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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가 정의당 탓? 민주당, 반성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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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선 패배가 정의당 탓? 민주당, 반성 안 했다"

[인터뷰] 정의당 이정미 인천시장 후보 "조봉암 이후 첫 인천 당대표…노회찬·심상정 못잖은 리더 역할 하겠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한 양당 구도 속에 펼쳐지고 있다. 초박빙으로 치러진 대선의 여파가 이어진 탓이다. 거대 양당의 대결 속에서,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군소정당에 '변수' 역할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제3세력 후보가 있다. 인천시장 후보로 나선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다. 현 시장인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전 시장인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의 재격돌 구도인 인천시장 선거에서, 이 후보는 판을 좌지우지할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은 국내 3대 도시인 만큼 전국적으로도 주목도가 높은 선거구인 데다가 이번 선거에서 극히 드문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몇 주 간 인천시장 후보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유 후보가 앞서가고 박 후보가 쫓아가는 형국이다. 그리고 둘 사이에 벌어진 틈, 딱 그만큼의 지지율을 이정미 정의당 후보가 점유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공연하게 이 후보의 중도 포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선거 초반 '이 후보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던 박남춘 후보는 선거일이 다가오자 "지난 대선에서 우리 시민들께서 주신 따끔한 회초리. 이것에 대해서 좀 깊이 생각하면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후보의 양보를 촉구한 것이다.

이 후보는 그러나 18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단일화 얘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는 나의 선거로 시민들에게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진보 연대'라는 말 자체를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반(反) 국민의힘 연대'를 할 명분도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네 글자, '반구저기(反求諸己)'를 충고했다. 문제의 원인을 자기로부터 찾으라는 일침이다.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정의당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도 대선에서 국민들이 선택했던 그 결과에 대해서 자기 성찰이 없단 얘기"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지난 대선을 통과하면서 사그라진 정의당 존재감을 다시 키우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 대해 "이정미도 노회찬, 심상정 못지않게 정의당의 리더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기 위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1대 국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당 후배 의원들에게는 "촉촉하게 더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논란이 된 당내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서는 "깊은 책임을 느낀다"면서 "정당 문화와 사회적 공기를 성평등하게 만드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지난 18일 인천 남동구 이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이정미 인천시장 정의당 후보. ⓒ프레시안(서어리)

"계양을 출마 생각 안 했다. 좌고우면 안 해"

프레시안 : 이제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시장 출마는 처음이라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이정미 : 어깨가 엄청 무겁다. 대선 후에 '정의당의 색깔이 뭐냐', '정의당의 독자적인 존재 이유가 뭐냐' 이런 질문들이 굉장히 많이 쏟아졌고 그것을 입증해내야 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의당이 저런 정당이었지, 우리한테 그래도 꼭 필요한 정당이었지' 하는 믿음을 다시 드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프레시안 :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아닌 시장 선거에 출마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이정미 :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제 지역구인 연수을에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에게 선택지의 변화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것이지만, 지난 총선 때 그 어려운 선거에서도 저의 손을 잡아주신 분들한테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후에 꼭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다.

계양을 보궐선거를 나갈까 하는 생각은 거의 안 해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모습을 색깔을 그대로 잘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인천시장 선거를 이미 결심했었고, 계양을 보궐선거는 그 이후에 송영길 후보가 서울로 가시면서 결정된 거다.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시장 선거를 통해서 이정미를 입증하는 길로 그냥 계속 가겠다.

"이정미 시정 4년 간 '인천 공동정부' 구성하겠다"

프레시안 : 만약 당선돼도 제3당 소속 시장이다. 시정을 펼치기 녹록지 않을 텐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정미 : 오히려 그 약점이 저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일을 할 때도 그랬고 정당 대표를 할 때도 그랬고, 타 당 정치인들이 이정미라는 정치인에 대해 '믿음을 가져볼 만한 파트너다'라는 인식을 제가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한다.

지금 후보로 나온 전‧현직 인천시장이 돌아가면서 시정을 맡는 동안 상대 진영에 대한 배제와 반목이 너무 심했다. 이번 TV 토론 과정에서도 시민들이 '왜 저렇게 둘이 싸우냐' 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런 반면 저는 두 당의 정치인들로부터도 일정 부분 신뢰를 갖고 있는 사람이고 또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제3의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제가 시장이 되면 자기 사람 돌려쓰기 하고 인사 사고 터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파를 불문하고 인천시의 미래를 위해 창조적 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인재를 기용할 생각이다.

