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학년 시절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학교를 중퇴한 17살의 한 소년이 있었다.
동기들이 졸업할 때 함께 대학에 진학해야겠다는 각오로 대학입학자격검정고시(지금의 고졸검정고시)에 응시했던 그는 열심히 공부해 대입자격검정고시를 치렀지만 12과목 중 2과목에서 과락을 하면서 떨어지고 말았다. 재도전을 했지만 다시 불합격한 그는 얼마 후 입대를 했다.
제대 후 고교 졸업장이 없는 그는 제대로 된 직장에 들어가지도 못해 아버지의 과수원을 함께 일구면서 성공가도를 걸었으나 30대 초반에 동생의 사업을 돕다가 모든 것을 잃는 쓴 맛을 봤다.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의 추천을 받아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대전신학교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다시 총신대학교에 우수한 실력으로 합격해 강도사(전도사) 자격을 취득, 본격적인 목회활동을 시작했다.
세종부강장로교회에서 10여 년, 청주시 오근장동 오동교회에서 20여년을 목사로 시무하고 35년 만에 은퇴한 그는 성경의 모든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는 등 왕성한 활동을 계속했다.
나이를 먹으면 옛 생각이 난다고 한다. 어느 덧 61년이 지나 산수( 傘壽)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그는 소년 시절 먹을 것도, 교재도 없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야겠다는 일념에 다시 고졸검정고시에 응시하기로 결심했다.
60년 만에 충남도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과거 응시기록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반드시 합격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지난 2월4일 부인과 함께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수개월간의 병원생활을 하면서 죽기 전에 고졸검정고시를 반드시 합격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버지의 뜻을 알게 된 딸도 EBS 교재를 사다 드리는 등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공부를 놓은 지 61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처음 교재를 펼쳐 본 그는 하늘이 캄캄했다. 그나마 영어는 학창시절 잘했던 과목이었고 미8군 근무 경험도 있어 쉽게 공부했지만 나머지 과목은 첩첩산중이었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고령의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종아리가 퉁퉁 붓도록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한 그는 결국 61년 만의 4수 끝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시험 전날 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제가 있어 다시 일어나 문제를 풀었다. 이 문제는 다음날 시험문제로 출제 됐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충북도교육청에서 30일 발표한 2022고졸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김능주(78, 괴산군 칠성면) 어르신이다.
김 어르신은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입니다, 시험 전날 떠오른 수학 문제가 다음 날 시험에 똑같이 나온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라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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