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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나비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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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나비 한 마리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전북 임실군 청웅면 폐광굴 분화 사건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노랑나비 한 마리

대낮에도 녹슬고 있는 폐광굴 앞

노랑나비 한 마리, 금지의 시간을 날아가네.

흠칫흠칫 떨며 맴도네. 호국원을 건너온 저 나비,

여기서는 왜 절룩거릴까. 무슨 냉기 느꼈을까.

이리 비틀 나비야, 저리 비틀 나비야.

흔들리지 말아라. 봄바람 생기를 깨워야지.

어렵다고 하네. 여전히 죽음 깔린 저 철벽.

날갯짓으로도 녹지 않고 봄볕도 닿지 않는다 하네.

부들부들 떨던 에미애비가 떠올라서.

바들바들 오줌 지린 아이들이 가여워서.

저것은 도통 치워지지 않는 함몰의 아가리,

노랑나비 움츠러드네. 끝끝내 자지러지네.

올봄도 연두빛 짙어져 앞산뒷산 푸르른데

무관심에 밟히고 바스라져 밀려나는 백골들.

언제쯤 가족 품에 오손도손 평화롭나.

쥔 없는 뼈로 흙으로 풀과 나무의 자양분으로

흩어진 저 정령들, 어떻게 돌아가나.

노랑나비 한 마리 너울너울 곡하며 내려앉네.

삶이 꺼져버린 허공이 땅속으로 기어가네.

※1951년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저질러진 임실군 청웅면 폐광굴 분화 사건을 소재로 했다. 청웅면 남산리의 남산광산과 강진면 부흥리의 부흥광산은 입구만 다를 뿐 같은 광산인데 한날한시에 양쪽 입구에서 고춧대로 불을 질러 굴속의 민간인들을 태워 죽였다고 한다. 이때 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한다.

▲ 임실호국원 왼편 위쪽에 있는 부흥광산 폐광굴 입구. 남산리 쪽 남산광산 폐광굴은 허물어져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 정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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