말로만 협치‧협력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권력을 실제로 나누면서 협치의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협치‧협력을 이야기하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지금은 잘 안 되고 있지 않나. 이번 선거를 통해 저에게 권한이 주어진다면, 저는 적어도 인천시 정부 안에서는 공동정부를 구성해서, 저에게 주시는 권력을 나머지 두 개의 정당과 서로 나누고 이정미 시정 4년 동안은 '저렇게 힘을 합치니까 이 정도 효과가 나타나는구나', '정치의 시너지라는 것이 이렇게 형성되는구나' 하는 것을 보여드릴 자신이 있다.

"유정복은 인천에 막대한 피해, 박남춘은 위기 돌파 능력 부족"

프레시안 : 박남춘 현 시장, 유정복 전 시장의 시정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

이정미 : 두 분 다 행정 경험이 있으시고 또 인천에 대한 애정도 많으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두 분과 경쟁하는 것도 저한테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한 분은 과거 시장이고 한 분은 현재 시장이다. 그런데 인천은 이제 미래로 가야 하는 도시다. 이제 미래 시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과거도 현재도 아닌 미래 시장은 바로 저라는 말씀을 드린다.

일단 두 분이 이전에 해왔던 행적을 보면 유권자들에게 다시 뽑아달라고 하기에는 약간 불안한 요소들이 있다. 유정복 전 시장 같은 경우에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기 때문에 중앙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도 '중동 외교를 통해 오일머니를 인천으로 갖고 올 수 있다'며 검단에 '스마트시티'를 약속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민간 투자자 두바이홀딩스와 한 계약이 파기되면서 인천 시민들한테 막대한 피해를 줬던 경험이 있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천시의 수장으로서의 독자적인 리더십을 좀 더 강하게 보여주셔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박남춘 현 시장은 아무리 봐도 위기 돌파 능력이라든가 소통 능력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붉은 수돗물' 사태가 터졌을 때도 18일 정도 그 복판으로 못 들어가셨다. 시민들은 도대체 시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상태가 계속됐다. 그뿐 아니라 인천시 안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에 대해 '박남춘 시장과 얘기해서 잘 풀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행정가로서의 기본적인 자신의 임무들을 충실히 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이 후보가 유년시절을 인천에서 보냈기 때문에 인천시장 출마는 당연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당 차원에서 보면 이 후보는 당 대표 출신에다가 대선 경선에 출마한 '당의 자산'이다. 지역 선택을 전략적 차원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당에서도 인천 지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이정미 : 한 정당 안에서 그 지역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그 지역의 정치인이 어떤 의지와 소신을 가지고 뛰고 있는가로 좌우된다고 본다. 인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주 급속한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 그에 반해 정치권에서 인천은 항상 변방 수준인 것 같다. 인천에서 사람을 제대로 키워서 전 국민 앞에 내놓은 경험들도 별로 없었고, 각 정당 안에서도 인천 출신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인천 시민들은 제가 '조봉암 선생 이후 인천에서 처음 나온 당 대표'라면서 엄청 좋아하셨다. 결국은 이 지역 안에서 뛰고 있는 정치인이 정치적인 자기 중심을 어떻게 가져가려고 하는지 그걸 입증해내는 것이 정당으로부터 이 지역을 평가받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인천 안에서 상당히 그런 역할을 이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득표율이 18%가 넘었다. 굉장히 높은 수치다.

이정미 : 사실 그때 저는 당선을 목표로 뛰었다. 농부가 밭을 탓하면 안 되지만,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고 곧바로 코로나19가 터졌다.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지면서 민주당 쏠림 현상이 생겼고, 그래서 저로서는 굉장히 힘든 선거였다. 얼굴에 살이 다 사라질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 분위기 가운데서도, 그리고 완전한 양강 체제 안에서도 '이정미 같은 정치인이 우리 지역사회에 꼭 필요하다'라는 믿음을 주셨던 분들이 그만큼 있었다는 건 저한테는 굉장히 큰 정치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때 이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표를 줄 것이라고 보는가.

