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설, 최고위원 출마설 등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본인이 스스로 전당대회 출마 관련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위원장은 또 이재명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 전 위원장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청년 정치인 모임 '그린벨트'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났다. 박 전 위원장은 "한 달 만에 공개 일정을 하게 됐다"며 "그린벨트 간담회는 지방선거에 나왔던 청년 정치를 하는 분들을 위한 자리이다 보니 (함께) 자리하게 됐다"고 참석 취지를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뒤이어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조만간 따로 입장을 밝히겠다"며 "아직 고민 중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행사 후에 재차 취재진과 만나 "일주일 안에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이재명 의원과 경선에서 의미있는 대결을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며 "청년들을 중심으로는 출마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시는데, 당원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여러 가지를 두루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당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 출마로 방향을 트는 문제에 대해서도 "포함해서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 의원에 대해 당내 불출마 요구가 많은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저도 불출마하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 이후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글에서 당내 '팬덤 정치'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는 '개딸' 등 사실상 이 의원 지지층과 각을 세운 것으로 풀이됐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기간이나 대선 이후 지방선거 국면에서나 당내 계파 구도에서는 '친(親)이재명'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이 의원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로 이 의원과 전당대회 관련 의견 교환이 있었는지 묻자 "출마 관련해서 (이 의원과) 따로 이야기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오히려 이 의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 의원은 친문계·이낙연계 등 많은 그룹으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아 왔으나, 이들 그룹의 대표선수 격인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의원과 직접 당권선거에서 맞붙을 이들은 최근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정치인들이 됐다.
이들 97그룹이 이 의원과 가장 선명하게 대비될 수 있는 지점 중 하나는 세대교체론인데, 90년대생인 박 전 위원장이 당 대표 후보로 가세하게 되면 세대교체론이 무력화되는 효과가 날 수 있다. 이 의원과 박 전 위원장이 위아래에서 이들을 협공하는 이른바 '세대포위'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다만 이날 기자들이 97그룹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하자 "이재명 의원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출마선언을 하신 것은 용기 있다고 생각하고 존경한다"고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반면 민주당 내에는 97그룹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86세대의 대리인으로 세워진 리더십은 장기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인영·홍영표 의원 등이 97그룹 정치인들의 전당대회 출마를 격려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들이 86그룹의 '대체재'가 아니라 '대리인'이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을 던진 셈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립·독립적이면서도 분명한 당 개혁과 청사진을 들고 대표 선거에 뛰어들길 바란다"며 "70년대생은 정치 영역에서 '가려진 세대'가 됐는데, 항간에는 '97세대'가 아니라 '97년생'으로 점프할 거란 말도 있다. 위기감을 느껴야 할 당사자들이 그간 가방을 너무 오래 든 건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86세대의 '가방'을 들어주느라 독립적인 정치적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인 동시에, 96년생인 박 전 위원장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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