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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항 위기 대책은 없나?... ②비좁은 어항구 선박 사고 빈번, 위판장은 숨이 '턱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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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항 위기 대책은 없나?... ②비좁은 어항구 선박 사고 빈번, 위판장은 숨이 '턱턱'

안전사고 무방비 노출... 위판장 숨 막히는 공간에 교통사고 위험까지

서쪽엔 수십년전부터 관광 잠수함과 레져 선박들이 진을 치고 있고 동쪽엔 해경초소와 몇 년전부터 정박해 있는 환경선, 청안선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어선들이 옴짝달싹할 수 없습니다. 배를 세워 둘 공간도 없는데 날이 갈수록 서귀포 출조 선박들은 대형화되어 가고 있고, 비좁은 어항을 피해 하나 둘씩 다른 항구나 육지부로 나가는 어선들이 나타나고 있어 이들을 잡아둘 어항구 확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의 말이다.

어선들이 조업을 마치고 위판을 위해 서귀포항으로 들어올 때면 매번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한다. <프레시안>은 연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서귀포 어항을 찾아가 봤다.

▲서귀포 어항 위판장.ⓒ프레시안

서귀포수협과 서귀포시어선주협회에 따르면 서귀포시 관내 29톤 이상인 대형선박은 80여척, 20톤 미만 소형 어선은 200여척이다. 서귀포 연안에서 이들 선박들이 잡아올리는 어획량은 연간 9100여톤(갈치 8800여톤, 옥돔 300여톤)으로 매출액은 약 1200억 원에 달한다. 전국 최대 갈치 위판액이다.

29일 서귀포항에서 만난 천남선 서귀포시어선주협회장은 "대형 선박들이 서귀포항에 위판하려면 매번 007작전을 해야한다"고 털어놨다. 한달(30일)이나 한달 반(50일)동안 서귀포 연안 먼바다인 EEZ수역에서 조업을 마친 80여척의 대형 선박들은 서귀포항에 들어오기 위해 먼 해상에서 미리 순번을 정해야 한다. 서귀포항에 들어와봐야 배를 댈 장소가 없기 때문에 선주들이 내린 고육지책이다.

다행히 앞자리 순번에 배정된 대형 선박들이 서귀포항에 들어오더라도 곧장 위판장에 배를 댈수 있는 건 아니다. 서귀포 어항구엔 이미 20톤 미만의 채낚기 어선 100여척이 위판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배를 댈 수 없게 된 대형 선박들은 포구내 오른쪽이나 왼쪽 한켠으로 비집고 들어가 이들의 하역작업이 완료되는 오전 10시까지 기다려야한다.

소형 선박들의 하역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기다림은 끝난게 아니다. 서귀포항 위판장엔 3척의 대형 선박 밖에 댈 수 없다. 하역 시간은 1척 당 약 3시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끝 순번을 받은 선박은 길게는 3~4일 동안이나 대기해야 하는 기나긴 기다림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2010년 서귀포항에서 발생한 선박화재.ⓒ서귀포수협

선주들은 이 대기 시간동안 좌불안석이다. 어항구에 들어온 대형 선박엔 해상에서 한달여 간 잡아올린 뒤 급냉동된 선동갈치 약 1500여 상자가 한가득 실려 있어 선도유지를 위해선 엔진을 끌수 없다. 이때 들어가는 연료비 또한 하루에 약 300리터(약 50만원)의 기름이 들어간다. 2~3일 간 대기할 경우 기름값만해도 1척 당 대략 150만 원이 소요된다. 서귀포 관내 대형 어선 80척 중 50척 만 계산해도 7500만 원의 연료비를 따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선주들은 하역작업이 완료될때까지 2~3일 간 켜진 엔진이 과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9월 서귀포항 내에 정박 중인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6척이 전소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또 이 불로 어선 1척이 반소되고 2척이 일부 불에 타 약 70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후 어항구 내에서의 화재 억제 대책은 차후 비좁은 '어항구를 이전·확장하는 방안 검토' 이외에 별도의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태풍 등 기상악화로 인해 조업을 포기한 어선들이 서귀포항으로 몰려들때면 또다시 전쟁은 시작된다. 서귀포 관내 어선임에도 시간내에 들어오지 못한 어선들은 인근 항구를 전전해야 한다. 다행히 어항구로 들어온 선박들은 서로를 결박하고 버티지만 미처 피항을 가지 못한 대형 어선들은 외항에서 서로에게 의지한 채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칫 결박한 밧줄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어선이 뒤집히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서귀포수협 한종관 상임이사는 "지난 태풍 '마이삭'의 내습으로 동여맺던 밧줄이 끊어지면서 선박 3~4척이 거센 물결에 휘말리는 사고를 당한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선박 전복사고는 면했지만 어선끼리 부딪치면서 선미에 큰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항만에 배를 접안하지 못해 벌어진 사고다. 

