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졸릴 때가 된 것 같으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얘기를 던지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아재 개그’라고 하면서 웃지도 않는다. 예를 들면 “가장 뚱뚱한 사람 이름은 뭐지?” 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너무 오래 된 이야기라 답을 하지 못한다. “‘배둘레햄’이야.” 하고 혼자 웃는다. 이 상황에서 웃어야 하는데 세대 차이인지 아이들은 별로 웃지 않는다. “일본에서 제일 깡마른 사람은?” 하고 물어도 대답은 없다. 혼자 “응, 비사이로막가!라는 사람이야.”라고 하고는 또 혼자 웃는다. 이른바 아재 개그는 이제 축약어에 밀리고 있다. 어쩌다가 아재가 꼰대와 동일 계열에 들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세대를 통칭하여 아재라고 하는가 보다. 요즘 아이들은 “우 to the 영 to the 우”라고 하며 몸짓까지 해야 겨우 웃을까 말까 한다. 아재들은 “이게 뭔 소리여?” 하고 있을 것이고….
‘아재’라는 말은 부모와 같은 항렬(行列)의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말하고, 남남끼리 나이든 상대방을 편하게 부를 때 쓰기도 한다.(손진호, <지금 우리말글>) 사전에 나오는 말로는 “‘아저씨’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어렸을 때에는 시골에 아재가 참으로 많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나이 어린 아재가 수두룩했고, 같은 항렬의 친구들은 별로 없었다. 종가에서 태어난 까닭이다. 그러니 지금도 고향에 가면 나이 어린 후배 아재들이 “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촌수를 따져서 내가 조카뻘임을 알리고 하대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아무튼 필자는 그들이 아재이기 때문에 존대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서로 존대를 하면 편하기는 하다.
아줌마라는 말도 참 많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제3의 성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아줌마란다. 남성, 여성, 아줌마 이렇게 세 개의 성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필자도 공감하는 바가 많다. 예를 들면 자동차 운행 중 휴게소에서 급하게 볼일(?)을 보는데 한 무더기의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 와서 남자 화장실을 점령한다. 사실 과거에 몇 번 경험 했던 일이다. 물론 여성 화장실에는 줄이 길고, 남탕(?)은 비어 있는 곳이 있을 것이니 들어 왔겠지만 민망할 때가 종종 있다. 남자 화장실에서 당당하게 청소하는 아줌마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남자가 그랬으면 당연히 변태 운운하면서 신문에 나겠지만 아줌마가 그렇게 하는 것은 용납되는 것이 우리의 문화다.
아줌마도 아주머니와 마찬가지로 아재와 동항렬의 여성을 이른다. 원래는 고모나 이모를 칭하는 말이었지만 요즘은 의미가 확장되어 ‘나이든 여성을 이르는 일반적인 말’이 되었다. 요즘은 오히려 ‘아줌마’라고 하면 ‘낮추어 부르는 말’로 인식한다. 성인 여성을 친근하게 부르던 것이 제3의 성으로 인식되면서부터인지는 몰라도 비칭(卑稱 :낮추어 이르는 말)이 되었다. 아줌마는 16세기 문헌에는 ‘아ᄌᆞ마’로 나온다. 우리말에서 ‘앚-’은 ‘작다(小, 次)’는 뜻이 있다. ‘아기, 아지, 아이’등이 모두 이를 어원으로 갖고 있음을 생각하면 쉽다. 망아지, 강아지, 송아지 등을 보면 모두 어린 것, 작은 것을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母)’는 ‘아마, 어마’와 같은 말로 ‘어머니’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아줌마=아자마=아ᄌᆞ마’는 ‘작은어머니’로 풀이할 수 있다. 이것이 이제는 많은 변화를 거쳐 제3의 성을 가진 여성으로 낮춤말이 되었다.
아재도 과거에는 ‘아ᄌᆞ바’라고 부른 흔적이 있다. ‘백숙부(伯叔父)’나 ‘외숙부(外叔父)’를 ‘아자바’라고 불렀듯이 고모나 이모를 ‘아자마(아줌마)’라고 불렀던 것이다.(조항범, <우리말 어원이야기>) 아울러 자기와 같은 항렬인 사람의 아내를 높이거나 정답게 부를 때 ‘아주머니’라는 표현을 쓴다. 요즘은 아주머니와 아줌마를 의미가 다른 것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동일한 것다. 세월의 흐름이 이 단어를 둘로 갈라놓았다.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만화 <재혼 황후>도 보았고, 젊은이들과 소통하려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줄거리도 열심히 보았으나 아재의 티를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세월을 누가 당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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