에서 당시 고증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축제의 가장 흥미있는 장면은 단연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과 판옥선, 이순신 장군 등을 재현하는 통제영길놀이 장면 이었다.
그러나 5000여 명의 시민과 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가장행렬에서 조선수군역을 맡은 학생들이 청록색 복색의 군복을 입고 등장해 ‘명나라 군대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순신 장군상은 거북선을 밟고 지휘봉이나 검이 아닌 북채를 들고 있거나 진남관을 형상화한 가장물에 붙은 검정색 국화문양 장식은 왜색 논란을 불러왔다.
거북선 가장물을 장식한 네온 조명시설도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해 실제 거북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기명 여수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시‧도 의원, 기관장 등 30여 명이 모두 장군 복장을 입고 등장한 것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과거 진남제 에서는 한 사람만 이순신 장군 복장을 차려 입고 나머지는 전통 갓에 도포나 한복 등을 입고 행렬에 동참한 것에 대조적 이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장행렬에 동참한 일부 정치인들이 손을 흔들며 행진을 해야 하는데 차기 선거를 앞둔 표를 의식해 시민과 관광객들의 손을 잡고 인사하는데만 분주하면서 행렬이 흐트러져 보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여수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호국 축제인데 정치인들이 시민과 인사하려고 대열을 이탈하면서 행사가 엉망이 됐다”고 한탄했다.
또 축제에 동참했던 시민 김모(47세,중앙동) 씨는 “관광객들을 의식해 네온싸인 등 화려한 장식에만 치중했을 뿐 당시 상황을 정확히 재현하려는 고증작업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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