이정미 : 그렇게 호소드리고 있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너 여기 왜 나왔어' 이러는 시민들은 한 명도 없다. '아이고 잘했다. 끝까지 열심히 해봐라' 이러는 분들이 많다. 이런 지지가 표로 잘 연결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바다.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1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역에서 출근하는 시민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 연대'라는 말, 동의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진보 연대' 라는 명목으로 이 후보와 박남춘 후보의 단일화를 요구한다. 사실상 이 후보의 중도 포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박남춘 후보도 방송에서 공공연하게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정미 : 일단 '진보 연대'라는 말 자체를 동의하기 어렵다. '반 국민의힘 연대', 이런 걸 할 명분도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그렇게 많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0.73%의 표 차로 승부가 결정 난 것은 국민이 국민의힘한테 국민들이 경고를 한 것이다. '자만하면 안 된다. 완전한 승자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민주당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다는 점에서, 그것도 촛불로 이루어진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됐다는 점에서 국민이 내로남불 정치에 회초리로 심판을 한 것으로 보고 자기 성찰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 정의당은 정의당대로 성적표가 너무 나빴기 때문에 진보 정당으로서 새로운 구상과 새로운 아젠다와 새로운 인물을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매를 맞은 것이다. 이렇게 각각의 정치 세력들이 이번 대선의 결과를 겸허하게 돌아보고 자기들이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깨달아야 하고, 이번 지방선거는 그것을 채워나가는 선거가 돼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대선의 의미를 이렇게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나' 하는 놀라움 같은 게 있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에 여러 인터뷰에서 2010년 한명숙-오세훈 서울 시장 선거를 계속 언급하면서 당시 고(故) 노회찬 의원이 단일화를 안 해줘서 잘못된 결과가 나온 것처럼 말하고 있다. 박남춘 시장도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정의당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아직도 대선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결과에 대한 자기 성찰이 없다는 얘기다.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문제의 원인을 자기로부터 찾는다는 뜻이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미래로 나갈 수가 있는데, 민주당이 그런 어려움을 겪고도 여전히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린다면 '내로남불 정치'에 대한 반성이 될 수 있는가. 이런 말씀을 거꾸로 드리고 싶다.

"이재명 등판에도 인천 큰 변화 없다"

프레시안 :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정미 : 이번 선거에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전'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선 이후에 각 정당은 자기 성찰에 기반해서 시민들에게 인천 시민들에게 자기 비전을 가지고 치르는 선거여야 되는데, 대선의 연장선으로 흐르게 되면 지역 이슈가 다시 대선과 같은 중앙 이슈로 다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갈등적 양상만 계속될 우려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등판하면서 그런 우려가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후보는 전 국민의 대표자가 되기 위한 선거 후보 아닌가. 이 후보에게 충언을 드리자면, 대선 패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등판하는 건 더 큰 지도자를 꿈꾸는 분이 스스로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물론 정당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다 당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볼 때 약간 명분이 약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

프레시안 : 이 후보의 등판이 인천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이 있을 거라 보는가.

이정미 : 지지율 흐름은 들쑥날쑥하기는 하지만 큰 변화가 없다. 박남춘 후보가 이 후보가 온 다음에 역전의 기세를 잡았다든가 하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지층은 강하게 결속하겠지만 중도층은 팔짱 끼고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프레시안 : 그래서 민주당이 더욱 단일화가 절실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민주당으로부터 물밑 접촉은 없었나.

이정미 : 선거 초기 인천의 몇몇 원로들과 친(親)민주당 성향 시민단체에서 소위 '개혁공동정부 구성' (즉) 단일화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성명이 나오자마자 즉각 환영 발표를 했다. 그래서 그 발표를 보고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얘기를 했다. '이번 선거는 이정미의 색깔로 시민들에게 평가받고 싶어서 나온 선거다. 그런 (단일화) 과정은 이제 시민들에게 동의받기가 어려운 구태 정치 아니냐. 지난 대선 때도 모든 대선 후보들이 다당제 민주주의로 가자고 하는데, 심지어 민주당과 정의당이 지향하는 바, 정치적 목표가 똑같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나의 선거로 시민들에게 평가받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랬으니 '이정미는 완주 의사가 굉장히 분명하다'는 것을 아마 민주당 쪽에서는 다 알 거다. 그래서 공식적인 어떤 접촉이나 이런 것은 없는 상태다. 실질적으로 득표율이 얼마나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 응원을 보내주시는 시민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정미 선거캠프

