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식 전북 남원시장의 허위학력 기재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연일 나오더니, 지난 2일에는 급기야 최 시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선거가 끝난지 두 달,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만이다.
최 시장은 기자들의 몇 가지 질문에 당시 학력기재의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그같은 사실이 '고의냐, 과실이냐'에 대한, 그리고 이 문제가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가 다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앞으로 수사과정을 더 지켜 봐야 하겠지만, 당국의 기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지역정치권 다수의 전망이다.
하지만 고의 과실이나 법의 심판에 앞서 '학력에 관한 문제'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어쩌면 '개인양식'에 관한 문제일 수 있다. 다퉈보겠다는 것 자체가 참 답답하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남원 시민들 반응은 '착잡함' 그 자체다.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갈길 바쁜 현안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다. 공공의대 문제를 비롯해, 폐교된 서남대 해결방안 등 현안들이 첩첩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지역경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데다, 인구까지 줄어 지방소멸 시대를 살고 있는 작금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마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할말을 잃게 만들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정은 온통 벌집 쑤셔 놓은 듯한 상태다. 전임 시장때 추진했던 몇몇 사업들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고 있는가 하면, 일부 사업들은 자체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소송 등으로 비화돼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실제로 관광지 모노레일사업의 경우 사업자측은 이미 '남원시장의 불법 부당한 행위'라며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냈고, 감사가 더 지연될 경우 피해소송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만의 하나 최 시장 문제가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혼란에 혼란을 거듭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 한가지는, 안 될 것같으면 중도에 포기하고 빨리 지역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12년 전 상황을 떠올리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당시 윤승호 전 시장은 허위사실 공표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년여가 걸렸다.
이후 이환주 시장으로 바뀌면서 모든 시정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가 하면, 재조정이 불가피한 수순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빚어진 혼란은 말할 것도 없이 남원 지역으로서는 뼈아픈 과거가 됐다.
우려대로 최 시장 사건이 재판으로 이어진다면 정치적인 혼란도 이만저만 아니다. 민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박희승 지역위원장이 새로 선출된 만큼 배후설도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문제는 최 시장의 수사과정이나 재판을 떠나 '도덕성 문제'로 직격탄을 맞은 시민들이 입을 자존심에 대한 상처다. 학력은 잘못 썼을 수 있었겠지만 개인 양심의 가치는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의 심정은 날씨만큼이나 덥고, 답답하고, 참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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