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가 '선감학원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해당 사건으로 인해 매장된 아동들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시굴 작업에 착수했다.
26일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선감동 일대의 유해 매장 추정지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국민의례와 개토제, 추도식 등을 진행한 뒤 시굴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추도사는 김영배 경기도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대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 김훈 작가가 맡았다.
추도사에서 김 대표는 "적합한 절차 없이 매장된 약 150구의 시신이 여기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는 어린 나이에 선감도에 수용돼 견디기 힘든 시간 속에 방치돼 버려진 존재들이 잠들어 있다"며 "2018년 1월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발굴 사전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지금까지 발굴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유해 발굴 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관계당국에 촉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공식 기록에는 오직 24명의 사망자만 있지만, 피해 생존자들은 수백여 명이 목숨을 잃거나 이곳을 탈출하다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이 차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는 이곳에 묻힌 이들의 일부라도 확인해 진실을 좀 더 명확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오늘의 개토제를 열게 됐다"고 시굴 목적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선감학원 원생들의 막사와 근거지는 제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 작품을 만들던 경기창작센터 자리였다. 그런 사실도 몰랐던 게 정말 견딜 수 없이 송구스럽고 등에서 진땀이 나는 느낌"이라며 "지금 이 자리에 와서 제가 제일 놀라는 것은 도심지 한복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발굴을 통해 많은 사실이 확인돼 사실의 힘에 의해 화해의 단초가 잡히길 기원한다"고 바램을 전했다.
이번 시굴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올해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을 앞두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및 경기도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의 유해 발굴 요청에 따라 추진됐다. 시굴은 유해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4~6봉분에 대해 오는 30일까지 5일간 진행되며, 필요할 경우 연장할 수 있다.
선감학원 사건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를 명분으로 4700여 명의 소년들이 강제노역에 투입돼 구타, 영양실조 등 인권유린을 피해 탈출을 시도하다 희생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해당 사건 피해자 190명으로부터 익사, 구타, 병사 등 아동 인권침해 사례를 비롯해, 사망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선감동 산37-1에 매장했다는 진술을 받아 이번 유해 매장 추정지를 특정지었다.
이번 시굴 결과는 다음 달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보고서 및 기자회견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승원 책임조사원은 "2018년 사전조사를 통해 소형 봉분에 유해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며 "봉분들을 대상으로 고고학적인 조사 방법을 통해 유해나 유품, 유류품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종윤 조사단장은 "이곳에 140~150여 봉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중 6개 지역을 GPR(지표투과레이더)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이번 시굴은 유해가 확인되면 발굴 등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그러한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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