"인천에 마이스 산업 키우고, 통합돌봄본부 만들 것"

프레시안 : 인천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

이정미 : 인천이 서해 평화 시대의 중심 도시이고 유엔기후변화협약 '1.5도 특별 보고서'를 채택했던 기후 정의의 도시이고 전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을 처음 마주 대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사람과 문화를 통해서 인천의 발전을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

인천 송도에는 굉장히 큰 컨벤시아홀이 건립돼 있고, 서구에는 아시아드 경기장이 있고, 영종도에는 호텔 산업들이 발전돼 있다. 그래서 K팝 공연장과 K드라마, K영화 촬영지들을 만들어서 세계적 아젠다도 논의하고 한국의 대중문화도 경험하도록 하고, 원도심과 트램 노선을 연결시켜서 중구 개항장에도 가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하고, 또 소공연장이나 전시관 이런 것들을 만들어서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인천으로 좀 모여들게 만드는 이런 구상들을 갖고 있다. 마이스 산업(MICE; 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을 인천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나가겠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을 말씀드리니, 인천 시민분들이 '이정미와 정의당은 뭔가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주는 이런 일에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인천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구나' 하고 조금 새롭게 바라봐주시는 것 같다.

아울러 팬데믹 위기에 굉장히 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기에 강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이라든가, 공공의대 설립이라든가, 바이오 산업을 통해 바이오 원‧부자재를 확보하는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을 한 축에서 진행시키고, 또 한쪽에서는 성장과 시민의 삶 사이의 틈이 생기지 않도록 '돌봄 특별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프레시안 : 공동 돌봄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정미 : 인천이 선례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인천만 해선 안 되고 모든 지자체에서 해야 하는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을 때 제일 저의 눈에 밟힌 게 엄마들이었다. 공적 돌봄이 다 무너지니까 일하는 엄마들이 완전히 멘붕이 왔다. 그리고 장애인들이나 노인들은 시설 안에 갇히거나 아니면 완전히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과 같은 정도의 사회복지 시스템으로는 빈틈이 너무 많다. 그래서 빈틈 없는 복지 시스템을 통합돌봄본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이 복지재정을 다 거머쥐고 사업별로 재정을 내려주는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다른 재정은 모르겠지만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의 재정은 지방자치단체로 다 이양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지방 분권의 첫 발을 뗄 수 있지 않나. 그렇게 돌봄본부를 자치구별로 만들고, 시민들이 돌봄 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보건소 찾아다니고 주민센터 찾아갈 게 아니라 동 단위 커뮤니티 센터에 가서 상담하면 하면 원스톱으로 바로 지원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돌봄 일자리 보장제를 실행해서 사람 돌봄, 환경 돌봄에 한 5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천이 '실업률 제로 시대'로 가게 한다는 구상까지 갖고 있다.

프레시안 : 시정에는 디테일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이런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정미 : 제가 공약 하나하나를 만들 때 인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 영역에서 일했던 전문가들과 수차례 세미나를 했다. 이를 통해 인천시에서 각 분야별로 어떤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고 어떤 것이 부족한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저에게 시장은 처음 도전이지만, 모든 이에게는 다 시작이라는 게 있지 않나. 저는 저에게 맡겨진 일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또 그 일이 시작되면 특히나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의견들을 충분히 듣고 또 제가 가지고 있는 비전이 그 안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게끔 설득하고 이런 과정들을 만들어가려 한다.

▲정의당 이정미 인천시장 후보가 14일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당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차별금지법 추진하면 역사에 남을 것"

프레시안 : 지방선거 주제를 벗어나 이제 다른 얘기를 해보자. 정의당이 줄기차게 추진했던 법안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평등법)인데, 최근 민주당이 처음으로 의원총회에서 다루는 등 내부 기류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평등법을 어떻게 하면 국회 문턱을 넘게 할 수 있을지 정의당 후배 의원들에게 조언한다면?

