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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딛고 바리스타 꿈 이뤄…편견 깨고 앞서 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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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딛고 바리스타 꿈 이뤄…편견 깨고 앞서 가는 중

임동현씨, 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 훈련 과정 마치고 다국적 커피전문점 취업

▲시각장애를 딛고 지난해 11월 다국적 커피전문점에 취업한 바리스타 임동현씨.   ⓒ프레시안(장찬우)

이름 임동현.

나이 23세.

직업 커피 바리스타.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다.

취업 이전에 엄격한 교육과정을 거쳤고, 현장실습도 잘했고, 경진대회도 나가 실력을 인정받았다.

소녀처럼 맑은 미소로 고객을 대하는 정성스러운 태도까지 나무랄 곳이 없다.

그의 취업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일은 아직 당연하지 않다.

그는 시각 장애인이다.

▲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에 마련돼 있는 직업훈련실 카페인 가배. 시각장애인 훈련생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프레시안(장찬우)

실습 기회조차…인식변화 절실

동현 씨를 만나러 충남 천안에 있는 스타벅스 백석점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매장실습까지 모두 통과해 직장을 얻게 됐다.

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바리스타 직업훈련 과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복지관에서는 시각 장애인을 상대로 주 4회 바리스타 양성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관 안에 카페에서 매장운영이나 관리는 물론 손님 응대, 메뉴제조까지 꼼꼼하게 가르친다.

▲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바리스타 직업훈련을 돕고 있는 김태형 직업지원팀장과 신가영 대리   ⓒ프레시안(장찬우)

훈련과정을 마친 시각 장애인들은 실제 사업체에서 매장실습을 나가기도 한다.

업무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철저하게 훈련하지만, 이 과정을 마친 모두가 취업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모두 12명의 시각 장애인이 복지관 바리스타 훈련과정에 참여했지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는 몇 명을 제외하고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동현 씨가 처음이다.

훈련과정을 마친 시각 장애인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실습할 기회조차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형 충남시각장애인복지관 직업지원팀장은 “과거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고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훈련을 도와줄 강사를 찾는 일부터 실습할 매장을 구하는 일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다. 동현 씨 같은 사례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동현 씨와 이민재 스타벅스 백석점장(오른쪽)은 인터뷰 내내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장찬우

한발 더 나아가는 중

스타벅스는 2007년부터 장애인 바리스타 채용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업계 최초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 증진 협약을 맺고 장애 유형과 정도의 구분 없이 분기별로 장애인을 뽑고 있다.

현재까지 모두 482명의 장애인이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올 3분기에만 56명의 장애인을 채용했다.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하는 바리스타를 뽑는 일이니 채용과정이 허술하지 않다.

이민재 스타벅스 백석점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채용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일이다 보니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맞아야 한다. 특히 다른 파트너들과 협업이 중요하다. 인성 같은 부분도 매우 중요한 채용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현 씨는 매장실습 때부터 지켜봤다. 채용 이후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는 사례도 있어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 의견을 수렴하는데 대체로 평가가 좋았다.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동현 씨는 “처음엔 실수가 잦았어요. 점장님이나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아직은 재료준비나 고객 편의를 위한 준비과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고객에게 음료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동현 씨는 어려서 시신경위축증이라는 병을 앓아 시력을 잃었고 현재는 오른쪽 시력이 0.02로 눈앞에 형체만 겨우 알아볼 수 있다.

잘 보이지 않는 길이지만 그는 용기를 내 한발 더 내딛고 있다.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바리스타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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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장찬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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