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18일 서울 동작현충원에서 엄수됐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대표들이 참석해 한목소리로 'DJ 정신'을 기렸지만, 각 정당 내부 사정을 반영한 듯 강조점은 저마다 달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지혜와 용기, 화해와 용서(라는) 김대중식 정치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비로소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을 얻었다"며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고, 단 한 번의 정치보복도 하지 않았다"고 고인을 기렸다.
김 의장은 "혐오의 정치, 남탓하는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목숨을 노리던 적까지 용서하던 정치, 김대중식 국민통합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또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김대중 정부 당시의 경험을 언급하며 "다시 시련이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 경제와 민생위기까지 겹쳤다. 외환위기를 이겨낸 그 날처럼 국민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추도사에서는 "수많은 핍박과 고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보복을 하지 않으시고 화해와 용서로서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며 "정권교체가 잦은 요즘 집권하신 분들이 배워야할 가장 큰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한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 산업부·통일부·과기부 등 산하 기관장 블랙리스트 사건 등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집권 여당 대표의 입에서 "화해와 용서의 정신"이라는 언급이 나와서다.
주 비대위원장은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실사구시 실용정신"을 '김대중 정신'의 요체로 제시하며 "여야가 김대중 정신을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한국정치는 다시 신뢰받고 문제들이 잘 해결될 거라 확신한다. 저희들도 김대중 정신을 배우고 이행하고 지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부단한 정당 내 혁신을 강조한 면모를 조명했다. 우 위원장은 1999년 기존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를 두고 새천년민주당을 새로 창당한 일을 거론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셨는데, 여당인데 굳이 왜 새로운 신당을 창당해야 하느냐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힘이 있을 때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하시던 그 강렬한 말씀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세 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매우 초라하다. 민주당을 만들고 민주당 정신을 지켜오신 대통령님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아마 지금 살아 계셨다면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다시 '민주당이여, 민주주의 위기를, 서민경제 위기를, 한반도 평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추도식에는 여야 지도부 외에 문희상·정세균·임채정·김원기 전 의장 등 역대 국회의장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와, 동교동계와 인연이 깊은 조수진 전 최고위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의당에서도 심상정·장혜영 의원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당권 주자인 이재명·박용진 후보와 설훈·윤호중·홍익표 의원 등 당내 계파를 불문하고 많은 의원들이 참석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권노갑·한광옥 전 실장, 공보수석을 지낸 박선숙 전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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