이정미 : 평등법 입안을 위해 정의당은 6석 의석으로 몸부림을 칠 만큼 다 쳤다고 생각한다.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한 분 한 분 설득하기도 했고 농성도 하고 심지어는 국회의원이 머리를 미는 일까지 하지 않았나.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결국은 두 거대 정당을 움직여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당 색깔에 개혁성이 너무 희미해져 있으니 이번에 그런 부분을 복원하고 싶다는 차원에서 그런 논의가 시작된다는 점이 긍정적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방선거 앞두고 개혁 진영의 인심을 얻기 위해서 하는 행동에 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5.18 메시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 수호되는 나라가 돼야 된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불행 중에 하나가 제대로 된 자유주의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권리 위에 공동체도 지탱된다는 점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 소수자‧약자들의 권리가 폄하되거나 부차시됐다. 그런데 이제 21세기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나가야 할 때이고 사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이 훼손당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고 하는 그 가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말한 거라면, 차별금지법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추진할 수 있지 않나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보수 정권 안에서 차별금지법이 추진될 때 훨씬 더 많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에, 만약에 윤 대통령이 그걸 추진한 대통령이 되면 그야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본다.

"정의당, '뾰족하게' 아닌 '촉촉하게' 스며들어야"

프레시안 : 민주당을 향해 대선 패배에 대해 반성하라고 했는데, 정의당에서는 그런 작업들이 잘 이루어졌다고 보나.

이정미 : 대단히 상당히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는 있다. 심상정이라는 존재가 당으로서는 51%의 의미를 갖고 있는 분인데 대선 성적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너무나 깊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여영국 대표도 그렇지만 저도 전직 대표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제대로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사실 제가 대선 경선을 나갔다가 잘 안 됐지 않나(웃음).

프레시안 : 비교적 근소한 차이였다.(심 의원이 51.12%, 이 후보가 48.88%로 둘의 격차는 2.24%p였다.)

이정미 : 어쨌든 경선 결과도 좋지 않았는데 지방선거 앞두고 인천시당에서 (시장 출마) 요청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했는데, 대선 과정에서 시민들이 정의당에 했던 '새로운 비전과 인물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에 답할 수 있는 중심 고리가 저의 출마 아니겠나 하는 생각으로 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정미도 노회찬, 심상정 못지않게 정의당의 리더로서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도 또 드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지금 21대 국회에 있는 후배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이정미 : 가장 안타까운 건 그분들의 일면이 전체인 것으로 부각되어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사실 코로나19 손실 보상과 관련해서 가장 앞에서 싸웠던 것이 류호정 의원이고, 차별금지법뿐 아니라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라든가 이런 의제들에서 제일 앞장서서 싸웠던 사람이 장혜영 의원이다. 6석이지만, 그 안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정말 죽기살기로 싸웠던 사람들인데, 그런 점이 제대로 평가되기보다 대중들에게는 굉장히 자극적인 장면들을 중심으로 평가되다 보니까 선배 정치인으로서 제가 뒷받침을 제대로 못 하고 있나 이런 미안함도 많이 있다.

이제 21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남은 2년 동안은 조금 더 국민들한테 뾰족하지 않게, 촉촉하게 더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다면 대중이 '이 사람이 알고 보니 저런 사람이었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워낙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니까 제대로 평가받을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조금 이른 얘기긴 하지만 다음 대선도 고려하고 있나.

이정미 : 정의당을 책임지고 가야 하는 제 사명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저의 도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만 말씀드리겠다.

프레시안 : 최근 민주당에 이어 정의당 안에서 다시 성폭력 사건 폭로가 나왔다. 반복적으로 성 관련 사건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린다.

이정미 : 이런 문제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깊은 책임을 느낀다. 정당 내에서 사전 예방에 더 힘을 기울이고, 문제 발생시에는 철저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정의당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정당 문화와 사회적 공기를 성 평등하게 만드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인천 시민, 그리고 모든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정미 : '이정미가 제일 낫다', '이정미가 일 잘할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신 분들이 투표장에서 그 마음대로 투표해 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1등이 아니면 다 사표가 된다. 하지만 어떤 후보에게 기대한 바가 투표의 결과로 얼마큼 나타나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시정과 정치에 반영되기도 하고 또 그 목소리가 힘을 갖게 된다. 마음이 가는 대로 투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시장 선거에서 어떤 후보는 유력 대선주자에 기대고 또 어떤 후보는 중앙정부에 기대서 선거를 뛰지만 저는 인천 시민의 요구를 바라보고, 그 일을 풀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선거를 지금 뛰고 있기 때문에 그 진심이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있다. 이정미는 인천에서 키워지는 정치인이다. 인천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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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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