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의 일원인 비대위원으로 지명된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가 인선 발표 1시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당의 최고위원에 해당하는 고위 당직 인선이 발표 직후 번복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대위원 인사로 첫 발을 내디딘 정전석 비대위가 출범부터 삐끗하는 모양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금 전 1차로 발표한 비대위원 중에 주기환 비대위원께서 정진석 비대위원장께 간곡한 사의를 표명해왔다"며 "사의를 받아들이고 전주혜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 전 후보의 사의 표명 이유에 대해 박 원내대변인은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지만 정 위원장께 발표 후에 ‘본인이 (비대위원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겠다’는 간곡한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고만 설명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주 전 후보와 함께 3선의 김상훈 의원과 재선의 정점식 의원, 김병민 국민의힘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전 대선캠프 대변인), 김종혁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대변인, 김행 전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을 '정진석 비대위' 비대위원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이 주 전 후보에게 쏠리며 '친윤 색채 강화'라는 해석이 나오게 되자 부담을 느낀 주 전 후보가 결국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주 전 후보는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2003년 광주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한 이력을 갖고 있는 '친윤' 인사다. 대선 뒤에는 주 전 후보의 아들이 대통령실 6급 직원으로 채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주 전 후보의 사의 표명과 이를 수용하는 내용의 브리핑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비대위원 인선 발표는 10시에 각각 이뤄진 점을 보면, 정 위원장을 포함한 새 당 지도부의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것도 분명해 보인다. 주 전 후보를 비대위원으로 지명할 경우 '윤심'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정이나 그의 아들의 '사적 채용'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우려 등은 인선 발표 이전부터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위원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주 전 후보의 경우, 그 아들의 대통령실 채용 논란과 관련해 논란이 일지 않겠느냐'고 한 기자가 묻자 "말 나와도 괜찮다. 그 나름대로 나는 호남 인사를 채우고 싶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주 전 후보의 사퇴로 애초 비대위를 꾸릴 때 염두에 둔 '호남 안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박 원내대변인은 "최초의 호남 몫 위원으로는 이용호 의원께 부탁드렸는데 고사하시는 바람에 주기환 위원으로 호남 몫을 배정했다"며 "그런데 오늘 또 주 위원께서 사의를 표명해서, 연고지가 광주인 전주헤 의원을 그런 면을 감안해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 위원은 전석홍 전 전남지사(관선)의 딸이며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졸업했지만 출생지는 광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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