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3분의 1이 홍수에 잠겨버린 파키스탄
지난 6월 초, 파키스탄 남부의 신드(Sindh)주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그때, 카이버 팍툰카(Khyber Pakhtunkhwa) 지방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도로를 휩쓸어버렸다는 갑작스런 소식을 들었다. 그때까지도 주요 뉴스 채널에는 홍수 예보가 없었다.
내게 이 소식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인더스강이 바다와 만나는 강어귀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파키스탄의 모든 강물이 마지막으로 닿는 이곳이 홍수에 가장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스강 인근 마을에 사는 20~30대 청년들은 홍수로 인해 하천의 방벽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2010년 이후로 이런 수준의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부 당국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방벽 근처의 도로에서 잠을 자면서, 벽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비상사태를 알리는 일대일 순찰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순찰 시스템은 2개월 이상 계속되었다. 인더스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불안의 수위도 계속해서 높아졌다. 인더스강의 수위가 1초당 60만 큐섹(cusec, 물흐름 단위로 1초에 1세제곱 피트의 수량 흐름. ft3/s.)씩 높아지자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곳은 2010년 대홍수 당시, 벽이 무너진 곳으로 벨로Bello마을과 수자왈(Sujawal) 마을을 비롯한 여러 마을이 물에 잠겼다.(2010년 우기에 발생한 파키스탄 대홍수는 국토의 5분의 1이 잠기고 2000명 이상이 숨지는 피해를 발생시켰다. 편집자)
그때의 홍수는 지역 주민들에게 참담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주민들은 사전 경보 없이 하룻밤 만에 마을을 떠나야 했고 그 지역 내에는 큰 혼란이 발생했다. 지면이 높아서 이재민에게 안전한 곳으로 공표된 막리(Makli) 언덕을 향해 가는 국도는 소와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세계는 더워지고, 히말라야 빙하는 녹고, 파키스탄은 기후재난 속으로 들어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는 더 따듯해지고 빙하는 더 많이 녹고 있다. 파키스탄의 길지트-발티스탄Gilgit-Baltistan과 카이버 팍툰카 지역에서도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3,000개가 넘는 호수가 생겼다. 이 가운데 33개의 호수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무너질 경우, 수백만 리터의 물과 잔해물이 분출돼 700만 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바로 가기 : BBC <News> 9월 2일 자 'How Pakistan floods are linked to climate change')
파키스탄은 지난 20년간 늘 '기후 리스크 지수(Climate Risk Index)'로 매긴 가장 취약한 국가 10위 안에 속했다. 기후 관련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 명에 달하고 173건의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한 재정적 손실이 약 40억 달러에 달한다.(☞ 바로 가기 : 미국 평화연구소(The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9월 29일 자 'Pakistan Presses U.S. to Lead Global Response to Climate Disasters')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파키스탄에는 30년 평균인 390.7mm보다 2배 가까운 190%의 더 많은 비가 내렸다. 8월에 내린 비의 양은 평균보다 784%나 더 많다. 최근 발생한 홍수는 2010년 파키스탄 대홍수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흐산 이크발 파키스탄 개발계획부 장관은 올해의 대홍수 피해 규모는 2010년 홍수 피해보다 더 크며 약 100억 달라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집을 잃은 사람도 3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편집자)
올해 홍수로 피해가 가장 컸던 신드 주에서만 1190만 5599명이 피해를 입었고, 761만4452명(어린이 210만 3998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지방 재난관리청 보고서, 2022년 9월 25일 현재)
몬순 시기의 집중호우는 파키스탄의 최근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홍수를 유발하여 마을을 휩쓸고 말았다. 이로 인해 아동 340만 명이 수인성 질병과 익사, 영양실조의 위기에 처해,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수 십만 채의 가옥이 파괴되었고, 수많은 공중 보건 시설, 수도 시스템, 학교가 파괴되거나 손상되었다. 어린아이들은 식수도, 먹을거리도, 생계수단도 없이, 건물 파손에서 비롯한 홍수 관련 새로운 위험과 익사 등 광범위한 위험에 노출되어 가족과 함께 옥외에서 살고 있다.
곧 들이닥칠 식량 부족 사태
신드주는 인더스강이 타타(Thatta) 지역의 케티 분더(Keti Bunder) 근처에서 아라비아 해와 만나는 지역이다. 인더스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히말라야산맥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이어지는 남쪽의 우회로를 따라 타타의 남동쪽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파키스탄의 해안 지대 가운데 하나인 타타지역의 기후는 지난 수십 년간 많은 변화를 보였다. 비의 주기와 날씨의 강도가 급격하게 변했다. 노인들은 더위와 추위가 매년 거세어진다고 말하는데, 이는 나쁜 징조다. 한편, 예상치 못한 비와 가뭄, 물 부족으로 수확 시기도 영향을 받고 있다.
바다 가까이 사는 선주민들은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방벽이 더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10~12일 간의 만조 시기에 바다가 강물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인데, 방벽이 파괴될 경우 인더스 지역(선주민들은 방벽들 사이의 땅을 '카차 지역(Katcha area)'이라고 부른다)의 사람과 가축과 땅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홍수가 발생했을 때가 쌀 수확기였기 때문에 식량 부족은 신드주에 다가올 또 다른 재앙이다. 지방 재난관리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드주에서만 총 407만 614에이커의 논 가운데 377만3707 에이커의 논이 피해를 입었다. 이는 전체 논 가운데 92.7%를 점한다. 한편, 농경지에 있는 물 때문에 2022년 11월부터 시작되는 다음 시즌에도 수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의 농부들은 기후 변화에 직면하거나, 혹은 새롭고 기후에 강한 농업 기술을 사용하도록 교육을 잘 받지는 못했다.
농촌인 신드의 많은 사람들은 농작물 수확과 함께 (염소, 소, 버팔로)와 같은 가축에 의존하며, 이 가축의 젖을 시장에 내다 판다. 이번 홍수로 393,035마리의 가축을 잃었으며, 이는 가계에도 큰 피해를 남길 것이다. 탈루카 샤 분더Taluka Shah Bunder의 나와브 칸 린드Nawab Khan Rind 마을의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여성은 우유를 팔아서 집안 살림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번 홍수로 인해 그녀는 유일한 소득원을 잃었다.
파키스탄 대홍수 피해의 가해자는 선진국들이다
신드가 이런 상황에 직면한 이유 중 하나로 잘못된 관리를 들 수 있지만, 더 크게 보면 기후 변화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키스탄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전 세계 온실가스의 배출량 가운데 1% 미만을 배출한 반면, 지리적으로 보자면 기후 변화에 극도로 취약하다. 산업국에서는 기후 자체가 교과 과정의 주제이자 중요한 부분이다. 문해율이 100%인 나라의 시민은 기후친화적인 활동에 민감할 것이다. 그러나 개발 도상국에서는 기후가 주류 교육 시스템에서 다뤄지더라도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모든 시민이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을 채택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문맹을 퇴치한 국가로서 선진국과 산업국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이 국가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서 앞장서야 한다.
한국의 형제자매들에게 '이 어려운 시기에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서로를 도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행동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따라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희망한다.
공동의 행동만이 천국의 길을 여는 유일한 열쇠이기에 이 땅을 아름답게 재건할 수 있도록 서로 돕기를 바란다.
* 필자 하산 린드(Hassan Rind)는 성공회대학교에서 아시아 지역 NGO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파키스탄 신드주 타타에 소재한 알라마 익발 개방대학교(Allama Iqbal Open University)의 지역 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 이 글은 웹진 <나비>의 '기후@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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