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간 극심한 의견대립으로 인해 지난달 12일 첫 회기를 개회한 직후 5분 만에 정회하며 장기간 파행을 겪어 온 제 11대 경기도의회가 마침내 전반기 의장을 선출하며 의회 정상화의 신호탄을 쏴올렸다.
경기도의회는 9일 오후 12시 23분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염종현(부천1) 의원의 개의 선포를 통해 ‘제362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시작했다.
도의회는 이어 국민의힘 소속 의원 78명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78명 등 156명의 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의장 선거에 돌입했다.
감표(監票)는 양당 소속 의원 2명씩 모두 4명(민주당 김광민·이채명 의원, 국민의힘 이한국·이영희 의원)이 맡은 가운데 진행된 1차 투표는 민주당 염종현 의원과 국민의힘 김규창(여주2) 의원이 각각 70표와 60표를 득표하고, 26표가 무효표로 처리되면서 과반수 득표자를 내지 못해 무효처리됐다.
무효표로 처리된 표들은 의원들이 의장으로 선출하고자 하는 의원의 이름을 ‘정자(正字)’로 쓰지 않고 흘림체로 쓰거나(‘이응’ 또는 ‘미음’을 세모처럼 쓴 경우, ‘기역’과 ‘히읗’ 등을 흘려 쓴 경우 등) 이름 외에 ‘점’을 찍는 등의 경우가 모두 무효표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감표 과정에서 양당 감표위원들은 해당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여 감표 과정만 1시간여가 소요됐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1차 투표에서 전반기 의장 선출에 실패한 도의회는 오후 2시 19분께 결국 2차 투표에 나섰다.
40여 분만에 끝난 2차 투표를 통해 전반기 의장은 총 83표(53.2%)를 얻은 염 의원이 71표(45.5%)를 받은 김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2차 투표에서 기권과 무효표는 각각 1표씩 나왔다.
염 의원은 당선수락 연설을 통해 "1390만 경기도민과 천신만고 끝에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해주신 양당 교섭단체 대표를 포함한 여야 156명의 의원 모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경제를 포함한 민생이 많이 어렵고, 수 많은 난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며 "잠시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비장한 각오와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의회가 앞장서서 경기도민의 민생을 보살펴 드려야 한다. 도민들은 여야 정치인들이 싸우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협치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미 도의회와 경기도는 연정(연합정부)을 통해 도민들의 민생을 보살핀 전통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여야가 함께 손을 맞잡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성공 시대를 함께 활짝 열어가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염 의원은 또 "이제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의회는 여야가 하나가 돼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며 "17개 광역의회와 전국적 연대 활동을 통해 ‘지방의회법’ 개정 추진을 포함한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를 위해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경기도의회 사무처의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를 통해 의원을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역량도 배가시키겠다"며 "경기도 협치의 시대, 신(新) 연정의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도의회 안팎에서는 사전에 예고된 결말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본회의 시작에 앞서 도의회에서는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당초 11시에 시작될 예정이던 이날 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이 참석을 거부하는 등 당내 내부분열 상황이 노출된 것이다.
연일 기록적인 폭우 탓에 일부 의원이 지각한 사례도 있었지만, 국민의힘 소속 초선의원 중 일부가 "다선 의원들이 초선 의원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대표단을 구성했고, 의장단 선출 이전에 모든 협상을 끝낸 뒤 선거와 상임위 배분 등 원 구성을 마무리졌어야 했음에도 투표를 통해 결정된 의장의 소속에 따라 상임위를 배분한다는 대표단의 합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회의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 대표단 등은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예정됐던 시간보다 1시간 20여 분 늦게 회의가 시작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 가운데 일부가 대표단에 대한 반발로 기권이나 무효표를 내거나 염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