▲태풍을 피해 서귀포항에 정박한 어선들.ⓒ서귀포수협

비좁은 어항구를 당혹하게 하는 건 갈치 잡이 성수기인 7~9월 채낚기 철이다. 이때에는 하루에만 100여 척의 소형 선박이 오전 6시부터 한꺼번에 몰려들어 하역 작업장은 그야말로 사투의 현장이 된다. 대기하고 있는 다른 배들을 위해 최대한 빨리 배를 빼줘야 하기 때문에 위판장에 들어온 배에 주어지는 하역 시간은 대략 10~15분이다. 이로 인해 배를 접안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빈번한 접촉사고가 일어난다.

오전 6시경 어획물 하역 작업이 시작되면 공판장 일대는 대기 중인 40여명의 중매인들과 작업자들로 인해 발디딜 틈조차 없다. 채낚기철 일일 오전 동안 쏟아지는 물량은 대략 3000상자(상자당 10kg)에 이른다. 서귀포 어항의 공판장은 400평이지만 직원 사무실과 박스 적재 장소 등을 제외하면 200여평에 불과하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위판장에서 공판이 이뤄지더라도 이들 물량을 육지부로 배송하기 위해선 오후 2시까지 크기별로 선별 포장 작업이 완료되야 하지만 작업 공간은 전무한 상태다.

허영호 중도매인협의회 회장은 "공판장에 작업 공간이 없어 수산물을 매입하더라도 낭패를 보기 일쑤"라면서 "선별 포장 작업을 위해 40km 가량 떨어진 자신의 공장으로 물건을 싣고 가 포장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만일 당일 배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거래처와의 약속을 어기게 돼 가격 하락과 심지어 거래 관계가 끊어지는 등 불이익이 돌아온다"며 어항구 이전 이외엔 답이 없다고 말했다.

▲29일 한 어선이 비좁은 위판장으로 들어오고 있다.ⓒ프레시안

협소한 공판장으로 인해 중도매인들의 휴식 공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들이 쉬는 휴게 공간은 수협에서 창고를 개조해 마련해 준 10평 남칫한 사무실이 전부다. 중도매인들이 비좁은 사무실을 함께 쓰다 보니 가격 담합을 의심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비좁은 위판장에 하역된 수산물을 옮기기 위해 쉴새 없이 오가는 지게차와 수산물 운송 트럭이 뒤엉켜 몇 분씩 꼼짝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더해 어항구의 위치가 서귀포시 대표적 관광지인 천지연 폭포와 잠수함 선착장, 최근 관광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세연교 초입에 위치해 있어 여름 피서철과 채낚기 성수기가 겹치는 7~9월 동안은 이 일대가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인해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김미자 조합장은 "어항구 이전은 지난 민선 6~7기 원희룡 도정에서도 약속했던 사항이다. 그러나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최근 선박들이 급속히 대형화되고 있어 어항구 확대 이전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좁은 어항구로 인해 서귀포항으로 들어와야 할 어선들이 다른 항구나 육지부로 나가는 건 심각한 문제"라면서 "오영훈 도정에서는 반드시 어항구 이전에 대한 어민들의 숙원 사업을 이뤄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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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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